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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기자가 만난 사람 - 청년공동체 추진 '밀알결사' 회원들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나 먼저 바꿔 세상을 바꿔보리라”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세상을 비판하는 사람은 많다. 못살 세상이라고, 바꿔야 한다고 목청 높여 외치는 삶들. 그런 이들에게 ‘그럼 당신부터 바꾸면 어때?’하면 어느 틈에 자라목 기어들어가듯 목소리를 낮추며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나’면서 등등하던 기세를 낮추는 게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근기들이다. 그런 모습들. 정말 너무도 많이 만나서 ‘다들 그렇게 어영부영 사는 거지 뭐’ 하고 어느 정도 사람에게, 세상에게 두 손 번쩍 들고 항복하고 있던 차에 금년 초, 어떤 청년불자들이 정진의 힘으로 이 세상을, 한국불교를 바꾸겠다며 반년 째 정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거 좋은 얘기네, 한 번 만나봐야지 하다가 마침내 그 주인공들을 만났다.



‘밀알 결사’라는 명칭이 순박한 듯하지만 매우 결연한 느낌을 준다. 우선 결사의 실행기간은?

2000년에 시작하여 오는 2009년까지 10년 동안 계속 된다. 100일 단위로 결사를 벌여 나갈 예정이다. 마침내는 청년불자들이 중심에 선 ‘부다피아 청년공동체’를 완성하겠다는 것이 결사 결성의 목표이자 서원이다. 지난해 8월 15일 1차 결사를 입제하여 11월 22일 회향하고 12월 23일 2차 결사를 시작하여 4월 1일 두 번째 회향식을 가졌다. 2009년까지 총 30차 정도 결사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어떤 이들이 참가하고 있나.

세납 24세부터 45세까지의 남녀불자 32명이다. 1차엔 26명이 참가했고 2차엔 6명이 더 동참했다. 대한불청 정책 기획실장 정우식 법우가 새로운 청년회의 모습을 만들어 가자며 조계사 청년회에 결사를 제안했다. 청년불자들의 발심을 성장시키고 이를 대사회적으로 회향하는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요지의 제안이었는데 이는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끄집어 낸 것과도 같았다.



결사의 구체적인 실행 내용은?

남들이 들으면 우스울 수도 있다. 결사 동참자들은 기본적으로 매일 108배를 해야한다. 입제식 때만 새벽에 조계사 법당에 모여서 1080배를 한다. 108배를 하는 장소엔 제한을 두지 않았다. 모두 직장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생활인이고 각종 다양한 신행활동에도 매우 열심히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모여서 108배를 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절을 하는 장소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해도 100일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108배를 이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고비를 겪었으나 2차 결사가 중반을 넘기면서부터 매일 108배를 해내는 자신의 모습에서 오히려 여러 가지로 힘을 얻고 있다고들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마다 청년불자로서 꼭 알아두어야 할 불교교리와 불교역사, 수행법 등을 관련 전문가를 초청하여 강의를 듣고 있다. 또 한달에 한번 토요일 밤 9시부터 철야 구도법회를 갖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 각자가 이룬 수행결과를 점검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되고 있다.



결사라고 이름 붙은 모임이니 청규(淸規)도 있는가.

1차 때엔 웃는 얼굴, 맑은 정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늘 유지하고 일으키자고 했다. 대부분의 회원이 매일 수행일지를 써가며 청규의 실천을 점검했다. 2차 결사 때엔 남을 칭찬하기, 매일 1명 이상의 도반들에게 전화하기, 수요일은 오계를 (철저히) 지키는 날 이 세가지를 청규로 정했다. 청규란 가장 기본적인 마음자세를 되찾게 하는 것이라고 믿으며 그 내용을 정했다. 자기 자신부터 변화하지 않은 채 세상을 바꾸겠다는 태도는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나 자신을 변화 시킨 후 주위의 도반과 불교,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서로를 다짐하며 결사를 진행했다.



청규의 내용, 특히 2차 결사에서 정해진 내용을 듣고 보니 현재 우리 불교계의 청년불자들이 완전히 다시 시작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밀알결사는 청년불자로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경책하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1차 결사를 마친 후 부모님과 사이가 매우 가까워지거나 나빴던 경우엔 상당히 호전되기도 했다. 가장 큰 소득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는 점이다. 10년 동안 108배를 하며 자신을 바꾸어 가면 그 주변도 당연히 (좋은 방향으로)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말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서부터 자비심을 일으켜 대하기, 처음 불교를 만났을 때의 초발심-내 자신 속의 불종자(佛種子)를 꽃 피워 내 스스로가 연화장 세계를 이루는 연꽃이 되겠다는 자신감… 우리 결사의 이름을 ‘밀알’로 정한 것은 바로 그러한 꽃을 피우는 씨앗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현재 우리 불교계는 불자들의 발심을 성장시키는 구조가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그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결사를 잘 회향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수행과 교육, 회향 이 세 가지가 원만하게 이루어 질때 어디에건 기울지 않는 신행이 완성될 것이다.



향후 계획은?

지난 3월 31일 전국불교청년회 활성화와 올해 여름 조계사에서 열릴 제20차 전국불청대회의 원만성취를 기원하는 3000배 철야정진기도를 밀알결사가 주관하여 열었다. 이것 또한 결사를 사회적으로 회향하는 작업이다. 3차 결사는 5월께 시작할 예정이다. 3차 결사의 청규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공의를 거친 후 정할 것이다. 만약 각 지역의 단위 청년회에서 우리와 같은 결사를 시작하겠다면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 지축을 울리는 크나 큰 폭포가 한 방울의 물이 모여 이루어진 것처럼 한 알의 작은 밀알이 전국적으로 퍼지면 부다피아는 저절로 이뤄지는 것 아닌가.



글 김민경·사진 황도 기자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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