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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백련의 비유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탐진치 진흙에 물들지 않는 고귀한 말씀

꽃은 아름다움과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징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


영국의 국화는 장미인데, 연인 간에 사랑을 고백할 때 빨간 장미꽃을 선물한다. 15세기 랭커스터 가문은 빨간 장미를 문양으로 사용했고, 요크가문은 흰 장미를 문양으로 사용했다. 두 가문은 왕권을 챙취하기 위해서 30년 동안 장미전쟁을 일으켰다. 아이러니 하게도 두 가문은 정략 결혼을 통해 전쟁을 끝내고, 하얀 장미와 빨간 장미를 결합한 튜더장미가 탄생했으며 왕실의 상징꽃이 되었다.


중국의 꽃화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화려하고 탐스러운 목단이다. 꽃의 화려함에 걸맞게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그리고 하나는 북풍한설을 이겨내고 봄의 전령사로 오는 매화이다. 


일본은 왕실에서 전통적으로 국화를 왕실문양으로 사용했지만, 일반국민들은 벚꽃을 즐기는 벚꽃놀이(하나미)가 연례행사가 되었다. 이 벚꽃의 최초 자생지가 제주도 관음사 부근이라고 하니 놀라움과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우리나라 꽃은 무궁화로 우리 선조들의 은근과 끈기를 상징하는 꽃이다.


불교의 상징꽃은 4월 초파일날 연등을 밝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꽃이다. 법화경은 연꽃 가운데에서도 흰 연꽃 즉 백련(白蓮)을 의미한다. 한문에서는 그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범어 원전에는 pun. d. ar-I ka로 흰 연꽃의 뜻을 명확히 한다.


더러운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면 주위가 아름다워지고 밝아진다. 그런데 흰 연꽃은 진흙과 더욱 대비되는 빛깔이다. 깨끗함과 아름다움을 흰 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진흙은 오탁악세에 살고 있는 중생세계를 의미하고, 그 속에 피어나는 흰 연꽃은 대승의 보살행을 뜻한다. 세속의 일반인들과 섞여 살아가지만 세상의 탐진치에 조금도 물들지 않고, 부처님과 같은 행복을 얻고자 하는 원력과 발심을 하고, 일상에서 실천해 가는 사람들을 흰 연꽃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라 생활속의 수행을 말한다. 개인의 수행뿐만 아니라 더불어 행복해지려는 보살의 마음을 흰 연꽃의 비유로 표현한 것이다. 생활불교, 실천불교, 대중불교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법화경 제목에 나온 흰 연꽃의 비유이다.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말한다.


얼마 전에 스티븐 잡스의 전기를 읽어보니 마음에 들어오는 글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 스즈키의 수행제자 고분 치노와 인생진로 문제를 상담하는 대목이다. 대학을 자퇴하고, 게임제조사 아타리에 다니다가 인도로 7개월 동안 성지순례를 떠난다. 7개월 수행생활을 마치고, 머리를 삭발한 채 인도식 무명 로브를 걸치고 미국으로 돌아온다. 그 후에 고분 치노에게 자신의 인생을 불교 수행자로 전념하면서 사는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상담한다.


고분은 스티브 잡스에게 불교 수행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병행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하며 전념수행을 만류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된다. 잡스의 결혼식 주례도 고분이 맡는다. 스티브 잡스는 맨토인 고분의 가르침을 따라서 일상생활 속에서 일과 수행을 병행한다. 그리고 인류사의 큰 획을 긋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된다.
수행생활에서도 선불교에 매료되어 지혜를 얻기 위해서 직관력을 높이는 수행에 매진한다. 스티븐 잡스와 같이 사회 생활의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집중하는 마음을 놓치지 않고 더불어 행복해지고자 하는 원력과 발심이 있다면 법화경에서 말하는 진흙 세상의 흰 연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스티브 잡스의 전기 첫 장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스티브 잡스는 결국 정보화 시대를 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만약 그가 불교 수행자의 길을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 나의 모습은 어떤 빛깔과 향기를 가지고 있을까?


흰 연꽃처럼 주위를 아름답게 하는 원력과 실천을 발원하는 것은 어떨까!

 


 

▲법성 스님

법성 스님


1987년 해인사에서 출가, 동국대 불교학과와 동 대학원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충북 성불사, 보라매 법당 등 주지와 서울 봉은사 교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 법성사 법화경연구원을 개설, 법화경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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