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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불교 살린 비구·비구니 누가 있었나

  • 불서
  • 입력 2011.12.05 16:59
  • 수정 2011.12.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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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불교계 고승과 비구니’ / 황인규 지음 / 혜안

▲‘조선시대 불교계 고승과 비구니’

조선시대에 성리학이 절대시되면서 나고 죽을 때 유교문화의 세례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고,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 또 고려 말 유입되기 시작한 성리학은 조선 건국과 더불어 불교를 대신해 사상의 주체가 됐고, 불교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때문에 불교는 산중에서 겨우 그 명맥을 이었고, 승려들은 천민신분으로 전락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불교의 실상이다.


그러나 과연 불교는 이렇게 쇠락의 길만을 걸었을까. 아니다. 물론 고려시대에 비해 그 규모와 영향력이 현저하게 위축된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조선 중기에 들어설 무렵까지만 해도 오늘날의 불교계 모습보다는 외형적으로 더 컸고 영향력 또한 적지 않았다.


조선 건국 100년이 지날 무렵 왕의 자리에 있던 성종때 유생이 올린 상소에서도 ‘선교양종에 속한 사찰이 9500여 소에 달하고 승려가 10만 5000인’이라고 했을 정도다. 또 ‘동사열전’에 이름을 올린 200여명의 고승 중 조선시대 고승이 180여명에 달한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 도저히 쇠락했다고 할 수 없는 정도의 위상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물음을 화두 삼은 동국대 역사교육과 황인규 교수가 세편의 논문을 엮은 ‘조선시대 불교계 고승과 비구니’에서 그 답을 밝혔다. 저자는 책에서 조선시대 불교가 맥을 이은 과정을 비구와 비구니 고승을 중심으로 밝히고 있다.


저자는 조선 건국 직후 유교체제가 바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조선중기 이후로 미루어지게 된 것이, “조선 불교계 고승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우선 제1부 ‘조선전기 불교와 고승의 동향’에서 우리역사 속 마지막 왕사로 불리는 무학 대사와 인왕산 고승, 선교양종의 본산과 고승, 불교 고승의 상소와 대응, 허응당 보우와 고승들을 추적해 그들의 역할을 조명했다.


이어 제2부 ‘조선후기 사찰과 고승’에서 서산대사의 승군활동, 광해군의 능침사찰 봉인사와 고승, 영조의 능침사찰 보광사와 고승, 수선사 16국사의 위상을 차례로 살피면서 조선불교의 맥을 잇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질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고승들의 삶과 역할을 그려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면면히 이어진 불교 정신과 문화의 소산이 바로 순교승들의 값진 희생정신에 있었음을 설명한다. 저자가 밝힌 당시 대표적 순교승은 고려 말 나옹혜근을 비롯해 조선초 행호, 조선중기 허응보우, 조선후기 환성지안 등이다.


이와 함께 저자가 주목한 조선불교의 주요 인물은 왕실 비구니다. 제3부 ‘조선시대 비구니 도량과 왕실 비구니’에서 비구니 도량의 역사와 위상, 정업원과 비구니 주지, 왕실녀의 비구니 출가, 후궁의 비구니 출가와 불교신행, 조선 유일의 공주출신 비구니 등을 차례로 탐구하며 조선불교가 맥을 잇고 중간 중간 부흥기를 맞게 된 데 이들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밝혀내고 있다.

 

 

▲ 명종5년 이자실이 그린 관음삼십이응신도의 부분도. 비구니 스님이 합장하고 앉아 있다.

 


특히 왕후, 공주 등 왕실녀들의 불교신행과 비구니 출가가 계속돼 후궁 10여 명이 태종 사후에 한꺼번에 출가한 일이나, 태조의 딸 경순 공주와 문종의 딸이자 단종의 누이인 경혜 공주가 한국사에서 유일한 공주 출신 비구니로서 어떤 족적을 남겼는가를 다루는 대목은 비구니 역사에 둔감했던 대중에게 책 읽는 흥미를 안겨주기도 한다.


전체 15편의 논문을 3부로 구성한 책은 학술서임에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조선불교의 숨은 고승들과 비구니를 조명하고 있어 역사적 의미를 새기는 것은 물론 읽는 재미도 적지 않다.


또한 승자의 논리로 써내려간 역사에 길들여진 편견과 무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불교사(佛敎史)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만2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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