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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희망공감 청춘콘서트’ 법륜 스님과 김제동

기자명 법보신문

“예측 불가능한 일 만들며 즐겁게 도전하라”

 

▲달변가들이 만났다. 둘 다 식성이 같다. 육식을 하지 않는다. 한 명만 삭발했고, 승복을 입었다. 다른 이는 개그맨이었다. 입담 자랑, 만담이나 하려고 얼굴을 맞댄 건 아니다. 20~30대 청춘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 마주했다. 법륜 스님과 김제동씨가 한 무대에 올랐다. 둘은 ‘행복, 우리세대의 정체성과 자립하는 삶’을 대화로 풀어냈다.

 

 

달변가들이 만났다. 둘 다 식성이 같다. 육식을 하지 않는다. 말투도 비슷해졌다. 최근 자주 붙어 다녀서 그렇다고 했다. 한 명만 삭발했고, 승복을 입었다. 다른 이는 개그맨이었다. 입담 자랑, 만담이나 하려고 얼굴을 맞댄 건 아니다. 20~30대 청춘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나누기 위해 마주했다.


5월22일 일요일 오후,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는 ‘2011 희망공감 청춘콘서트’가 열렸다. 카이스트 학생 자살과 비싼 등록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청년실업, 연애, 가족 문제. 답을 구하고 싶은 청춘들이 모였다.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이사장 법륜 스님, 원장 윤여준) 작품이다. 5000석 규모의 전당은 빈자리가 없었다. 공식카페(cafe.daum.net/chungco n)서 모집한 좌석 티켓이 일찌감치 동났다. 뜻 깊게도 순수기부로 이뤄졌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조국 서울대 교수, JTS홍보대사 배우 김여진, 법륜 스님, 개그맨 김제동 모두 재능을 기부했다. 경희대가 평화의 전당 공간을 제공했고, 행사준비는 20대들로 이뤄진 ‘꿈꾸는 청춘’들이 100% 자원봉사했다.


법륜 스님과 김제동씨가 한 무대에 올랐다. 스님은 즉문즉설로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데 달인이다. 눈이 째진 개그맨은 말솜씨로 심금을 웃고 울리는 언어술사다. 둘은 청춘들에게 ‘행복, 우리세대의 정체성과 자립하는 삶’을 대화로 풀어냈다.


김제동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스님 옆에서 하느님께 기도했다”며 스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객석이 빵 터졌다. 그는 삭발한 스님 머리에 잠깐 눈길을 줬다. 입담은 거침없었다. “스님은 제가 본 사나이 중에 가장 쿨 가이다. 시원시원하시다. 보기에도 그렇죠?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하하하.” 기자에게 부탁까지 했다. 혹시 사진을 배포하려면 스님과 같이 있는 모습이 경북 지방에 안 나가게 해 달랬다. 어머니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란다. 여기저기서 웃음과 박수가 나왔다. 스님이 물었다. “돈 받고 티켓 팔아서 청중 앞에서 말할 때와 공짜로 할 때와 기분이 어떠냐.” “돈 받지 않아서 의무적으로 웃기지 않아도 된다. 안 웃으면 청중이 손해다. 그래서 공짜가 행복하고 편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스님은 “행복하다고 하니 끝나면 돈 좀 내고 가시라”라며 협박(?)했다. 생뚱맞다. 그러나 대답이 공자 뺨친다.


“자기 욕심 때문에 갈등 생겨”


 

▲청춘콘서트에 자리한 20~30대 청중은 스님과 개그맨이 전하는 희망과 행복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예전에 톨게이트 지날 때 뒷사람 비용 내주기 운동을 한 적 있어요. 한 사람이 뒷사람 몫까지 내고 갔죠. 다음 차가 들어오자 ‘앞 분이 내셨어요’하니까 ‘그러면 뒷사람 몫이요’하고 갔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돈을 더 낸 사람은 한 명입니다. 그러나 몇 천 명의 기분은 하루 종일 좋았겠죠? 여러분에게도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다음 청춘콘서트가 열리도록 해 주세요. 부산서는 대구를, 대구에선 다른 지역을 가게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전국을 돌아 다시 서울로 오겠습니다.”


환호와 박수가 잠잠해지자 갑자기 스님이 진행을 자처했다. “제동씨는 TV에서 이런 거 많이 하니까”라며. 그가 목소리를 깔았다. “TV에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스님. 한 동안 안 나왔습니다.”


스님은 청중과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질문이 스님에게 쏟아졌다. 본격적으로 스님이 나섰다. 그가 청중의 웃음보따리를 열었다면 스님은 응어리를 풀었다. 스물 넷 대학생이 물었다. 부모의 잦은 다툼이 고민이었다. 아버지는 자식들이 학업을 마치면 출가를 마음에 뒀다.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괴롭다고 토로했다.


“부모님이 싸우기 때문에 괴로운 게 아니에요. 내가 어리석기 때문이죠. ‘안 싸우면 좋겠다’하는 자신의 욕구가 이뤄지지 않아서 힘든 겁니다. 24세면 성년인가요, 아닌가요? 성년이죠. 인생은 스스로의 몫입니다. ‘내 아빠’, ‘내 엄마’라는 생각을 끊으세요. 현실적으로 나라도 싸움 구렁텅이에서 나와서 언젠가 부모님을 건져내는 힘을 갖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니 두 분이서 마음이 안 맞아도 내가 클 때까지 나를 안 버리고 살아주신 거에 감사드리세요. 그리고 다 컸으니 부모님께 자기 행복을 찾으라고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질문한 이의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 밝아졌다. 스님은 “제동씨, 말이 안 되는 거 같아도 들어보니 되죠?”라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그래서 제가 스님을 따라다니잖아요. 부모님은 지금 제가 교회에 있는 줄 아신다”고 받아쳤다. 그리고 스님의 대답에 웃음을 섞었다.


“아빠가 출가한다고 하시면 ‘원빈처럼 머리카락 멋있게 깎으세요’라고 하세요. 혼자서 거울 보면서 멋지게, 원빈 아저씨 같게. 사실 말도 안 됩니다. 잘 생기고 싸움 잘하고 미용기술까지 있으면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요. 스님은 지금 원빈이 누군지 모르십니다. 하하하.”


카드 대출 업무를 하는 스물아홉 여성 직장인은 스트레스가 많았다. 벌이는 괜찮지만 높은 이자를 낮게 눈속임해서 달콤한 말로 유혹하는 현실을 싫어했다. 누군가 자신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될 것을 두려워했다. 출근이 끔찍하다고 했다. 그만 둔다는 말을 꺼내놓았고 8월까지 근무하기로 했다고 고백했다. 이번에도 상담하는 사람은 그가 아니었다. 그는 스님 대답에 고개만 끄덕였고, 객석은 웃음과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군수산업체에 취직해 연봉 1억을 받는다고 합시다. 하는 일을 보니 주로 미사일과 폭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나만 돈 받아서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하세요. 인생은 선택이에요. 그러나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 건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매일 쫓기는 게 행복하세요? 재능을 의미 있게 사용하세요. 스님의 의견을 묻는다면 미련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도 8월까지는 일해야겠죠?”
“네. 하하하. 평생 다닐 뻔 했는데 8월까지 근무하는 게 뭐가 대수인가요. 다니세요.”


현직 교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놀이 위주 수업으로 경고를 두 번이나 받았다고 했다. 아이들은 유명 등산 의류인 노스페이스 잠바를 입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밝힌 이유가 씁쓸했다. “우리나라 교육이 산으로 가고 있어서”다. 그가 나설 차례였다.


“실패에 좌절·절망하지 말라”


“제가 만들고 싶은 학교는 ‘숨결’입니다. 스님께 들은 말씀인데, 우리는 숨 쉴 때 피 흘리는 노력 없이도 쉽니다. 그런 학교를 운영하고 싶어요. 주문식이죠. 아이들이 요구하면 도와주는 거죠. 책을 읽거나 놀고 싶거나 자고 싶으면 그렇게 하게 할 겁니다. 책임이요? 그러면 공교육은 다 잘 됐나요? 기왕 잘못될 가능성이나 잘 될 수 있다면 행복한 쪽이 좋지요.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원어민 강사를 초빙해, 아이들이 한글을 가르치게 할 거에요.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 말을 못하듯 우리도 못하는 게 당연하단 사실을 느끼게 해 줄 겁니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 자랑일 수 있지만 못하는 게 수치가 되면 안 됩니다. 물건 팔 때 영어 두 마디면 됩니다. 사면 생큐, 안사면 뻑큐.”
그가 웃음폭탄으로 객석을 초토화시켰다. 스님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은퇴해야겠어요. 우리 제동씨가 답변 잘했네요. 근데 머리카락은 깎아야 돼.”


김제동씨는 사뭇 진지한 말로 마무리했다. “‘얼음이 녹으면 ○이 된다’는 질문에 한 아이는 ‘봄’이라고 썼지요. 그런데 빨간 줄이 그어졌습니다. 다신 그 아이는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는 ‘북극곰이 울어요’라고 적었습니다. 또 빨간 줄. 창의성을 고스란히 나눌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도 그래요. 자신을 가둬 두지 마세요. 웃음은 혁명입니다. 바로 창의성이지요. 예측 가능한 것에 사람들은 웃지 않습니다. 엄숙한 장례식장에 누군가 발가락 양말을 신고 오면 웃깁니다. 술에 취해 향이 아니라 국화꽃에 계속 불을 붙일 때, 결국 꽂을 때 미치도록 웃기지요. 그 사람이 절을 한 번 하고 가니까 유족들이 ‘두 번 더 해야 합니다’라고 하자 ‘친한 사람이에요’라고 답하면 웃깁니다. 예측 가능한 것은 창의성도 없고 웃기지도 않습니다. 끊임없이 예측 불가능한 일을 만드는 것, 그래서 늘 생기 있고 웃기고 즐거운 것. 사뿐사뿐, 즐겁게 도전하십시오. 통통 튀어 봅시다. 여러분은 자격이 있습니다. 당당하고 자유롭게 자기의 이유로 살아가세요.”


은퇴한 ‘경향신문’ 김택근 기자는 이렇게 젊음을 정의했다. “젊음은 티가 없다. 음모도 없다. 절망하지 않는다. 슬픔은 있지만 푸르다. 눈물은 흘리지만 맑다.” 그렇다. 축구선수 박지성처럼 좌절할지언정 무릎 꿇지 않는 게 젊음이다. 그래서 법륜 스님과 김제동씨의 말처럼 “재밌게, 사뿐사뿐 즐겁게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일에 도전”해 봄직하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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