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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먹을거리 여기는 마음 버려야 불자”

기자명 법보신문
  • 생명
  • 입력 2011.02.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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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25년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

참혹한 동물 생매장 실상 바로 알리기에 앞장
“천도재에 감사… 생명살림, 식탁 위에서부터”


▲이원복 한국동물보호 연합 대표
1월6일 서울 봉은사에서 열렸던 구제역 희생동물 천도재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1월13일 MBC 100분 토론과 1월17일 개혁을 위한 종교인 NGO 네트워크의 ‘반생명적 축산정책 종식 기원 토론회’에도 그가 등장했다. 1월19일 조계종이 봉행했던 천도재에도 그가 마이크를 잡고 구제역으로 생매장 당한 동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뿐만 아니다. 1월16일 명동 예술극장 앞과 1월23일 5호선 아차산역에서도 그는 구제역, 조류독감 생매장 살처분을 반대하고 나섰다. 또 1월20일 청와대 정문 앞에서 그는 피켓시위로 구제역 살처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 감염 ‘예방’이란 명목 아래 500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땅에 파묻혔다. 통상 1000만명이라 알려진 서울 시민의 절반 이상이 생매장 당한 꼴이다. 그러는 동안 이원복〈사진〉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동물들의 아픔을 알렸다. 잠깐 시간을 낸 그가 1월24일 서울 신촌의 한 채식식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의 구제역 대책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구제역, 조류독감으로 동물들을 생매장하는 현장 수십 곳을 다녀봤다. 너무 끔찍하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그대로 땅 속에 묻는다. 왜 사전예방백신 제도 도입을 꺼리는가. 죽은 백신 약간으로 동물들은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청정국 지위에 집착하는데 청정국엔 예방 미접종과 예방접종 두 가지가 있다. 그리고 축산업 수출규모도 20억 수준이다. 구제역 파동으로 2조원을 쏟아 붓는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은 셈이다. 한해 2000만명이 국내외를 왕래하는데 구제역 발생 지역인 동남아와 교류하는 사람이 60%다. 비행기에 동승한 사람도 있는데 축산인만 검역한다고 가축전염병을 막을 수 있겠는가. 원천 차단은 불가능하다. 농식품부는 복지형 축산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2020년까지 계획 중인 축산 정책에는 1원의 예산도 없다.”


한참 말을 쏟아낸 그의 뇌리에는 아직도 생매장 당한 동물들이 생생하다. 특히 지난해 4월 강화도 생매장 현장에서 들렸던 돼지들의 비명은 보름간 그의 잠자리를 괴롭혔다.


그래도 그가 실상을 알린 탓인지 몇몇 진보 언론에서는 그를 주목했다. 가축전염병의 원인이 먹을거리로 전락한 동물들을 보다 많이 생산하기 위해 고안된 공장형 축산 시스템이란 사실이 보도됐다. 예방적 살처분 즉각 중단, 인도적 방법에 따른 살처분, 축산 농가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 및 농가재건 대책 마련, 사전예방 백신 접종 제도 전면 도입 등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동물보호단체들의 목소리가 비중 있게 실렸다.


동물학대 현장 감시에서 정책 기획까지, 그는 바쁘게 동물들의 생명권을 부르짖고 다니는 터라 주변을 살필 새가 없다. 사실 그가 1999년 설립해 상임대표로 있는 한국동물보호연합 사무실도 8평짜리 그의 원룸이다. 하다못해 그동안 간사 1명 없이 혼자 정책 마련부터 동물보호법 개정, 홍보 등을 맡아왔다. 고등학교 교사직을 관둔 뒤 생업이 없어 생활비도 따로 번다. 감사하게도 후원을 받고는 있지만 교통비 수준이다.


고려대 83학번으로 경제학을 전공했던 그가 한국사회에서 아직 비주류인 동물의 생명권 운동에 뛰어든 이유가 뭘까. 대학 3학년 시절 친구들과 밥을 먹다 식탁 위에 올라온 고기반찬에 “왜 인간들은 거리낌 없이 고기를 먹는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다. 동물도 인간처럼 감각과 지각이 있는 생명인데 왜 먹을거리로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길로 완전채식을 결심했다. 채식은 그에게 단순한 식도락이 아닌 철학이자 윤리, 도덕, 사상, 이데올로기가 됐다. 그래서 군대도 자율배식인 카투사에 시험을 쳐 입대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오계의 처음인 불살생계를 언급했다.


“천도재를 해준 불교계에 고맙다. 후속적인 대책이나 생활밀착형 운동을 앞장서서 전개해야 한다. 불교는 살인이 아니라 살생을 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기독교계가 나서는 게 이상하다. 불교계가 생명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야 한다. 고기를 탐하는 인간의 욕심이 효율적인 공장형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 속에서 동물들의 생명권은 유린당하고 있다. 그러나 먹을거리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불교에 다 해답이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를 건강한 생명살림의 사회로 만드는 최후의 보루는 불자들이다.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불자들부터 실천하는 식탁 위의 혁명이 가축전염병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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