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보신문 새해특집-불교와 삶]사찰 음식

기자명 법보신문
  • 새해특집
  • 입력 2012.01.04 15:28
  • 수정 2012.01.05 21:35
  • 댓글 0

청정·자비·수행 정신 세계인의 먹거리로 대중화

사찰음식, 불교전래 후
‘불살생’ 식생활에 적용


오신채·화학조미료 배제
심신건강에 탁월한 효과

 

 

▲조계종이 2010년 미국 맨해튼에서 개최한 ‘한국사찰 음식의 날’ 행사에서 한 미국인이 사찰음식을 시식하고 있다.

 


불교가 한반도에 전래되면서 그에 따라 불교 음식도 유래되었고 이는 고유한 우리나라 전통 음식과 만나 발달하게 됐다. 사찰음식은 경전에 나타난 부처님의 가르침과 불교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스며든 지혜를 바탕으로 형성됐다. 초기불교의 수용은 왕실에 의해서였고, 따라서 궁중음식과 사찰음식이 함께 어우러져 발달했다.


사찰음식은 그 사회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삼국시대에 불교가 전래된 이후 살생을 금지하는 계율에 의거해 채식 위주의 사찰음식이 많이 발달했다. 고려시대에는 불교가 더욱 융성해지면서 식물성 식품을 맛있게 먹는 법을 연구하다보니 기름과 향신료 이용이 많아졌다. 육식을 절제하는 계율을 바탕으로 쌈·국·무침 등 채소 음식과 특히 채소 저장음식인 절임, 침채류가 개발될 수 있었다. 또한 밀가루나 쌀가루를 기름, 꿀, 술로 빚어 기름에 지지고 튀기는 유밀과가 유행했다. 이것은 불교의식 중에서 헌다의식의 발달과 더불어 다과문화로 발달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유교가 숭상되면서 불교의 차문화는 쇠퇴하였으나 여전히 식생활 문화는 불교의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많았다.


사찰음식의 특징은 우유 및 유제품을 제외한 일체의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술과 오신채(五辛菜)라고 하는 다섯 가지 매운 맛을 내는 채소인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금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물성 식품을 금하는 이유를 ‘열반경’에서는 육식이 자비의 종자를 끊는 것이라고 하였고, ‘능가경’에서는 옛날부터 반복되어온 윤회의 의미를 들어 금하고 있다. 술을 금하는 이유는 술에 취하는 것이 모든 죄의 근원이 되며, 지혜의 종자를 끊기 때문이라 했다. 오신채에 대하여 ‘범망경’에서는 이러한 다섯 가지 식품은 익혀 먹으면 음욕을 일으키고,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증대시킨다고 하여 수행에 방해가 됨을 지적했다.


사찰음식은 조리법도 간단하여 주재료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도록 양념을 제한하고 있으며 화학조미료 대신 다시마, 버섯, 들깨, 날콩가루 등의 천연 조미료를 사용하여 음식의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또한 사찰음식에는 산중에서 자라는 약용 식물이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이는 요즘 흔히 발생하기 쉬운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상당한 약리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찰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일 또한 수행의 한 과정으로 간주되며 먹거리에는 삼덕(三德)이라 하여 정결(潔), 경연(輕軟), 여법(如法)의 세 가지의 덕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한다.


정결함이란 청정한 채소를 사용하는 것으로 인공조미료나 식품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음을 의미하고, 경연함이란 섬유소가 많은 단단한 음식을 입에 맞게 부드럽게 조리하도록 노력함을 의미한다. 여법이란 불법(佛法)에 의거한 바른생활을 말하는 것으로 조리 시 양념을 종류별로 순서에 맞게 넣으며, 그 양도 적당히 골고루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삼덕을 우리의 식생활에 연관지어보면 자연식품을 이용하고, 가급적이면 간결한 조리과정을 이용하여 자연식품의 맛과 영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사찰음식에는 이처럼 ‘청정한 마음’, ‘자비로운 마음’, ‘수행하는 마음’이 들어있어 그 맛이 담백하면서도 그윽하고 신선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즉 사찰음식을 통해서 혼탁한 마음이 맑아지고 번뇌가 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주요일간지인 ‘뉴욕타임즈’에서도 사찰음식을 “몸을 건강하게 하고 마음을 맑게 하는 음식”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의 철학은 약식동원(藥食同源), 즉 약용의 식재를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으로 약의 효능을 도와 몸을 건강하게 하는 식치(食治)의 정신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건강을 위해 식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마음의 수양과 연관된 절제의 의학을 강조하고 있다. 사찰음식은 이러한 식치와 마음의 수양, 이 둘을 모두 담고 있는 진정한 건강식이라 할 수 있다.

 

현대 ‘웰빙’ 바람 타고
일본·중국·미국서 인기


사찰음식 대중화 위해
조리법 표준화 등 필요


최근 우리의 식생활은 식품산업이 발달하고 외식문화가 확산되면서 인스턴트식품과 가공식품, 수입식품에 미각이 길들여져 전통적인 음식문화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일상식품의 섭취구조가 종래의 농산물 중심 즉, 곡류와 채소류의 섭취가 감소하고 동물성 단백질, 동물성 지방 식품의 섭취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했다. 또한 최근 먹을거리와 관련하여 조류독감, 광우병뿐만 아니라 식품첨가물과 트랜스지방산, 환경호르몬 등으로 인하여 음식물에 대한 불안감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과 유전자 변형을 통해 속성재배와 생산량의 증대를 이루었으며, 장기보존이 가능하도록 병충해와 부패에 강한 먹거리를 대량 생산함으로써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를 어긴 오늘날의 이러한 식생활이 만성적인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문화의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선진국일수록 이러한 성인병의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이에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정신을 맑게 하고 각종 기름진 음식으로 인한 성인병으로부터의 예방기능이 있다고 알려진 사찰음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물성 식품과 지질의 과잉섭취로 각종 만성 질환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우리의 전통 사찰음식은 두류를 통한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 섭취, 각종 식물성 기름을 통한 불포화지방의 섭취, 각종 채소류로부터 풍부한 무기질, 비타민 및 섬유소 섭취를 통하여 각종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34개의 전국 주요 사찰을 대상으로 스님들에게 제공되는 5일 간의 식단을 조사·분석한 연구결과(김진아, 이심열 2007), 사찰음식은 식물성 식품을 다양하게 배합하고 풍부한 섬유소와 식물성 지방산을 제공하고 있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의 비율이 이상적인 비율을 갖추고 있었고 콜레스테롤이 현저히 낮았으며 다른 영양소들은 풍부하여 식물성 식단임에도 영양권장수준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다만 염분의 감소와 유제품이 보충된다면 사찰음식의 전체적인 식단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며 현대인들에게 건강식으로 좋은 식단이며 웰빙에 가장 근접한 식단이 될 수 있음이 제시됐다.


따라서 사찰음식은 산사를 떠나 웰빙바람과 함께 급속하게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대문명사회에서 가치관을 잃어가는 신세대에게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의 유익함과 현대사회에서의 활용가능성을 인지시킬 수 있는 좋은 도구로서의 사찰음식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요사이 건강식으로서의 사찰음식은 종교적 이념을 넘어 많은 사람들, 특히 외국인까지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하튼의 한국사찰음식점인 한가위는 외국의 채식주의자들에게 건강식으로 인식되어 인기가 많은 편으로, 식당가이드 ‘자갓(Zagat)’에 의해 2009년 최우수 채식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대한불교조계종 주최로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사찰음식의 날’ 행사가 진행되어 많은 외국인들이 큰 관심을 보였으며 이를 계기로 사찰음식을 해외에 알리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유명사찰에서는 일반인들이 사찰음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사찰 내에 일반인을 위한 전문사찰음식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때 음식은 사찰음식을 일반인들에 맞게 대중화, 고급화시키고 각기 자국의 고유 전통문화가 가미되게 하여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사찰음식은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음식 재료로 사용하고, 그 사찰에서 전수되어 오는 고유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음식이므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전통사찰음식의 조리법을 보존하고, 표준화·체계화하며, 조리 전수자를 육성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과 동국대학교 전통사찰음식연구소가 공동으로 「한국사찰 전통음식 실태조사(2005)」, 「사찰음식의 조리법 표준화 및 대중화를 위한 기초조사(2006)」등의 연구를 통해 사찰음식의 대중화 방안제시와 일부 사찰음식의 조리법 표준화 작업을 했다. 현재 동국대, 비구니회관, 동산불교대학을 비롯한 여러 사찰음식 관련 연구소 등에서 일반인과 스님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강좌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각 교육 강좌들은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사찰음식을 널리 홍보하고 사찰음식의 대중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고조로 사찰음식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일반인을 위한 사찰음식의 강좌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심열 교수
이러한 때에 사찰음식 조리법의 표준화, 사찰음식 전수자 육성 및 사찰음식을 이용한 일반인의 건강식단 개발 등을 통해 우리의 전통사찰음식의 우수성을 더욱 발전시키고 계승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사찰음식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통문화상품으로서의 브랜드화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심열 동국대 가정교육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