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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조영춘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가난했던 인생 우여곡절 겪으며 결혼 생활
길상사 주지스님 인연에 남편과 삼보 귀의

▲50·덕성화

35년 전 쯤에 부모님께서 사기를 당해 숙식이 어려운 상황일 때 일이다. 방세와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재학 중인 학교 뒷산에 천막을 쳤다. 재학생을 비정하게 쫓아내진 않을 거란 생각에서 오빠와 둘이 의논해 부산대 뒷산에 천막을 치게 됐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를 모셔와 부모님과 함께 살며 산 속에 구덩이를 파서 콩나물을 키워 팔았다. 또 산에 병아리를 풀어 놓고 산닭을 키우며 생활하고 틈틈이 아르바이트해서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나마 있던 천막을 철거당했다. 하지만 산에서 모은 조그만 돈으로 집식구들과 내려와 3평 남짓한 단칸셋방에서 8명이 생활했다. 다행스럽게도 졸업 전 오빠와 나는 취직을 했고, 가족들 모두 푼돈을 열심히 모았다. 그 무렵 내가 다니던 회사 사장님이 사업을 소개했다. 삼성이 업체 이원화 작업에 착수하니 구체적이면서 원대한 사업계획서와 확실한 원가계산서를 가지고 참여하라고 했다. 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필연적으로 삼성SDI와 협력회사 관계를 맺었다.


우여곡절과 위기상황이 많았다. 살얼음판을 딛는 것 같은 고통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회사는 거듭 발전을 했다. 그래서 2002년에는 품질경영부분 우수중소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상을 받는 쾌거도 이뤄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돈 걱정 없이 살만하고 좋은 일이 많이 생겼지만 뜻하지 않게 오빠가 교통사고로 세연을 접었다.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잘난 아들이었으며, 남편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했고 고생도 많이 했던 오빠였다. 어머니는 오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때부터 세상 사람들과 만나기를 꺼려하셨다. 늘 당신 탓으로 아들이 죽었다고 중얼거리며 눈물의 나날을 보냈다.


어머니는 갑자기 당한 일이라 오빠 주검도 보지 못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소리만 나도 오빠가 퇴근하는 줄 알고 문 앞으로 나가시는 경우가 셀 수 없었다. 어머니는 경우 바르고 곧은 가치관도 많았지만 한번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물리지 않고 늘 그 생각 속에 빠져 지냈다. 오빠 죽음도 ‘내 죄로 인한 것이고 하루 속히 죽어 오빠 곁으로 가는 것이 소망’이라는 말씀을 자주 했다. 어머니가 그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여행도 함께 다니고 병원도 다녀봤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어머니는 늘 우울하며 얼굴 혈색은 좋지 않았고 뇌혈관 실핏줄이 막혀 치매가 올 수 있다는 진단도 받았다. 근육은 활기를 잃었고 눈은 흐릿하고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여서 가까이서 큰소리로 불러도 모르고 입모양을 보고 알아듣는 것 같았다.


난 결혼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처님 법을 만났다. 지금은 길상사 주지스님이며 법정 스님 다섯 번째 상좌스님인 덕운 스님이 남편과 절친한 친구사이여서 결혼식 사회를 해주고 한 달 뒤 출가했다. 3년 뒤 불일암 행자생활을 마치고 사미계를 받자마자 우리 집에 왔다. 그 때 부처님 얘기며 경전과 염주, 보이차 등을 가져 와 밤새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발심하게 돼 부부가 함께 종종 수련회도 다녀오게 됐다. 그러면서 불교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게 되고 늘 집에서도 108배와 예불을 하게 되면서 신심이 더욱 깊어졌다. 항상 정법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공부하는 곳을 찾았는데 무비 스님 법화경 강의를 문수선원에서 한다는 얘기를 듣고 가게 됐다. 말씀마다 감동이었고 가슴 속 벅찬 기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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