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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조영춘씨[하]

기자명 법보신문

아들 죽음 자신만 탓하며 우울했던 어머니
무비 스님 만나 사경 접한 뒤 건강 좋아져

▲50·덕성화

어머니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았다. 갑갑한 마음이 들던 차에 딱 적절한 곳이 문수선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절 풍습은 하나도 모르는데 가지 않으련다’는 어머니를 막무가내로 모셔왔다. 처음 왔을 때 감정이 위축되고 세상사 당신 탓만 했는데 무비 스님을 뵌 순간 신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구절과 이 세상 주인공은 ‘나’라는 사실 그리고 사람이 부처님이란 법문을 듣고 어머니는 지금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또 사경반 여러 보살들도 친절하게 잘 안내 해주는 것을 보고 ‘정말 사람 사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고 바로 그날부터 사경반에 입학을 했다.


어머니가 처음 사경할 때는 너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자(漢字)를 손까지 덜덜 떨며 그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무비 스님이 글씨 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쓰는 그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장로수보리보살’이란 애칭을 주며 어머니가 용기 내게 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자신감도 많이 생겼고 사경에 취미가 붙어 떨리는 손으로 ‘법화경’ 한 권을 다 썼다. 지금 또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는 사경을 하며 손에 필력이 붙었다. 이제 떨림은 거의 없고 정성 다해 집중을 하다 보니 뇌가 활성화 되었는지 눈도 밝아졌다. 어느 순간 귀도 열리게 돼 웬만한 소리는 다 들었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표정이 사라지고 밝은 웃음이 되살아났다. 어머니를 사경반에 모시고 다닐 때마다 무척 행복하다.


가족들 모두 지도법사인 무비 스님에게 늘 감사하고 있다. 어머니 당신도 무기력하게 세월만 보냈는데, 지금은 할 일이 생겨 하루가 바빠졌다. 문수선원에 당신을 데려다 줘 고맙다는 말씀을 수없이 하며 “요즘 내가 참 행복하다”는 표현도 자주 한다.


이는 어머니가 평생 살면서 한 번도 말 한 적 없는 일생일대 대사건이다. 요즘 어머니 일상은 사경하다 힘들면 경전 읽고 산책하고 또 사경하고 책을 읽는다. 당신 연세가 많아 ‘이 귀한 부처님 말씀을 제대로 알고 가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적은 것 같아 시간 나는 대로 읽고 사경해야 될텐데’라고 발원한다.


돌이켜보면 그 때 문수선원에 데려가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무료한 상태로 있으면 여생이 굉장히 지루하고 슬픈 일이다. 그런데 할 일이 생기고 당신이 좋아 기꺼이 하는 상태니 옆에서 바라보는 자식들은 더없이 다행스럽고 행복하기 그지없다.


향후에는 어머니가 국역으로 된 법화경을 한 백독(百讀)정도 해서 문리(文理)가 생기는 것이 최상의 소원이고 이 사람 몸 받았을 때 정법으로 인연을 제대로 맺어 세세생에 불법에 대한 종성이 끊이질 않아 종국에는 불도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다. ‘영혼들의 여행’이란 책을 보면 우리들이 전생에 풀지 못한 숙제를 하기 위해 그런 인연을 맺고 또 기꺼이 그런 몸을 받는다는 구절이 있다. 어머니는 부처님 인연으로 오빠와의 애절하고 피 끓는 인연이 이제는 정화가 되어 잘 회향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 어머니 생이 마감되는 순간까지 맑은 정신으로 행복감을 듬뿍 느끼며 살아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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