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은의 차이야기〈38〉 다산 정약용과 아암 혜장선사 ①

기자명 법보신문

나이 차 잊고 진실한 우정 나눠

석장 짚고 구름따라 동으로 또 향한 것은

정녕코 탁피옹이 그리워서 그랬으리

등불 아래 차려져 있는 다과가 보이는데

풍토병 속에 늙어가는 이 꼴이 애석해서지

나뭇잎 피려 산에는 비 내리고

낙화 다 지자 바다에 바람 없네

이별 후의 시들이 어쩌면 그리 초절하여

잠에 취한 흐린 눈을 번쩍 뜨게 만드네 그려.



다산 정약용의좥수도암에서 묵고 있는데 기약도 없이 혜장이 왔다좦란 시이다. 다산이 수도암에 머물고 있는데,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혜장스님이 문득 찾아와 희미한 등불 아래 다과까지 차려 놓은 것 보고, 대단히 반가워하며 쓴 시이다.

혜장선사는 다산보다 4살 연하이다. 다산과 혜장선사의 만남은 1801년 40세때 강진으로 유배를 간 5년 뒤인 1805년에 시작된다. 다산이 쓴좥아암 장공 탑명좦에 처음 만날 때의 상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1805년 혜장선사는 백련사의 주지로 부임되어 있으면서 다산을 몹시 만나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다산은 신분을 감추고 그곳 야로(野老)를 따라가서 혜장선사를 만나 한나절이나 이야기를 했지만, 혜장선사는 다산을 알아보지 못했다. 다산이 가겠노라고 말을 하고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릴 때쯤 북암(北庵)에 이르렀을 때, 혜장선사가 뒤늦게 알고 급히 쫓아와 합장을 하며 늘 다산을 흠모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산의 손을 이끌고 자신의 방에 가서 묵게 하였다. 다산은 혜장선사가 주역에 밝다는 것을 미리 알고, 그것에 대해 묻자 혜장 선사는 평소 갖고 있던 의문들을 질문한다. 다산은 혜장선사의 유학적 식견에 놀라 혜장선사를 숙유(宿儒)라고 적고 있다.

이날 여러 비구들이 문밖에 서서 혜장선사가 거북무늬 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숙연해져 머리를 흔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밤이 깊자 두 사람이 베개를 나란히 하고 누우니, 서쪽 창에 달빛이 낮과 같았다고 한다.

다산이 쓴 비문에 의하면 혜장선사는 지금의 해남 화산방 사람으로 어려서 출가하여 춘계 천묵선사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천묵선사는 외전에도 해박하였다고 한다. 혜장선사가 불교 외에 유학 등에 식견이 높은 것은 천묵선사의 영향도 받았으리라 짐작된다. 혜장선사는 혜지가 뛰어나 수행한 지 몇 년만에 스님들사이에 이름을 떨쳤다고 한다.

혜장선사는 체격이 왜소하고 순박하였으며, 일반스님들과 같지 않아 모두 그의 재주를 아끼고 사랑하였다고 한다. 성장해서는 불서를 널리 배우고 연담 유일과 운담 정일선사를 섬겼다. 혜장선사는 30세에 이미 두륜의 법회에서 주맹(主盟)이 되었다고 한다.

아암(兒巖)이란 호를 갖게 된것도, 혜장선사가 성품이 매우 고집스러워 어느날 ‘그대는 어린아이처럼 유순해 질 수 있겠는가’ 하였더니 자호를 아암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혜장선사는 외전 중에좬논어좭를 매우 좋아하였으며, 역학을 비롯한 유학에 두루 능통했는데, 성리학까지도 정확하게 연마를 했다고 한다. 시는 좋아하지 않아 그 수가 매우 적었으며, 또 급히 짓지 못해 시를 주면 반드시 뒤에 화답하였으나, 그 시는 사람을 놀라게 하였으며 특히 변려에 뛰어났다고 한다.

불경 중에는좬수능엄경좭과좬기신론좭을 좋아하였고, 법랍 35세에 이미 수룡이성과 기어자룡에게 의발을 전해 주고, 4∼5년을 유유자적 보내다 법랍 40세에 입적을 하였다고 한다.



한국다도연구원 원장·수필가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