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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교리의 현대화-서문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교리는 박제된 동물표본과 유사
세상은 바뀌었는데 설법은 구태의연

200년 기독교가 1700년 불교를 압도한 연유를 살펴보았다. 동해에서 트럭의 수조에 산 오징어를 담아 서울까지 달려오면 생존율은 30% 남짓이었다. 누구인가 꽃게를 수조에 넣자 생존율은 80% 이상으로 올라갔다. 산 오징어들이 꽃게에 잡히지 않기 위해 긴장을 하고 운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불교는 아무런 긴장과 성찰이 없이 너무 오랜 동안 잠을 잤다. 이제 그만 잠을 깨야 한다. 위기는 늘 기회의 도약대다. 지금 기독교와 정권으로부터 당하고 있는 수모와 압박을 잘 성찰하면 외려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기독교가 불교를 압도하게 한 요인은 지면관계상 생략한 것까지 합쳐서 대략 열다섯 가지 정도다. 이 가운데 서세동점, 미군정과 대미종속과 같은 역사적 요인을 제하면 나머지는 불교가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있는 것은 교리의 현대화다.


기독교가 불교를 압도한 첫째 이유는 현대를 이룬 세 성과인 과학기술, 합리성, 자본주의는 물론, 현대인의 삶과 결합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오랜 동안 기독교는 ‘계몽, 신식, 선진’이었고, 불교는 ‘미개, 구식, 후진’이었다. 지금 불교교리는 박제화하여 전시하여 놓은 동물표본이다. 박제화한 표본에는 아우라가 없다. 거기, 따스한 피가 흐르고 훈훈한 입김이 전해지고 눈빛이 뻗쳐 나오고 온몸에서 생기가 뿜어져 나오던 그 동물은 없다. 소통은 물론 아무런 이끌림 또한 없다.


그동안 한국불교는 간화선의 고수에만 진력하였지 자본주의와 결합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우리는 절집에서도 돈의 가치가 부처님의 말씀을 압도하고 대중이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고 자신으로부터도 소외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라는 말씀이 전혀 없다. 이에 자본주의의 체제 속에서 사고하고 실천하는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하였고, 설혹 절집에 들어온 자라 할지라도 절 안과 시장에서 이중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였고, 결국 신도조차 절을 떠나도록 만들었다.


현대과학이나 합리성과 결합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경전의 말씀과 교과서가 따로 논다. 교과서에 담긴 과학적 진실을 믿는 이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마치 주술사의 말처럼 시대착오적이고 비과학적인 망언으로 치부한다. 그럼에도 한국 불교는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의 복제가 가능하고 우주선이 화성과 목성까지 가는 시대에 합격발원기도를 하고 그 사례로 절에 많은 돈을 시주하면 타인을 떨어트리고 당신의 아들이 명문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고 혹세무민하고 있다.


불교는 현대대중의 삶과도 철저히 유리되었다. 대중들은 구조적 빈곤, 소외, 불안, 국가와 자본의 폭력과 억압, 환경 위기, 미디어의 조작, 재현의 위기 등의 고통 속에 있는데, 한국불교는 2000여년 전의 고(苦)에 대해서만 당위적으로 멸하라고 말한다. 스님들의 설법은 2000여년 전의 시계에서 멈추어 있다. 그 얼마나 공허한가.


코란에서는 형제에게 이자를 받지 말라고 한다. 이윤추구 없이 자본주의는 불가능하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에 이슬람인들은 이자를 받는 대신에 채권(스쿠구)을 사서 배당금을 받아 챙기게 하였다. 그것이 바로 얼마 전에 대통령을 목사 앞에 무릎 꿇게 한 스쿠구 법의 핵심이다.

 

▲이도흠 교수

분명 꼼수이지만, 불교는 이 정도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불교는 자본주의, 현대과학과 합리성, 현대 대중의 삶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크게 불교와 자본주의의 동거, 불교와 탈자본주의의 지향, 불교와 현대과학의 결합, 불교와 현대 대중의 삶, 간화선 전통의 역기능과 대안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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