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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센텀의료재단 박종호 이사장

기자명 법보신문

인공 관절의 달인, 소외 이웃에 자비 인술 전하다

 

▲ 센텀의료재단을 이끌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에도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해 온 박종호 이사장. 그는 “사람의 마음을 고쳐주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폭우가 쏟아졌다. 팔, 다리, 목, 흉부 등 뼈, 관절이 다친 외상 환자들에게 이런 날씨는 곤혹이다. 뉘엿뉘엿 해는 기울어 병원을 찾은 방문객들도 하나 둘 돌아가고 비 때문에 올 사람의 발길마저도 끊겼다. 그 시각, 부산센텀병원 로비에서는 링거를 들고, 목발을 하고,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모여들었다.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귀에 익숙한 옛 노래로 시작된 작은 공연. 병원에서 안내와 이동도서관 운영을 담당하는 ‘허허원(주지 정타 스님)’ 봉사자들이 준비했다. 행사 내내 환자들은 육신의 고통을 잠시 잊은 듯 환한 얼굴로 함께 노래하고 열렬히 박수를 쳤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사람, 바로 센텀의료재단 박종호(56·향천) 이사장이다.


“서양 의학이 눈에 보이는 부분을 치료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치료도 중요합니다. 음악은 마음을 치유하는 훌륭한 치료제입니다. 화려한 출연진이 아니더라도 무대 위의 음악인은 이 시간 동안 누구나 의사가 되는 겁니다.”


그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부산센텀병원은 2002년 개원한 이후 인공 관절에 대한 네비게이션 항법 장치를 이용한 시술을 선도하며 2008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정형외과 전문 병원으로 지정 받았다. 지난 3월 기준 인공 슬관절 수술 4208건, 인공 고관절 수술 812건, 척추 수술 5821회를 시행하며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의료법인 센텀의료재단 이사장도 맡아 지난 2009년 자매 병원인 서부산센텀병원을 설립했고 부산센텀병원을 3배로 증축하는 계획도 추진 중인 박 이사장. 이 같은 병원의 성장에는 항상 소리 없는 보시도 뒤따랐다. 병원 음악회를 수시로 마련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사회의 크고 작은 모금운동마다 동참, 병원 명칭이 언론에 자주 거론되는가 하면 국제적인 의료구호단체인 그린 닥터스 활동까지 ‘나눔’의 범위는 크고 다양했다. 그리고 그 인술의 바탕에는 불교의 가르침이 있었다.


모금·해외 구호 활동 등 나눔 실천


“부산대 의과대학을 다닐 때부터 불교 학생회에 가입을 했었지만 활동을 열심히 하진 못했습니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된 이후에도 그저 일하는 의사였지요. 그런데 울산 강서병원 병원장을 맡았던 1995년 통도사 방장이셨던 월하 스님을 뵈면서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의 가치와 ‘마음’의 중요성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통도사와 인접한 곳에 살던 그의 장인은 독실한 불자였다. 특히 월하 스님이 장인의 집에서 쉬고 갈 때면 그는 울산에서 양산으로 한 걸음에 달려와 영양제와 피로회복제를 놓아드렸다. 이를 계기로 통도사가 위치한 하북면의 주민들을 위해 무료 건강검진과 진료도 정기적으로 시행했다. 그를 눈여겨 본 월하 스님은 주치의가 따로 있었지만 입적할 때까지 그의 인술 또한 아끼고 가까이 했다.


“스님께서는 제게 늘 ‘향화방초(香花芳草)’를 강조하셨어요. 작은 일을 하더라도 주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이제 막 병원 운영을 시작하는 제게 하심과 나눔의 가치를 항상 새기며 살도록 이끌어 주셨어요. 하북면을 비롯한 농어촌과 도서지역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하고 독거어르신 무료진료를 하게 된 것도 사하촌 주민들을 배려하는 스님의 삶을 곁에서 볼 수 있었던 덕분입니다.”


월하 스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에게 불심의 씨앗을 뿌렸다면 봉암사 전 주지 함현 스님은 현재 그가 가장 믿고 가르침을 구하는 선지식이다. 4년 전 지인의 소개로 봉암사를 찾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향천(香川)’이라는 법명도 스님으로부터 받았다. 특히 3년 전 병원 인력 관리에 있어서 큰 시련이 닥쳤을 때 고비를 넘길 수 있는 지혜를 일러준 분도 바로 함현 스님이었다.


“당시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견뎌야 할 지 몰라 갈 길을 잃었었지요. 그 때 스님께서 글귀를 하나 주셨어요. ‘추운 겨울을 견딘 소나무가 더 푸르듯이 어려움을 겪어야 장부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픔이 클수록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씀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냈고 그 때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픔은 지나갔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직원들을 먼저 헤아리는 병원장이 되겠다는 발원을 세웠다. 직원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도 지나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중국 쓰촨(四川)성 대지진 이후 한국 의료진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그린닥터스 소속 응급 의료단장을 맡은 사실은 지금도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여진의 공포와 전염병 등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5박6일 동안 피해 현장에서 그가 이끈 의료단은 1000여 명에게 인술을 펼쳤다.

 

 

▲ 병원 로비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음악회.

 


월하 스님과의 인연이 봉사 계기


지난해 모친상을 당했을 때도 친척과 지인들이 보내 준 부의금을 모아 부산 사랑의 열매에 2천만 원을 보냈다. 또 그는 사고나 손상의 위험성을 알려 예방하기 위한 대한손상예방협회를 만들었다. 이는 부산시 재난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공공기관, 학계, 언론계, 의료계, 시민단체 등의 뜻있는 사람들이 5년 간 준비한 모임이었다. 이 활동으로 지난해 부산시청에서 열린 방재의 날 기념식에서 재해대책 및 예방에 대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어려운 이를 위한 의료 지원은 국경을 초월했다. 몽골 출신 산업재해 근로자의 치료를 무상으로 진행했으며 부탄에서 간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린포체를 적극 돕기도 했다.


굵직한 보시행 가운데서도 무료급식소 허허원은 그가 항상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단체다. 월하 스님을 모실 때부터 알고 지낸 정타 스님이 3년 전 부산에 무료급식소를 개원한다는 소식은 무더운 날 소낙비처럼 반가웠다. 그렇게 후원을 시작했고 허허원도 이에 보답하듯 병원에서 안내 봉사, 이동도서관 운영과 더불어 음악회 기획, 진행까지 담당하고 있다.


“불교의 대사회 활동은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하게 회향되어야 하겠지요. 제가 병원을 운영하는 것도 사회를 위한 일입니다. 내 것, 나의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내가 관리하는 것일 뿐이지요.”


무엇보다 그는 이 모든 활동의 근원은 ‘건강’이라고 말한다. “병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다”고 언급한 그는 “우리 몸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있는데 교감신경은 남을 이기고 화를 내는 역할을 한다면 부교감신경은 나를 가라앉히는데, 이 두 신경이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종교와 예술은 부교감신경 촉진해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돌아가게 해서 자기의 본래 마음을 찾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병원 이사장이면서도 여전히 가운을 입고 환자들을 대하는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좋은 의사이고 싶습니다. 의사는 약을 주거나 수술하는 사람이기 보다는 질병을 예방하고 마음과 몸을 관리하는 법을 통해 건강한 삶을 안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에 맞게 바른 음식을 먹는 식생활과 긍정적인 마음,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건강한 삶의 기본입니다. 그 가운데 마음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마음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을 올바르게 믿고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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