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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가스 없는 컨테이너박스서 네식구 생활

기자명 법보신문
  • 복지
  • 입력 2011.03.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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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사- 본지 이주민 돕기 공동캠페인
베트남 다문화가정 허세량·노티훙 부부

고정 수입 없어 세 살배기 딸 키우기도 버거워

 

 

▲허세량·노티훙 부부가 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세살 배기 딸 남영이를 찬물로 씻기고 있다.

 


충청북도 보은군 시내에서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30분 넘게 달려 도착한 작은 시골마을 부수리,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노티훙(27) 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차를 세워 인사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집은 보이지 않고 휑한 논과 밭 그리고 덩그러니 놓인 컨테이너박스가 전부다.

 

“집 앞에 나와 있겠다”던 말을 떠올리며 의문 섞인 시선을 돌리자, 노티훙 씨가 손가락을 들어 컨테이너 박스를 가리켰다.
“저기가 우리 집이예요.”


논과 밭이 펼쳐진 시골마을에 놓여있는 컨테이너박스, 당연히 창고일 것이라 생각했던 그곳에서 노티훙씨는 남편 허세량씨와 시누이, 그리고 세 살배기 딸 남영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놀라움을 애써 감춘 채 집안으로 들어섰다. 벽면을 가득 메운 수납상자들과 켜켜이 쌓여있는 이불채가 세평 남짓한 작은 공간을 더욱 좁아보이게 했다.


“주위가 다 논과 밭이라서 바람이 많이 들어와요. 특히 이번 겨울은 너무 추워서 여기저기에서 이불을 많이 빌려왔어요. 수납상자도 바람과 스며드는 냉기를 막으려고 일부러 높이 쌓았어요.”


노티훙씨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이윽고 남편 허세량(44)씨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세살 배기 딸 남영이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섰다. 보은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 두 명까지 포함해 성인 다섯에 아이 한명이 모이자 컨테이너박스는 빈공간이 없을 만큼 빼곡하게 들어찼다.


더욱이 이 곳은 수도, 가스, 화장실 등 무엇 하나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으니 집이라고 말하기도 무색할 정도. 물이라곤 컨테이너 뒤편의 펌프식 수도에서 끌어다 쓰는 농업용수가 전부다. 때문에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남영이를 씻기려면 온가족이 찬바람을 맞으며 수도꼭지 앞에 앉아야 했다. 얼음이 얼 정도로 차가운 물 때문에 남영이는 얼굴과 손을 씻는 내내 “아프다”고 칭얼거렸다. 겨울에는 도저히 목욕을 할 수가 없어 이웃집 욕실을 빌린다.


가스불은 상상도 할 수 없어 부탄가스를 이용해 겨우겨우 식사만을 준비하는 수준이고, 화장실은 인근에 위치한 이동식 간이화장실을 사용한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남영이를 보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살수는 없다고 다짐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들을 더욱 짓누른다.


남편 허세량씨는 7년 전 경운기에 다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골절된 다리뼈에 철심을 박아 넣는 대수술이라, 전신마취를 해야 했지만 한때 양봉을 했던 것이 화근이었는지 마취가 되질 않았다. 어떻게든 철심을 박고 봉합을 했지만 당시의 끔찍한 고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까지 철심을 제거하지 못한 상태라 다리가 뜻대로 움직여지지도 않을 뿐더러 마비증상을 동반한 통증 때문에 일다운 일을 하기 힘들다.


몸도 성치 않고 가난했던 그가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누나 덕분이었다. 대가 끊길까 걱정하던 누나가 4년 전 전재산을 털어 결혼중개업소에 신청서를 넣은 것. 그렇게 만난 짝이 노티훙씨다. 1년만 지나면 집을 지어주겠다는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 당시 23세에 불과했던 노티훙씨가 암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꼬박 3년이 걸렸다.


“한국에 온 것을 후회하면서 매일 울었다”는 노티훙씨는 “어느날 사랑하는 딸 남영이를 위해서라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난해부터는 최소한의 생활비라도 벌자는 생각에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낙 시골마을인지라 일을 할 만한 식당도 몇 개 되지 않아 먹고살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들은 조금씩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간 확장과 수도·가스설비다. 비록 컨테이너박스라도 사람 사는 곳으로 조금씩 개조해 나간다면 남영이네 가족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 안락한 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박스에서 작은 행복을 꿈꾸는 다문화가족에게 불자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농협 032-01-183035 (주)법보신문사 02)725-7014
 

보은=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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