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암증선(暗/闇證禪)
3. 암증선(暗/闇證禪)
  • 윤창화
  • 승인 2012.01.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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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되지 않은 알음알이를 깨달았다 착각
무식하면 용감하듯 우매하면 큰 소리만 쳐

오늘날 우리나라 참선 수행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에 대해 아무런 지식도 없이 처음부터 무작정 앉아 있기만 한다는 것이다.


화두를 참구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모른 채 앉아 있는 것으로 선을 삼고 있고, 용맹정진, 장좌불와 등 무지한 방법을 수행의 척도로 삼고 있다. 적지 않은 수행자가 선병(禪病)에 걸려 무의미한 인생을 보내고 있다.


참선 수행에서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는 깨달음에 대한 환상과 착각이다. 무엇이 정도(正道)이고 정각(正覺, 바른 깨달음)인지 모르는 상태로 수행한다. 신체적 정신적 신비주의나 환영(幻影), 환시(幻視) 등을 깨달음으로 여긴다. 그리하여 약간 정신적 신체적 특이 현상이나 특별한 증세가 나타나면 곧 깨달았거나 또는 깨달은 것으로 오판한다.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수행 방법과 깨달음을 가지고 깨달았다고 자칭하는 것, 혹은 그런 수행자를 암선(暗/闇禪)ㆍ암증선(暗/闇證禪)ㆍ암증선사(禪師)ㆍ암증비구(暗證比丘)ㆍ암증법사(暗證法師)ㆍ암선자(暗禪子)라고 한다. ‘암(暗/闇)’은 어두운 것, 우매한 것, 무지한 것을 말하고, ‘증(證)’은 증득(證得)의 준말로 깨달은 것을 뜻한다. 즉 정각(正覺)이 아닌 엉뚱한 것을 깨달았다고 큰 소리 치는 것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맹선(盲禪, 눈이 먼 것), 무지선(無知禪)이라고 한다.


‘암증선’이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은 천태지의(538-597)이다. 그는 ‘법화경’ 주석서인 ‘마하지관’ 5권에서, 무지한 채 그냥 앉아 있기만 하는 어리석은 선 수행자를 일컬어 ‘암증선사(暗證禪師)’라고 했고, 실천적인 수행은 하지 않고 경전을 외우기만 하는 교학승을 ‘문자법사(文字法師)’라고 규정했다.


당시(남북조 시기) 불교계에서 이런 시사적(時事的)인 성격의 신조어를 썼다는 것은 이미 이때부터 선종ㆍ교종 할 것 없이 어리석은 수행자들이 많았음을 말해 준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신조어가 생길 수 없다.


그러므로 언어의 발생과 변천과정을 잘 고찰해 보면 그 시대의 정치ㆍ종교ㆍ문화적 상황을 알 수 있다.


천태지의 이후 선종에서는 자파(自派)가 아닌 화엄ㆍ천태ㆍ법상(유식) 등 교학승들을 지엽적인 것을 탐구하는 문자법사(文字法師)라고 조롱했고, 이에 교종 쪽에서는 선승들을 일컬어 교리를 모르는 암증선사(暗證禪師)ㆍ암증맹오(暗證盲悟, 교리에 어두운 눈먼 깨달음)라고 조롱했다. 천태지의의 생몰연대(538-597)를 볼 때, 선(禪)과 교(敎)의 대립은 보리달마(346-495, ?-528)가 입적한 후 50여 년 정도 있다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암증선’이라는 말은 선종 내부에서도 상대방을 조롱, 비하하는 용어로 많이 사용되었다. 예컨대 선지(禪旨)에 어두운 자, 정법에 대한 안목(정법안)이 없는 자, 앉아 있을 뿐 교리나 사상에 대해서는 무지한 자, 언어문자에 집착해 있는 자, 교만한 자 등을 비난할 때도 이 말이 사용되었다.


독선적인 깨달음, 또는 그와 같은 깨달음에 안주하는 무리를 ‘암효득(暗曉得)’이라고 부른다. ‘암암리(暗暗裡)에 안 것’ 등의 뜻으로, 암증선과 같은 말이다. ‘벽암록’ 38칙의 본칙과 착어를 읽어보도록 하겠다.


<본칙> “풍혈선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조사의 심인(心印)은 그 모양이 마치 철우(鐵牛, 무쇠소)의 작용과 같아서 배척하면 심인이 나타나고 잡으려고 하면 심인이 부서진다. 그렇다면 배척하지도 잡지도 않는다면 이것이 심인인가 심인이 아닌가? 그때 한 노파장로가 나와서 말했다. 모갑(某甲, 제가)이 철우의 작용을 갖고 있습니다”
원오극근(1063-1135)은 착어에서 “낚시로 사기꾼(暗曉得) 하나를 낚았네. 매우 기특한 놈이로다(釣得一箇暗曉得, 不妨奇特)”라고 혹평했다. ‘사기꾼’ ‘가자’ ‘엉터리’라는 뜻이다.


▲윤창화 대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어리석고 우매하면 큰 소리 칠 수밖에 없다. 진품을 본 적 없으므로 짝퉁을 진품이라고 할 수밖에 없고, 개뼉다구를 가지고 소뼉다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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