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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잣대 ‘人相’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1.02.07 15:12
  • 수정 2011.02.07 15:41
  • 댓글 0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에서 “아상, 인상(人相), 중생상, 수자상이 없어야 참다운 보살이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상(相)이란 무엇일까?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갖게 된 고정관념이다. 인상은 인간들의 고정관념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인간의 생명이 다른 생명보다 제일 귀중하다’등등 이런 관념들이 바로 인상의 모습들이다. 우리들은 삶 속에서 인상을 답습하고 익숙해지며 그리고 인상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살아간다. 인상을 통해서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평가하고 가치를 부여한다. 인간에게 행복을 주면 좋은 것, 이로운 것, 가치 있는 것, 남겨두어야 할 것, 잘 가꾸고 길러야 할 것으로, 인간에게 해로우면 나쁜 것, 가치 없는 것, 버려야 할 것, 죽여 없애야 할 것, 폐기시켜야 할 것으로 구분한다.

 

모든 가치 기준은 인간들이 이기심으로 정해 놓은 것이다. 더 나아가 생사여탈 역시 인상(人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얼마나 사악하고 이기적인 기준인가? 인간이 그 동식물들을 만들거나 기르지도 않았으면서 우리들에게 손해를 준다는 이유만으로 죽이고 박멸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우리 인간 보다 지적능력이 아주 뛰어난 외계인이나 신이 있어서 인간들에게 인상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 생사를 결정한다면 우리들은 순순히 수긍하겠는가? 하기는 그러한 신을 믿으며 아버지라 부르고 주인이라고 부르는 어리석은 인간들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지난해 11월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은 전국적으로 250여만 마리의 가축들을 살처분으로 내몰고도 아직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여기에 조류독감까지 발생하여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에서 대학살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가축들을 살처분하다보니 동물들을 살처분을 할 약품과 설비가 부족하고 시간에 쫓기게 되자 산채로 생매장을 하고 있다. 구덩이 속에서 발버둥 치며 비명을 질러대는 가축들, 그 가축들을 살처분하고 땅에 묻는 공무원들과 관계자들, 애써 자식처럼 길러온 가축들을 산 채로 땅에 묻으며 피눈물을 흘리는 농민들, 말 그대로 생지옥의 모습이다. 이런 생지옥이 불가피했을까? 매몰 살처분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을까? 왜 정부당국은 발생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을까?


전국적으로 매몰 살처분 된 가축이 250만 마리를 넘어서자 뒤늦게 정부여당에서 구제역 대응이 실패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비판하고 있다. 매몰 살처분을 중심으로 한 방역대책은 실패했으며 구제역 발생 초기부터 백신 접종이 필요했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백신 예방접종이 최선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민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난 가슴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한나라당에서조차 “가축 다 죽여 놓고 진정국면에 들어서니까 살처분이 잘못됐다”고 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다. 지난 연말 새해 예산안 단독처리와 안상수 대표의 구설수 등 정치현안이 겹치면서 구제역에 대한 관심이 후순위로 밀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백신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가 백신을 접종하면 균이 체내에 남아서 청정국 지위를 잃어버려 육류수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란다. 1년에 15~20억 육류를 수출한다고 한다. 이것을 지키기 위해 1조원 이상의 가축을 살처분하다니!


▲목종 스님
이 모든 상황의 근원에 인상(人相, 인간 이기주의)이 있다. 가축을 귀중한 생명으로 보기보다는 식품의 원료쯤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경제논리로 판단하고 행동한 것이다. 인상을 버리고 인간을 위한 탐욕의 대상이 아닌 생명의 동반자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구제역에서 비롯된 생매장 살처분과 같은 오류와 고통을 반복 할 수밖에 없다.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고 참사랑으로 생명을 바라볼 때 참 행복은 우리 주위에 가득찰 것이다.


목종 스님 부산 대광명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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