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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담 독소, 사람도 죽인다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1.07.04 14:48
  • 수정 2011.07.04 14:52
  • 댓글 0

최근 지하철에서 아연실색할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할머니가 예쁘다고 아이를 만졌다가 아이 엄마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이 있는가 하면 20대 남자가 80대 할아버지에게 욕설을 퍼붓는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세상이 이래도 되는가 싶지만 그들만의 사건만은 아닌 듯합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비수로 꽂히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내상을 입은 상대는 그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인터넷 댓글에 상처 입고 목숨을 끊는 유명인사가 얼마나 많습니까?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합니다. 인격은 단순한 성격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성격은 개인이 갖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을 이릅니다. 인격은 좀 더 깊으면서도 포괄적입니다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는 항상 선적이고 이타적이기에 향기가 납니다.


말은 참 묘합니다. 어떤 말은 약이 되지만, 어떤 말은 독이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사람과 식물의 관계 속에서 반응하는 실험에서도 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똑같은 환경 조건에서 ‘사랑 한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식물은 싱싱한데, ‘넌 정말 싫다’는 말만 듣고 자란 식물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금방 시들어 버립니다.


말에서 전해지는 파동과 파장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과학계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악담을 하는 순간 독소가 나오는데 피 1cc에서 나온 독소로 10여명을 죽일 수 있다고도 합니다. 나쁜 말이 주는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면, 좋은 말은 상대방에게 큰 힘을 선사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지 않습니까.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그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노력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도 이에 해당 합니다. 상대방을 칭찬하고, 부드럽게 대하면, 상대방도 내 말에 따라 착하고 부드럽게 변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지요.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려 한다면 나 자신부터 변해야 합니다.


산사에서 독경할 때 ‘정구업진언’을 먼저 하는데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작정을 했든, 무심코 던졌든, 내 스스로 지은 구업을 참회하며 내 입부터 청정케 하기 위해서입니다. 몸과 입, 뜻의 삼업(三業) 중 다른 업은 세 가지씩 있으나 구업에는 거짓말(망어·妄語), 한 입으로 두 가지로 하는 말(양설·兩舌), 욕하는 말(악구·惡口), 꾸미는 말(기어·綺語)등 네 가지가 있습니다. 그만큼 입이 짓는 업이 크므로 조심하고 숙고해야 합니다.


중국 당나라 때 무착(無着) 스님은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오대산을 찾았습니다. 소임은 법회에 오는 사람들에게 밥을 배식하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남루한 여인이 두 아이를 데리고 와서는 밥을 달라 청했습니다. 여기서 사단이 났습니다. 여인이 자신과 두 아이는 물론 뱃속에 든 아이의 몫까지 달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무착 스님은 화를 내며 ‘얻어먹는 주제에 욕심이 많다”고 나무라면서 욕설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여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문수보살의 진신(眞身)을 만나고도 알아차리지 못한 겁니다. 욕설 하는 무착 스님에게 문수보살이 보일 리 없었던 것이지요. 그는 참회하고 다시 각고의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러한 무착 스님이 문수보살로 화현한 균제동자로부터 받은 법문이 있습니다. ‘무착게송’으로도 알려진 다음 한마디에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 노현 스님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말’은 주워 담을 순 없지만 그에 따른 업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겁니다. 산에서 소리친 말이 메아리로 돌아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노현 스님 속리산 법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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