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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위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 생명
  • 입력 2011.02.22 14:18
  • 댓글 0

‘식량의 종말’ / 폴 로버츠 지음 / 민음사


▲식량의 종말
구제역과 조류독감 파동으로 1000만 마리에 가까운 동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결박된 식품들이 인간의 먹을거리 욕심과 맞물린 시스템 탓이다.


여기서 다시 물음이 생긴다. 왜 식품 시스템이란 말인가? 신선하고 다양하며 값싼 식품을 원하는 시장은 똑같은 가축 수천마리가 밀집된 사육장을 양산하는 공장형 축산 시스템이 탄생한다. 동일한 작물들이 가득한 공장식 농경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화학 비료가 대거 흘러 들어오고 화학 물질이 대거 흘러 나간다. 침식되는 토양과 경작지로 개간되는 산림 그리고 농장은 쇼핑몰로 변신했다.


이쯤 되면 소비자들은 각종 가축 전염병 외에도 배추와 김치 파동, 정크푸드, 비만, 기아에서 대형마트에 이르기까지 먹을거리를 둘러싼 수많은 얘기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식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며 소비하는 시스템이 자본주의 상품 경제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시점이란 얘기다.


베스트셀러 ‘석유의 종말’의 저자 폴 로버트는 ‘식량의 종말’에서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관련 인물들을 폭넓게 인터뷰해 밥상에 오르는 식품들의 배후를 생생하게 설명한다. 그는 생산자는 물론 상품거래업체와 네슬레와 크래프트 같은 가공업체, 월마트와 맥도널드라는 소매업체와 식품 서비스 회사 등 세계적 식품망의 다양한 연결고리를 살핀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만과 만연하는 식중독균, 지속되는 기아, 수출 중심 농장으로 바뀌는 제3세계 황무지 등 얼핏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는 일들이 서로 밀접히 연결돼 있는 식품 시스템을 폭로한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당신의 밥상은 안전합니까?”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저자는 먹을거리 지역 공동체 구성과 육류 소비량 축소, 식품에 대한 통제권을 소비자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총3부로 된 책에서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전망해본다.


먹는 행위는 가족과 사회, 정신적 전통까지 포함하는 문화적 행위다. 그러나 이제 많은 이들에겐 불안감과 당황스러움, 죄의식마저 안겨 주고 있다. 나쁜 탄수화물, 좋은 지방, 첨가물, 알레르기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고 있다. 먹는 행위가 식품 시스템과 어떻게 공생을 담보할 것인가.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원고에 사진 한 장 없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저자의 폭로는 의식 없이 식품을 소비하는 우리들을 놀라움과 충격의 세계로 안내한다. 대량마트의 식료품 코너는 언제나 풍성하다. 그러나 지금 당신의 밥상은 안전한가. 2만5000원.



‘우리는 왜…’ / 멜라니 조이 지음 / 모멘토


▲우리는 왜…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을 때 살아 있는 소와 돼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실 육식을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외면하고 있는 연결고리가 있다.


질문을 던져야 한다. 수만 종의 동물 가운데 왜 소와 돼지, 닭, 오리는 혐오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지에 대한 답을 찾아봐야 한다. 왜 그들을 먹는 일에 우리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가. 먹을 수 있는 동물과 먹지 못하는 동물은 왜 구분되는가. 식탁 위에 오르는 수백억 마리의 동물들은 왜 우리 눈에 띄지 않는가.


사회심리학자 멜라니 조이는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육식주의 이데올로기의 실상을 벗겨낸다. 개와 돼지를 상상할 때 떠오르는 단어를 나열해보자. 보통 개는 ‘귀엽다’, ‘충성스럽다’, ‘애정 깊다’, ‘나를 보호해 준다’는 식의 단어를 쓴다. 그러나 돼지는 다르다. ‘땀’, ‘더럽다’, ‘게으르다’, ‘뚱뚱하다’라는 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당신은 어떤가. 저자가 대학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을 가르치는 동안 매 학기 진행했던 이 실험에서 대다수의 학생은 이런 답을 내놓는다. 심지어 돼지는 먹기 위해 키운다는 답을 하는 학생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동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행동이 일관성이 없고 한 번도 반추해보지 않은 이유를 육식주의에서 찾는다. 채식주의는 동물과 세상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가진 것이라 여기고 육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행위. 그래서 아무런 자의식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저자는 명명한다. 그것이 바로 ‘육식주의’라고. 먹는 동물과 먹지 않는 동물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도 철저하게 비판한다.


돌고래처럼 지적이라고 생각하는 동물은 먹지 않고 소나 닭처럼 그다지 영리하지 않아 보이는 동물은‘일상적’으로 먹는다는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칠면조처럼 못생겼다고 여기는 동물을 먹는 것처럼. 여기엔 육식을 정당화하는 신화(?)들이 작용한다. ‘정상이며, 자연스럽고, 필요하다.’ 고기를 먹지 않고 생존할 수 있으며 오히려 육식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신화는 신화이기에 사라지지 않는다.


책은 육식주의 시스템을 분석하면서도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역사를 넘나드는 각종 사례와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별도 박스로 넣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있다. 또 입맛의 후천성과 축산업계의 비밀주의, 권력과의 결탁, 동물들의 고통 감각 능력, 한국의 개고기 시장, 단백질 신화, 톨스토이 신드롬 등 곁들어진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공감을 유도한다. 그렇게 저자는 개와 고양이를 안고 쓰다듬으며 스테이크를 먹는 우리의 육식에 통렬한 하이킥을 날린다. 1만2000원.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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