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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우정희씨[상]

기자명 법보신문

퇴직 뒤 범어사 만성암에서 불교 공부
‘여교사 반야회’ 인연으로 사경 시작해

▲74·수일행

아련한 고향의 추억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친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친할머니께서는 가을이 되면 추수를 끝내고 정갈하게 다듬은 햇곡식을 머리에 무겁게 이고 손주 중에 유달리 착하다 하시며 나를 데리고 마을 뒤 조그만 암자에 가셔서 부처님께 정성껏 기도를 하셨습니다. 이렇게 할머니 옆에 앉아 절도 따라하고 기도문을 읽으며 책장을 넘기기도 하였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불심(佛心)의 씨앗이 나에게 심어진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니 시어머니께서도 진실한 불자셨습니다. 그 당시는 마을 근처에 사찰이 없을 때라 굽이굽이 산길을 걸어 머리에 이고 가는 과일이 어찌 그리 무거웠던지 손자 점시해 주시라는 기복적인 기도에 저도 마음이 동하여 부처님께 애원하는 기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초년, 중년까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리운 고향 같은 부처님을 생각하며 마음을 추스르기도 하였으며 사찰의 처마 밑 풍경소리, 스님의 염불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눈물이 났습니다. 퇴직을 하고 범어사 만성암에서 불교 공부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생각하던 세측의 갈등들을 해결해 주시는 부처님의 진리가 차츰 마음에 스며들어 너무도 진지한 시간이었고 박식한 젊은 스님께서 열정을 가지고 생활 법문부터 다양한 경전 공부까지 가르쳐 주셔서 불심의 씨앗이 여기서부터 싹을 틔운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여교사 반야회’라는 불교단체에서 지금 범어사 주지 정여 큰스님을 학장으로 ‘대한불교교사대학’을 설립하여 붓으로 쓰는 졸업장, 상장, 학적부 등 장부는 다 맡아서 쓰고 보니 정여 스님께서 저를 인정해 주셔서 여여선원 신행학교 교사대학 사경반 법사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어떤 도반의 권유로 한글법화경 7권을 열 번 사경하여 제주도 평화통일불사리탑에 봉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후 문수선원 사경반 회원으로 내가 사경에 대해 아는 것만큼 여러 도반들에게 나누어주고 지도해 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가 배우고 또 남을 위해 나누어 줄 수 있는 공부가 신행 생활의 복전이 되어 오늘도 저 맑은 하늘을 원 없이 바라볼 수 있는 행복한 불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노년에 불연(佛緣) 운이 좋아 조계종 대강백이신 무비 큰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법화경을 공부하고 또 스님께서 사경에 대한 큰 관심으로 사경 수행도량으로 키워주시고 희망을 주셨습니다. 한문법화경 3권, 금강경은 수없이 많이 사경하여 큰스님께 검증을 받을 때마다 스님께서 환희심을 내시고 칭찬해 주셔서 행복감, 성취감으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렇게 용기와 감로의 법문을 해 주신 큰스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큰스님께서는 화엄경에서부터 수많은 대승경전을 해설하셨고, 최근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선불교 최고의 교과서인 ‘직지(直指)’ 강설은 불교 초보자들도 이해가 잘 되게 자세하게 강설해 주셨습니다. 너무도 훌륭하십니다. 스님의 제자로서 법화 행자가 되어 구절구절마다 한문 한 자 한 자 짚어주시고 이해시켜주시는 덕분에 지혜를 증장시키는 안목을 갖출 수 있었고 한문 공부와 붓글씨가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경은 신구의(身口意)가 일심동체가 되고 신구의가 모두 집중되며 삼업의 정신을 통일할 수 있어 수행 중에 제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몸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 안, 이, 비, 설, 신, 의를 잘 다스리지 않으면 욕망으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육적이라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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