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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랑은 원효 뛰어넘는 동아시아 사상가”

  • 교학
  • 입력 2011.07.22 14:29
  • 수정 2018.05.28 21:35
  • 댓글 1

동국대 김성철 교수 ‘승랑- 그 생애와…’ 펴내

생애와 사상 새롭게 집대성
관련 자료들 모두 번역․주석
기존 연구성과 선별해 정리
외국학계 승랑 격하도 비판

 

▲ 중국의 천태, 화엄, 선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고구려 승랑 스님. 그는 김성철 교수의 7년간의 노력에 의해 1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고구려 출신으로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초석을 다진 승랑(僧朗, 450~530?) 스님이 역사의 전면으로 부각된 것은 1907년 일본학자에 의해서다. 승랑 스님의 사상은 승전→법랑→길장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신(新) 삼론학의 시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능화를 시작으로 국내외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승랑 스님의 사상은 천태 교학과 남종선 수행론 창출의 근간이 됐으며, 화엄학의 연원도 그로부터 비롯됐다는 등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승랑 스님에 대한 연구는 오랜 세월 많은 혼선과 논란을 겪어야 했다. 지금까지도 승랑 스님의 본래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그에게 삼론을 가르친 스승은 누구였는지, 승랑 스님이 남조 불교계에 전했거나 창안했던 신 삼론사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원효나 원측 스님과는 달리 승랑 스님은 독립된 전기나 저술이 전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승랑 스님의 삶과 사상의 지도를 정확하게 그려낸다는 것은 방대한 문헌의 바다 속에 뛰어들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곳에서 승랑 스님과 관련된 기록들을 일일이 찾아내 모두 취합한 뒤 서로 대조함으로써 작업가설을 세워야 한다. 또 가설들을 반증하는 사례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정설을 확정해야 하며, 그렇게 채택한 정설들을 논리정연하게 엮어내야 한다.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교수가 최근 펴낸 ‘승랑-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지식산업사)는 승랑 스님과 관련된 자료들을 모두 취합하고 선학들의 연구 성과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후 타당한 학설을 가려내 승랑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집대성한 ‘승랑학’ 연구의 텍스트라 할 수 있다.

인도 중관사상을 전공한 김 교수. 그가 동아시아 중관학자라 할 수 있는 승랑 스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0년부터다. 학술회의에서 승랑 스님과 관련된 논평을 맡으면서 이에 대한 정리가 절심함을 확인했고, 언젠가 동아시아불교로 연구영역을 넓혀 승랑 스님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것을 다짐했다. 2004년, 기존 연구들을 마무리한 김 교수는 그 지난한 작업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먼저 승랑 스님에 대한 과거 연구성과 가운데 삼론학 문헌에 실린 내용과 상반된 주장을 담은 현대 연구성과들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면서 승랑 스님을 처음 소개한 사카이노 코요, 중국의 저명학자 탕융퉁(湯用彤) 등 학자들이 승랑 스님의 위상을 크게 격하시키고 있음을 알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김 교수는 2005년 2월부터 본격적인 연구논문 발표를 시작했다. ‘승랑의 생애에 대한 재검토’란 이름의 시리즈 논문을 통해 승랑 스님의 생몰연대, 삼론 학습과정, 고구려 요동을 떠나 섭산의 서하사에 머물기까지의 행적, 교화한 인물 등에 대해 새로운 이론과 근거를 제시했다. 동시에 ‘약교이제설 창안자는 승랑이 아니라 광주의 대량’이라고 주장한 일본학자 사토 테츠에이의 논지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또 삼론학 문헌에 실린 다양한 호칭 가운데 승랑의 특칭(特稱)이 무엇인지 조명했고 그런 특칭과 관계된 내용들을 취합해 꼼꼼히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양무제의 ‘주해대품서’와 그의 장남인 소명태자의 ‘해이제의’가 승랑 스님의 영향 아래 저술됐음은 물론 소명태자의 이제해석과 그 연원이 승랑 스님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으며, 그의 사상의 특징까지 심층적으로 규명했다.

▲ 김성철 교수의 ‘승랑-그 생애와 사상의 분석적 탐구’.
 

이 책에는 승랑 스님의 호칭문제, 탄생시기, 출가와 불전학습, 강남에서의 행적, 스님의 입적과 삼론학파의 성립 등 스님의 생애와 관련된 문제를 비롯해 삼론학 특징과 승랑 사상의 성립배경, 승랑사상의 특징 등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또 그동안 국내외 학계에서 이뤄진 승랑 스님 관련 연구들 가운데 의미 있는 것들을 선별해 그 요점을 정리하고 있으며, 각종 대장경과 사서(史書) 등에서 발견되는 스님 관련 기록들을 모두 모아 번역하고 상세한 주석까지 덧붙였다. 실로 7년간의 성실함과 신념이 일궈낸 역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교수는 승랑 스님을 재조명하는 것은 고대 한국의 사상가 가운데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위대한 인물을 온당하게 자리매김하는 일이며, 우리 불교의 전통적 수행법인 간화선을 토대를 다지는 일이라고 말한다. 간화선의 뿌리가 남종선에 있는데, 그 남종선은 승랑 스님의 삼론학이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역사적으로 삼론학의 토대 위에서 남종선이 탄생했다는 사실은 실천적으로도 삼론에 대한 교학적 이해가 무르익어야 남종선 전통의 선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역사는 역사학자의 눈에 비친 과거라는 말이 있다.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중흥조로 원효를 능가하는 승랑 스님. 김 교수에 의해 그가 15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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