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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법화경 옷속의 보석 비유(의주의 비유)

기자명 법성 스님

부서지지 않는 영원한 진리 상징

‘법화경’ 제8 오백제자수기품에 옷속의 보석 비유가 나온다. 부자 친구와 가난한 친구 이야기이다. 부자친구가 가난한 친구 집에 찾아가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데, 마침 그 가난한 친구는 술에 취해 낮잠을 자고 있다. 그래서 부자 친구가 그 친구의 옷 속에 보석을 넣어 주고 집으로 돌아온다. 가난한 친구는 엄청난 값어치의 보석이 자신의 옷 속에 있는 줄 모르고, 힘들게 의식주를 구하며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부자친구가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고 그 사실을 깨우쳐 주어 더 이상 가난으로 고생하며 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과 유사한 이야기가 ‘수이전’과 ‘대동운부군옥’ 그리고 ‘삼국유사’ 제4권에 나온다.


신라 선덕여왕과 지귀(志鬼)라는 청년에 대한 이야기로 심화요탑(心火繞塔)으로 알려진 설화이다. 지귀는 신라의 가난한 청년이었는데, 선덕여왕의 미모에 반하여 여왕을 짝사랑하고 있었다. 하루는 여왕이 영묘사에 기도하러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왕이 지나가는 절 안의 탑 옆에서 기다리다가 그만 잠깐 잠이 들었다. 여왕이 지귀라는 청년이 자신을 사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찰에서 기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잠깐 만나보러 왔다가 지귀가 탑 근처에서 졸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팔찌를 지귀의 배 위에 올려 주고 떠난다. 잠이 깨고 나서 여왕이 다녀갔다는 것을 알고 그만 마음에 상사병이 나서 죽게 된다. 그리고 여왕을 사모하는 마음의 불이 목탑을 태웠다는 내용이다. 내가 늘 ‘법화경’ 옷 속의 보석 비유를 읽을 때면 생각나는 것이 지귀와 선덕여왕과의 슬픈 러브스토리인 심화요탑 이야기이다. 선덕여왕은 존귀한 왕의 신분이었지만 가난한 청년이 자신을 사모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다. 불행히도 그 청년이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팔찌를 선물로 주어 그 마음을 위로하고자 한다. 백성을 사랑하는 여왕의 자애로움과 지혜로움을 알 수 있는 이야기이다. 비록 이루어지지 못한 슬픈 사랑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가난한 백성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어루만져 주며 삶의 용기를 주고자 했던 여왕의 자비심이 시공을 뛰어넘어 감동을 주는 이야기이다.


요즘 한국사회는 다이아몬드 스캔들로 시끄럽다. CNK의 주가조작 사건에 회사대표와 외교부 대사와 총리실 고위관료 그리고 그들의 친인척들이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을 둘러싸고 비리의혹이 연일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일반적으로 결혼예물로 널리 알려진 보석이며 영원한 사랑을 상징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다이아몬드에 대한 상징성은 1947년 프랜시스 게레티라는 카피라이터의 광고문구로 세상에 유명해지게 된다. ‘A diamond is forever’ 그리고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사는 이것을 결혼예물과 연관시켜서 대대적인 광고 마켓팅을 하게 된다. ‘A diamond is forever. love is forever’ 곧 다이아몬드는 영원하고 사랑도 영원하다. 그래서 결혼예물에는 다이아몬드가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논리로 광고 마케팅에 성공하고 다이아몬드는 기존의 금이 가지고 있던 가치성과 상징성을 추월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다이아몬드의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훨씬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대표적인 상징조작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주장들의 실체적 진실은 두고 볼 일이다.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이나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항상 따라다니는 주홍글씨는 ‘bloody diamond’이다. ‘피묻은 다이아몬드’라고 명명되는 이 용어는 내전과 다이아몬드 채굴사이의 연관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이아몬드를 획득하기 위해서 내전이 벌어지고 내전에 필요한 무기를 사기 위해서 다시 다이아몬드를 채굴해야하는 악의 연결고리이다. 그 싸움에 무고한 아프리카 주민들이 희생되었기에 붙여진 불명예가 바로  ‘bloody diamond’라는 용어다.


유엔 주도로 2003년부터 다이아몬드 채굴을 둘러싼 무고한 희생을 없애고자 만든 국제협약이 ‘킴벌리 프로세스 인증체계(KPCS)’이다. 즉 아프리카 분쟁이나 내전지역에서 채굴되어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미가공 다이아몬드를 금지하기 위한 분쟁과 무관(Conflict free)하다는 원산지 증명서이다. 카메룬은 아직 킴벌리 프로세스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다. CNK 다이아몬드 스캔들의 종착점이 어디일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오늘날 다이아몬드는 항상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법성 스님
피 묻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법화경 옷속의 보석 비유에 나오는 부자친구가 가난한 친구를 위해서 준 우정의 선물이자 선덕여왕이 지귀라는 청년에게 준 따듯한 연민의 정을 담고 있는 팔찌와 같은 선물 그리고 ‘금강경’의 부서지지 않는 영원한 진리를 상징하는 그런 다이아몬드가 그립다.
 

법화경 연구원장 freewhee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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