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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선수행 배광식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청화 스님, 보리방편문 수백만편 암송 독려
2차 염불선 1000일 수행 700일 일과 넘겨

▲62·경주

11년 11월11일! 새벽 5시30분쯤 평생도반 수형 보살과 집을 나섰다. 오늘은 오대산 적멸보궁에 가기로 한 날이다.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보리방편문 120독, 아미타불 금륜관 1200념의 새벽일과를 마치고, 금강 카페에 제2차 염불선 천일수행 714일째 수행기를 올린 뒤다.


도시의 번잡함을 뒤로 하고, 운무와 어우러진 산세가 실경 산수화보다 아름다운 길들을 지나 월정사에 다다랐다. 상원사로 올라가는 길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 너머 옷을 다 벗은 키 높은 나무들이, 일주일쯤 전이면 화려했을 단풍을 추억하며, 내방객을 반가이 맞이하고 있었다. 상원사 내 찻집에서 따뜻한 차 한 잔씩을 마시고, 일행들과 적멸보궁을 향했다. 평일이어서 인적이 드문 산길을 따라 20여분 올라가니 중창한지 몇 년 된 4단으로 지어진 웅장한 중대(中臺) 모습이 나타난다.

 

80년대 여름, 어린 두 아들과 함께 네 가족이 중대를 찾았을 때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 붓던 때였고, 당시 조촐한 요사는 20~30명의 기도객을 수용하기에도 부족했다. 비교적 늦은 저녁 장맛비에 흠씬 젖은 채 도착한 우리 가족은 요사가 꽉 차서 법당 부처님 앞에서 하루 밤을 지냈었다. 이튿날 안개 자욱한 적멸보궁 참배를 마치고 돌아올 때, 상원사에서 월정사로 내려오는 찻길이 호우로 절반 이상 쓸려 나간 곳이 여러 곳이어서, 차 한 대가 겨우 지나올 정도로 아슬아슬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도 여러 번 이곳을 찾았었다. 중대 중창 뒤에도 보궁 참배를 끝내고 하산하는 길에 장대비를 만났고, 중대에서 점심공양을 마치고 굵은 빗줄기를 세며 아련히 앞산을 바라보던 기억이 오버랩 된다.

 

중대에서 문수동자의 정병(淨甁)을 거쳐 나오는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비로전에 참배 드리노라니 땀이 식는다. 중대까지 오는 길도 좋지만, 중대에서 적멸보궁에 이르는 길은 그야말로 세속과 열반을 가르는 길인 듯 여겨진다. 중대가 ‘법화경’ 제7품 화성유품(化城喩品)의 변화성이라면, 적멸보궁은 일불승(一乘)의 보물성이라 하겠다. 신기루 같은 변화성에서 푹 쉬며 기력을 회복하고, 성문 연각 2승의 변화성을 떠나 진실된 보물성인 적멸보궁을 향한 길은 구경의 열반성에 이르는 길이라 하겠다.


보리방편문 수백만 편을 외우라던 청화 큰스님 말씀 따라 혀를 움직이지 않고 소리 내지 않고 억념함으로, 보리방편문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전심전력으로 관(觀)하고 념(念)하여 관심염불(觀心念佛)이 끊이지 않도록 챙기며 걷는다. 이윽고 도달한 곳 돌계단 끝에 예와 다름없이 금빛 찬란한 적멸보궁이 얼굴을 내밀며 반기고 있다. 앞쪽의 적조(寂照)한 잔디밭, 뒤편의 이끼 낀 탑그림 비석과 신령스러운 바위도 무량하고 먼 세월이 일념(一念)임을 일깨우고 있다. 연잎처럼 둘러싼 연봉(連峰) 한가운데 위치한 적멸보궁, 지금처럼 길이 닦이지 않은 신라시대 자장율사께서 깊은 산 중에서 문수보살 주처(住處)인 이 터를 발견하고 환희와 안도를 했을 것을 생각하면 세월을 뛰어넘어 함께인 듯 내 가슴도 뛴다. 보궁을 향해 3배를 올리며, 청화 큰스님 말씀을 새긴다. “많은 인원의 법회보다 올바로 수행하는 사람들 몇 명이 모여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더 필요하단 말입니다.” 1989년 KOEX 국제회의장 대법회를 마치고, 청화 큰스님께서 내게 간곡히 하신 말씀이다. 큰스님이 사바를 훌훌히 떠나신 뒤 날이 갈수록 그 말씀이 크게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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