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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140만 시대와 불교계 무관심

기자명 법보신문

이주민 140만 시대가 도래했다. 그럼에도 불교계의 이주민 지원활동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2월19일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대표 지관 스님, 이하 마주협)가 주최한 ‘불교계 이주민정책 토론회’에서는 불교계 이주민 지원사업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국내 불자이주민이 최소 23만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불교계 지원단체는 20개 수준에 불과하다”며 “2010년 기준 정부가 관리하는 다문화센터 171개를 제외한 이주민지원단체 수만 350여개로 집계된 것을 감안하면 불교계의 이주민 지원 현실은 양적으로 따져도 참담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발제자들은 불교계 이주민 지원 분야가 특히 저조한 원인이 스님과 불자들의 ‘무관심’에 기반한다고 입을 모았다. 후견사찰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활동가들의 열악한 여건, 주지 스님의 관심 여부에 따라 사업의 지속성이 보장될 수 없는 불안정한 운영구조, 이로 인해 연구나 활동범위 확대는 꿈도 꾸지 못한 채 현상유지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 마주협 회원단체 가운데 두 곳은 사실상 운영중단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2008년부터 이주민 인권상담을 비롯해 한글학교, 의료지원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던 A센터는 올해 초 상근자였던 B씨가 사직하면서 사실상 운영을 중단했다. B씨는 전문성과 원력을 고루 갖춘 인재였지만, 후견사찰의 무관심으로 인한 재정난에 월급의 상당부분을 활동비로 사용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다 회의를 느껴 다른 직업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는 비상근직으로 일부 필요사업만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센터업무를 맡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사찰이 운영하던 C쉼터도 상근자의 퇴사로 운영이 중단됐다. 이 쉼터는 한때 이주민 3명과 외국인 스님 2명이 거주하며 매달 50여명이 찾는 등 활발하게 운영되기도 했지만, 실무자 교체에 이어 주지 스님이 바뀌면서 급격하게 위축됐다. 후임 주지 스님은 이주민 사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쉼터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결국 위탁사업 종료와 함께 지원금이 끊겨 3개월간 활동비 없이 일하던 상근자마저 떠나면서 사실상 문을 닫았다.


뿐만 아니라 이중남 한국 YBA 정책실장에 따르면 마주협 회원단체 17곳 가운데 정식 급여를 받는 상근직원이 있는 곳이 6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세 곳은 비상근 활동가가 실무를 맡아 봉사개념으로 일하는 곳으로 드러나 열악한 현실을 짐작케 했다.


사실 이주민에 대한 불교계의 무관심은 발제자들의 발표내용이 아니더라도 이날 토론회 현장 모습 자체로 대변됐다. 3시간 가량 진행된 토론회에는 30명도 채 안되는 사람들만이 앉아 발표를 지켜봤을 뿐이다. 그 가운데 7~8명은 외국인 스님들이었다. 연말임을 감안하더라도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토론회장이 썰렁할 지경이었다.


▲송지희 기자
불교계 이주민 지원이 이웃종교에 비해 미흡하다는 목소리는 접어두고, 스님과 불자들부터 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주변의 이주민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또 신행생활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작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140만 이주민들은 이제 더 이상 타인이 아니며, 우리의 이웃이자 도반이기 때문이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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