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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없는 사찰

기자명 법보신문

요즘 시골도량에 가면 ‘참으로 생기(生氣)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르신들만 가득한 우리네 농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종교인구 통계 조사에서 전 국민의 23%에 해당하는 1200만명 가량이 자발적으로 불자라고 밝힌 점을 생각하면 절에 불자가 없고 사람이 없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현상입니다.


불자들이 일상적으로 정진하고 기도하고 참배하는 곳이 도량이거늘 한 달 30일 중 주말과 초하루를 제외하곤 한적한, 그야말로 고요한 산사(山寺)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늘 중생과 함께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전제로 할 것 같으면 도량에 불자가 없다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활기찬 도량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 불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알다시피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은 ‘자비’입니다. 중생들의 일체 고통을 씻어주는 게 바로 ‘자비’입니다. 일체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여기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행원으로 볼 때 한국불교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가장 극심한 고통과 병증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해답을 찾아 실행할 때 비로소 도량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중병 중 첫째는 ‘자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 중 자살률 1위로, 특히 우리 사회의 내일이자 중추라 할 수 있는 20, 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합니다.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만큼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습니다. 전문가들은 10년째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국가의 무(無)대응, 무(無)대책이 문제를 더욱 키웠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고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까지 기다릴만한 여유도 없으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마음병’을 가장 잘 치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간직하고 있는 불교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자살은 무간지옥에 떨어질 만큼 엄중한 과보를 받을 만큼 잘못된 선택이며 고통을 피해 선택한 자살은 결코 끝이 아니라 다음 생에 더 큰 고통만이 따른다고 경계하셨습니다. 전염병처럼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자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출가의 대중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는 명상과 참선을 일상에서 실수하면서 사람들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를 확고히 정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출가 도반과의 탁마를 통해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완성해 가는 습의를 익힐 수도 있습니다. 전국의 사찰에서 수시로 단기출가를 실시한다면 더욱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발원하는 것이 곧 ‘출가’의 근본 목표라는 인식도 고취시킬 수 있습니다.


불교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 이주민 며느리와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이주민은 현재 120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이 두세 명의 자녀를 둔다면 불과 몇 년 후면 이주민과 관계된 계층의 수는 수백만명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현재와 같이 이들이 사회에서 소외받으면서 불우하게 성장한다면 우리 사회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수백만명의 이주민 계층이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성장한 이후에는 ‘치유’가 불가능합니다. 전국의 사찰들이 불교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이라도 보듬으면서 신행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이주민들은 분명 한국불교와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긍정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노현 스님
생기 없고 정적인 도량이 생기가 넘치도록 하려면 중생의 고통을 해소하는 길 이외에는 없습니다. 우리 불자들이 지역의 고통을 해소하고 지역에 희망의 종자를 파종할 때 도량에는 비로소 생기가 넘치게 됩니다.


노현 스님 속리산 법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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