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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사문유관 중 병자를 만나는 태자

기자명 법보신문

몸은 야위고 배는 부풀어 오른 병자

 

▲2~3세기, 간다라, 파키스탄 페샤와르박물관

 

 

 

불전문학에서는 싯닷타 태자가 동서남북 네 문을 통해 밖에서 경험한 일들을 사문유관(四門遊觀) 또는 사문출유(四門出遊)라고 한다. 왕궁의 호화로운 환경 속에서 인생의 부정적인 면을 경험하지 못한 싯닷타 태자는, 어느 날 나들이를 나갔다가 동쪽 성문에서 나이든 허리가 굽은 노인을 만났고 남쪽 성문 근처 길가에서 아픈 사람을 보았다. 서문을 나서다가 한 무리의 장례 행렬과 맞닥뜨렸고, 북문 근처에서 머리와 수염을 깎은 수행자를 만났다.

싯닷타 태자는 노인과 아픈 사람 그리고 장례식을 보고는 인생의 고통과 허무를 깨달았고, 출가 사문을 보고는 구원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즉 네[四] 개의 문[門]을 거닐다[遊] 보고[觀] 깨달은 것이 사문유관이다. 이 이야기는 싯닷타 태자가 출가를 결심하게 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는 사건으로 불전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부처님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는 3세기 경 마니교가 널리 퍼졌던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기독교 성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그루지야어 판본 『발라바리아니(The Balavariani)』 및 그리스어 판본 『바를람과 요사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사문유관의 이야기는 각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조선시대 팔상도 가운데 세 번째로 등장하는 사문유관은 네 문에서 일어난 사건이 한 장면에 표현되고 있다. 간다라 미술 중에는 남쪽 문에서 아픈 사람을 만나는 장면이 남아 있다. 야외에서 벌어지는 장면임을 나타내기 위해 태자의 뒤쪽으로 나무가 묘사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갈비뼈가 앙상한 아픈 사람이 땅바닥에 주저 앉아 있다.

 

 

▲유근자 박사
 

‘수행본기경’의 “하늘사람이 병든 사람으로 변해 길 곁에 있었다. 몸은 파리하고 배는 컸다”는 내용처럼, 유난히 큰 배와 앙상한 갈비뼈의 병자 모습은 경전의 내용과 일치한다. 왼쪽의 성문을 나서는 태자의 뒤에는 카필라 성의 수호 여신이 뒤따르고 있다. 

 

유근자 박사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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