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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가축 살처분 300만’ 생명 존중 목소리 커져

기자명 법보신문
  • 생명
  • 입력 2011.02.08 15:58
  • 수정 2011.02.08 16:06
  • 댓글 0

5개 종교 33개 단체, 8일 성명…“반생명 문화에서 벗어나야”
“소박한 밥상 범종교 네트워크 추진…육식 생활 변화 필요해”

      ▲가축전염병 구제역으로 살처분 생매장된 가축이 300만 마리를 넘어선 가운데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생명 존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5개 종교 33개 단체들이 2월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반생명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교아카데미 이사 이혜숙 교수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가축전염병 구제역으로 살처분 생매장된 가축이 300만 마리를 넘어선 가운데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생명 존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5개 종교 33개 단체들이 2월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반생명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죽어간 생명을 위한 침묵 후 각 종교별 대표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각 대표들은 “사람만 지구의 주인인양 숱한 생명들을 죽여온 것을 참회한다”며 새로운 식문화 창출을 위한 실천 운동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불교아카데미 이사 이혜숙 교수는 “수백만의 생명들이 묻혀 갈 때 오늘까지 진지하게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생명을 함부로 해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아는 불자부터 소박한 식생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재가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이들은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각 종교의 믿음에 근거해 “지금처럼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듯 가축을 도살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실천으로 ▲생명에 대한 재인식 ▲육식산업의 근본적 변화 ▲범국민 식생활 문화 개선운동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축산정책이 바뀌지 않고는 해마다 각종 전염병 창궐과 살처분, 생매장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이 조장하고 뒷받침하는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먹는 음식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며 “육식보단 채식을, 육식을 하더라도 방목해서 기른 고기를, 채식을 하더라도 자기 지방에서 난 제철 채소를 조리해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5개 종교 33개 단체들은 ‘(가칭)소박한 생명의 밥상을 위한 범종교 네트워크’를 발족해 국민 식습관 개선 운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장은 “예를 들어 불교의 빈그릇 운동처럼 각 종교별로 계율에 따른 식생활 개선 운동들은 크고 작게 있어 왔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연대해 범국민운동으로 확산 시키는 방법들을 모색, 범종교 네트워크를 구성해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장식에서 방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담보하는 정책 입안도 시민사회단체, 정치계와 연대해 추진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다음은 성명서 전문.

 

 

반생명 문화에서 벗어나 생명 존중 문화로 나아갑시다
- 구제역 사태를 바라보는 범종교인의 입장과 기도

 

5개 종교(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19개 단체는 지난 1월17일, ‘반생명적 축산정책의 종식을 기원하는 범종교인 긴급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190만 마리 가축의 죽음을 애도하는 종교의식을 가졌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진지한 성찰과 토론을 하였습니다. 이제 구제역으로 말미암아 살처분, 생매장 당한 가축의 수가 3백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는데도 아직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재앙과 반생명적 현실에서 우리 종교인은 우리 사회 현실과 우리 자신의 삶과 신앙을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1. 생명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합니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믿음은 달라도 우리 종교인은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고 믿습니다. 생명은 인간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존귀합니다. 각각의 생명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다른 생명과의 관계 속에서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모든 자연계의 생명은 우리 인간의 형제요 자매입니다. 우리 형제요 자매인 다른 생명체의 유지와 안전은 바로 우리 자신의 생명 유지와 안전의 전제 조건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 인류는 생태계 파괴로 말미암은 재앙을 수시로 겪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구제역과 독감조류의 확산도 생태계 균형의 파괴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근본 해결은 예방 백신, 살처분으로 가능하지 않고, 생명에 대한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과 다른 생명에 대한 존중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2. 짐승의 생명을 함부로 헤쳐서는 안 됩니다.
구제역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낫는 병입니다. 하지만 그 놀라운 전염성은 축산 밀도가 높고 공장식 사육 방식이 대부분인 우리 축산 현실에서 아주 치명적입니다. 3백만 마리가 넘는 가축을 살처분하면서도 구제역 확산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 기회에 우리는 공장식 사육 방식으로 말미암아 받는 가축의 고통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합니다. 가축도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제요 자매인 그들이 겪는 고통을 우리는 함께 느껴야 하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과연 지금처럼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듯이 가축을 도살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올바른 방법에 대한 합의에 이르기 전이라도 당장은 산 채로 매달려 온몸이 찢겨나가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 하는 현재의 도살 방식도 불필요한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방법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짐승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서는 우리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도 보호할 수 없습니다.

 

3. 육식산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축산 청정국가 유지를 위해 예방 백신 접종 등을 통해 조기 차단의 기회를 놓쳐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은 살처분 중심의 현행 방역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규모 공장식 사육과 수출입을 기본으로 하는 현재의 축산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축산 정책이 바뀌지 않고는 해마다 각종 전염병 창궐과 살처분, 생매장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장식 사육에서 방목식 사육으로 전환하고, 가까운 지역에 건강한 육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축산 정책을 바꿔야 합니다. 정부는 축산 농민이 사육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유통 체계 개선을 통해 안심하고 가축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육식산업이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의 육식산업은 사료산업, 사료작물 종자회사, 제약회사, 병․의원, 축산 농가, 운수업, 대형 유통업체와 정육점, 축산 행정 관료와 정치인 등 많은 자본과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유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근본 변화를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사회 합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세계 기아 문제, 인류의 안전한 식생활 등 현대 문명이 낳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입니다.

 

4. 식생활 문화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인류와 우리 국민이 육류를 많이 소비하게 된 것은 최근 일입니다.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이 이를 조장하고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육식 중심으로의 식생활 변화는 성인병 등 우리 건강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육류 생산을 위해서는 곡류 생산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와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목축지와 사료 재배를 위해 원시림이 파괴되고, 육식 중심의 식생활 문화의 확산은 세계 기아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을 바꾸면 세상이 바뀔 수 있습니다. 육식보다는 채식을, 육식을 하더라도 대규모 공장식 사육이 아니라 방목해서 기른 가축의 고기를, 채식을 하더라도 자기 지방에서 제철에 난 유기농 채소를, 정성스럽고 올바르게 조리해서 이웃과 더불어 남김없이 맛있게 먹어야 합니다. 소박한 밥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런 일상의 실천이 지금의 재앙을 물리치고 세상을 바꾸어낼 것입니다.

 

5. 범국민 식생활 문화 개선운동을 제안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이 종교인입니다. 우리는 구제역의 전국 확산으로 말미암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점에 대해 종교인으로서 반성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 종교인은 (가칭)‘소박한 생명의 밥상을 위한 범종교 네트워크’ 등 가능한 방식으로 서로 연대해 가며 식생활 문화 개선운동을 공동으로 펼쳐나가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 운동이 종교인에게 국한되지 않고 범국민 생활운동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2011년 2월8일

 

천도교 : 천도교 한울연대
원불교 : 원불교 환경연대
천주교 : 가톨릭환경연대, 우리신학연구소, 천주교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천주교인권위원회,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가톨릭청년연대), 한국가톨릭농민회, 한국천주교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
개신교 : 감리교 농도생협, 감리교농촌목회자협의회,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생명농업포럼, 연구집단 카이로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한국민중신학회, 향린교회 사회부
불 교 : 불교환경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불교여성개발원, 사찰생태연구소, 사단법인 보리, 종교와 젠더연구소
기 타 : 경희대학교 부설 비폭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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