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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100년 악법’ 개정 안 하나

기자명 법보신문

최근 정부가 개발제한구역 내 사찰의 증축규제를 완화했다. 조계종은 ‘의미 있는 결정’이라며 논평했는데, 뼈있는 한마디가 전제돼 있었다. ‘미흡하지만.’


‘전통사찰’은 자연공원법, 건축법, 국유재산법, 농지법 등 적어도 18개의 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바꿔 말하면 주지가 이 법을 꿰뚫지 못하면 범법자가 된다는 말이다. 해우소 하나라도 잘못 지었다간 말이다.


18개의 법 중, 전통사찰에 속하는 문화유산을 보존해 민족문화 향상에 이바지 하겠다는 ‘근사한’이유를 들어 만들어진 법이 하나 있다.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여기에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법조항이 하나 있다. ‘전통사찰의 주지는 동산이나 부동산을 양도하려면 소속단체 대표자의 승인서를 첨부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총무원장의 승인만으로는 땅 한 평도 양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독소 조항은 무려 100년 동안 살아 꿈틀거리며 지금도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11년 6월 3일 사찰의 병합은 물론 이전, 폐지까지도 총독부가 관장하겠다는 ‘사찰령’이 반포됐다.


본사주지는 총독이 임명하고, 말사주지는 지방장관이 임명했음은 물론, 가람배치와 전법, 포교활동까지도 지방장관의 허가를 받게 했던 그 악법에는 사찰을  통제하며 탄압하겠다는 ‘오만’이 담겨 있다. ‘사찰재산에 대해 총독의 허가 없이는 처분하지 못한다’는, 한 마디로 ‘내 허락 없인 안 된다’는 100년의 독소조항은 사찰령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1945년 8.15 해방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이 악법은 이승만 정권이 들어서서도 꿈틀거렸다. 공식적으로 폐지하지 않았으니 정부 수립 후에도 그 효력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도 불교를 ‘통제’하고 싶었던 것이다.


박정희 정권 때 제정된 불교재산관리법은 사찰령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된, 이름만 다른 또 하나의 ‘악법’이었으며, 전두환 정권 시절 제정된 전통사찰보존법 역시 근간은 ‘불재법’이었고, 100년 독소조항은 그대로 명시돼 있었다. 사찰령, 불재법, 전사법을 관통하는 건 ‘보존’이 아니라 ‘통제’였음을 읽을 수 있다.


최근 국회의원 16명이 전통사찰보존 및 지원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직 법사위에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교계가 기대하는 바가 내심 큰 듯하다. 국회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게 있다. 이 법 조항 중에는 당장 폐지되어야 할 게 있고 개정해야할 게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전통사찰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재산 목록을 작성해 갖춰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 조항은 전두환 정권 당시 제정된 전사법에 처음 등장한 조항이다.


재산목록을 작성하고 비치하는 것은 사찰이 알아서 해야 할 일이고, 총무원장이 지시해야 할 사안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왜 관여하는가.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한다.


의제(擬制)된 경우,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도록 되어 있는데 법에 따라 처리된 일을 또 다시 행정기관과 협의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전통사찰주지가 허가를 받은 경우 해당 행위의 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거나, 법률에 다른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유관 법력에 따른 ‘중복규제’ 풀려야 한다. 산지관리법, 국토계획법, 개발제한구역법, 건축법 등 기타 법령의 ‘규제’를 배제하고 이 법으로만 통합 운용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일제 강점기 때 고개를 내민 ‘100년 악법’ 개정 책임이 분명 국회에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나아가 불교문화가 단순히 불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민족이 계승하고 발전시켜가야 할 전통문화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이 개정안을 보는 시각이 기존과는 다를 것이다. ‘의미 있는’ 이 발의가 혹여 ‘미흡’하게 끝나서는 안 된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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