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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과 조계종

기자명 법보신문

선진국. 참 좋은 말이다. 선진국으로 가자는 데 반대할 국민이 있을까? 없다. 문제는 선진화의 내용이다.

 

선진국을 가장 부르대온 정당은 한나라당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시절 ‘선진국’을 내세웠다. 그의 선진국 담론에 핵심은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 이다. 하지만 747은 언제나 한나라당을 두남두는 부자신문에서도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세계 금융위기 탓이라고 둘러대지만 처음부터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이었다.


현재까지 선진화 주장에 상대적으로 가장 체계적 담론을 내놓고 있는 곳은 한반도선진화재단이다. 재단 책임자는 박세일이다. 문제는 한반도선진화재단과 박세일의 선진화 담론이 공허하다는 데 있다. 두루 알다시피 박세일은 한나라당 정책위 위원장과 여의도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에는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의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참여하고 있다. 박세일은 대한민국 60년을 ‘건국-산업화-민주화’로 간추린다. 얼핏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냉철하게 살피면 과거 군부독재 시절을 정당화하는 담론이다.


여기서 과거까지 거론할 지면은 없으니 접어두자. 오늘과 내일을 바라보는 데서도 한반도선진화재단의 문제점은 확연하다. 가령 경제적 선진화를 강조하며 1인당 소득 3만 달러의 ‘항아리 형 경제’를 제시한다. 선진국이란 단순히 국민소득이 높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단다. 국민소득이 비교적 고르게 분배되어야 한다거나, 국민소득은 높더라도 빈부격차가 너무 심하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에선 양심적 보수의 모습도 드러난다.


그런데 생게망게 한 일이다. 이른바 ‘항아리 형 경제’가 신념이라면 지금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수출대기업 중심의 경제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야 옳다. 더구나 박세일이 말한 대로 ‘양극화 축소형 성장’을 이루려면, 신자유주의에 앞장서고 있는 신문들의 보도와 논평에도 문제를 제기해야 옳다.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는 신자유주의를 글로벌스탠더드로 보편화하면서 양극화 해소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포퓰리즘’으로 비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세일은 바로 그 신문들과 더불어 ‘포퓰리즘’ 공격에 가세한다. 박세일이 생각하는 선진화의 주체는 한나라당이다. 실제로 <조선일보>와 선진화 기획을 함께 하고 이명박 정부의 개각 때마다 그의 이름이 들먹여진다.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중심 경제 정책 앞에서 박세일이 침묵만 한다면, 그것은 항아리 형 경제를 구현하자는 담론과 논리적 모순이다. 더 가혹하게 평가하자면 박세일의 선진화 담론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 의식을 희석화 하는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조계종은 이명박 정부가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며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조계종이 한나라당의 대표적 이데올로그인 정치인을 불러 강연을 열거나 ‘자문’을 받고 있다.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오해 없기 바란다. 다양성을 존중하거나 외면하자는 차원의 문제 제기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민생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지금 조계종의 눈과 전혀 다른 싱크탱크를 지나치게 가까이 하는 데 있다. 종단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와 다투면서 정작 그들의 싱크탱크에 귀 기울이고 있는 풍경은 아무래도 어설프다.


▲손석춘 이사장
그래서다. 이참에 오늘의 한국불교가 추구하는 선진국은, 선진 경제는 과연 어떤 나라, 어떤 모습인가를 진지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불교가 경제를 바라보는 눈에 최소한의 균형감각을 지니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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