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축전염병 구제역으로 살처분 생매장된 가축이 300만 마리를 넘어선 가운데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생명 존중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5개 종교 33개 단체들이 2월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반생명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죽어간 생명을 위한 침묵 후 각 종교별 대표 관계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각 대표들은 “사람만 지구의 주인인양 숱한 생명들을 죽여온 것을 참회한다”며 새로운 식문화 창출을 위한 실천 운동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불교아카데미 이사 이혜숙 교수는 “수백만의 생명들이 묻혀 갈 때 오늘까지 진지하게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다”며 “생명을 함부로 해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아는 불자부터 소박한 식생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 주길 재가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곡히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이들은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각 종교의 믿음에 근거해 “지금처럼 공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듯 가축을 도살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실천으로 ▲생명에 대한 재인식 ▲육식산업의 근본적 변화 ▲범국민 식생활 문화 개선운동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축산정책이 바뀌지 않고는 해마다 각종 전염병 창궐과 살처분, 생매장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이 조장하고 뒷받침하는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먹는 음식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며 “육식보단 채식을, 육식을 하더라도 방목해서 기른 고기를, 채식을 하더라도 자기 지방에서 난 제철 채소를 조리해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5개 종교 33개 단체들은 ‘(가칭)소박한 생명의 밥상을 위한 범종교 네트워크’를 발족해 국민 식습관 개선 운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장은 “예를 들어 불교의 빈그릇 운동처럼 각 종교별로 계율에 따른 식생활 개선 운동들은 크고 작게 있어 왔다”며 “이를 효과적으로 연대해 범국민운동으로 확산 시키는 방법들을 모색, 범종교 네트워크를 구성해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장식에서 방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담보하는 정책 입안도 시민사회단체, 정치계와 연대해 추진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다음은 성명서 전문.
반생명 문화에서 벗어나 생명 존중 문화로 나아갑시다
5개 종교(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19개 단체는 지난 1월17일, ‘반생명적 축산정책의 종식을 기원하는 범종교인 긴급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190만 마리 가축의 죽음을 애도하는 종교의식을 가졌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진지한 성찰과 토론을 하였습니다. 이제 구제역으로 말미암아 살처분, 생매장 당한 가축의 수가 3백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는데도 아직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 엄청난 재앙과 반생명적 현실에서 우리 종교인은 우리 사회 현실과 우리 자신의 삶과 신앙을 되돌아보고자 합니다.
1. 생명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합니다.
2. 짐승의 생명을 함부로 헤쳐서는 안 됩니다.
3. 육식산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4. 식생활 문화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5. 범국민 식생활 문화 개선운동을 제안합니다
2011년 2월8일
천도교 : 천도교 한울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