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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립대학 동국대에 채식식단 없는 건 모순”

기자명 법보신문
  • 생명
  • 입력 2011.04.25 17:22
  • 수정 2011.04.28 20:42
  • 댓글 0

고미송 동국대 연구원, 불교평론 4월 열린논단서 주장
10년 동안 채식 생활…“불살생 교리에도 실천은 미흡”
“초기경전으로 육식 정당화는 자기합리화일 뿐” 지적

▲고미송 동국대 연구원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 가축전염병으로 1000만 마리의 동물이 인간에 의해 생명을 잃었다. 사회에서는 인간의 육식 탐욕과 공장형 축산업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었다. 불교계에서도 이에 동참하는 모양새였다. 천도재를 봉행하고 각종 세미나로 생명 존중과 채식의 가치를 알려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장은 채식의 필요성, 불교의 역사와 교리 속에 생명관과 채식을 이해하는 방법에 치우쳤고 실천은 전무했다. 이 가운데 고미송〈사진〉 동국대 영상문화콘텐츠연구원 전임연구원이 4월21일 불교평론 4월 열린논단에서 10년 간의 채식 경험을 토대로 불자들 사이에서 채식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종립학교인 동국대에서조차 채식식단을 찾아볼 수 없다”며 “불교를 장려하는 대학교가 채식을 하나의 바람직한 선택으로 설정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의 불교계 인구가 채식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말을 꺼낼 땐 한약 복용이나 동물권 옹호론자, 다이어트 등의 반응뿐 한 번도 “불자세요?”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불살생이 오계의 첫 번째 덕목임에도 불교의 이미지는 채식과 거리가 멀다는 일침이었다.


발표는 10년 전 채식을 한 계기부터 채식으로 힘들었던 시간들로 이어졌다. 육식을 35년 동안 해오던 그가 채식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이유는 인간과 자연의 동반자 관계를 보고서로 준비하면서 접한 몇 권의 책이다. 가축제도의 억압을 다룬 책을 통해 가축과 인간의 관계가 노예제도보다 더한 학대와 학살이라고 느꼈다. 그는 동물을 축사라는 감옥에 가두고 강제로 수정시킨 후 새끼를 낳으면 빼앗고 다시 수정시키며 마지막에는 도살장으로 끌고 가 잔인하게 죽인다는 대목에서 인간의 탐욕을 봤다.


또 고깃집 간판에 내걸린 웃는 모습의 소와 돼지, 닭은 육식 탐욕의 이미지였다. 어떤 생명도 죽음을 무릅쓰고 자신의 살을 내주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웃는 소와 돼지, 닭은 육식을 즐기는 인간의 탐욕을 예쁘게 포장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결국 인간이라는 종의 기득권에 편승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학살에 눈 감은 채 입맛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비겁한 자신을 깨달았다.


당시 분열이 일어났다고 회고했다. 분열의 경험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닭고기를 좋아했지만 닭다리에 있는 뼈와 힘줄을 볼 때, 생선 한 마리가 통째로 접시 위에 놓여 있을 때 눈을 못 마주친 유년과 진보단체에서 고사를 지낼 때 상 위에 오른 돼지머리를 보고 프랑스대혁명의 단두대가 떠올랐던 기억들. 특히 TV 다큐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 밀렵꾼과 다투던 동물보호단체 사람들이 일이 끝난 후 저녁에 바비큐를 먹던 모습은 잊지 못한다. 가족과 동료들에게 그의 생각은 부적절하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그는 금기를 건드렸다는 느낌을 수차례 느꼈다고 돌이켰다.


불교 안에서 채식하던 경험은 특별(?)했다. 역설적이게도 엄격했던 그의 채식‘계율’을 풀어버리게 했다.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로서 만난 몇 분의 스승들이 채식을 옹호하기보다 고기를 먹으라고 직간접적으로 권했다”고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여생에 다신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비장한 결심을 한 그에게 스승의 말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걸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고자 기꺼이 고기를 먹었지만, 육식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다수의 수행자들과 스승이 못마땅하게 여겨지는 ‘걸림’은 계속됐다. “수행자 집단에서 모두가 기존 방식대로 육식을 할 때 ‘나 홀로’ 채식을 고집하는 것은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스승의 용인 아래 육식을 하는데 홀로 스승의 권위에 도전하는 점과 그 결과 채식하지 않는 이들을 간접적으로 비난하게 된 점에서 갈등이 생긴 것이다. 결국 개인적으로 채식을 하지만 사회적 실천으로써 채식주의는 지향하지 않게 됐다.


불자라면 부처님 말씀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나 채식의 이해와 실천은 각자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섣부른 자기합리화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피치 못하게 육식(살생)을 하게 된 사람이 간절하게 상대를 천도하는 마음을 내는 일과 순전히 입맛 때문에 끼니마다 고기를 먹는 사람의 “천도”라는 자기합리화는 분명 구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삼정육이 언급됐다.‘자신의 눈으로 죽이는 것을 보지 않고(不見), 자신을 위해 죽였다고 듣지 않은(不聞), 자신을 위해 죽인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가지 않는(不疑)’ 제한적인 육식 허용을 반박했다. 그는 “경전을 ‘육식 면허증’ 정도로 받아들여 편한 대로 가르침을 이용하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현대사회의 공장형 축산업은 불특정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기를 생산한다.‘나를 위해 죽이지 않은 고기’라는 개념은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축산업의 발달이 증가하는 육식 수요와 맞물려 있는 까닭에 공업중생인 불자 역시 생산자이자 소비자였다.


그는 육식문화의 폭력성과 기만성을 ‘폭로’하고 ‘고발’하는 수준의 채식주의에서 육식의 진실을 직면하고 용서, 참회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 서울대 내에 채식식당이 생기고 세종대에 주 1회 채식식단이 도입된 사실에 주목했다. 철저한 채식을 하며 사회적 실천차원에서 채식을 전파하고 싸움도 마다않는 한 사람의 채식주의자가 눈에 띠는 변화를 가져온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최소한 불교계 행사나 모임에서만큼은 식사를 채식으로 통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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