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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바른 마음지킴(正念)

깨인 마음 유지해 나가는 것

바른 마음지킴이란 무엇인가. 팔정도의 일곱 번째 항목으로 깨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지킴(sati)이란 초기불교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원리로 꼽히며 원래의 의미는 ‘잊지 않음’이다. 특히 팔정도의 바른 마음지킴은 사념처(四念處)와 동일한 내용을 지닌다. 사념처란 몸·느낌·마음·법에 대해 잊지 않고서 지속적으로 알아차리는 명상법이다. 이것을 실천하는 와중에는 주관적인 생각이나 바람 따위를 개입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경험하고 있는 외부적 현상이나 내면의 정서 혹은 감정 따위를 투명하게 직시하는 것만이 요구된다.
마음지킴이 유지되면 혼란하거나 어수선한 마음이 차츰 가라앉는다. 또한 그간 흘려보냈던 현상들에 대해 그 본질을 알아차리게 된다. 앞의 경우는 고요함을 의미하는 사마타(止, samatha)에 해당하고, 뒤의 경우는 진리에 대한 통찰을 의미하는 위빠사나(觀, vipassanā)에 배대할 수 있다. 이들은 선정(定)과 지혜(慧)로 달리 일컬어지기도 하며 마음지킴을 통해 얻게 되는 정신적 능력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의 개발은 궁극적인 깨달음을 실현하는 발판이 된다. 이것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실제적 원리인 바른 마음지킴은 바른 견해, 바른 노력과 더불어 팔정도에서 가장 기본적인 세 항목으로 꼽힌다(MN. III. 72 등).


경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바른 마음지킴이란 무엇인가? 여기에 한 비구가 있어, 몸(身)에 관련하여 몸을 지긋이 관찰하면서 머문다. 열렬함과 알아차림과 마음지킴을 지니고서, 세간에 속한 탐욕과 근심을 벗어나 [머문다.] 느낌(受)에 관련하여…중략…마음(心)에 관련하여…중략…법(法)에 관련하여 법을 지긋이 관찰하면서 머문다. 열렬함과 알아차림과 마음지킴을 지니고서, 세간에 속한 탐욕과 근심을 벗어나 [머문다.] 비구들이여, 이것을 바른 마음지킴이라 한다(DN. II. 313).”


마음지킴은 일상의 삶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육체적 괴로움이라든가 정신적 슬픔 따위를 견디는 방법으로 이용된 사례가 그러하다. 초기불교 경전에는 마음지킴을 통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는 경우가 여러 차례 묘사된다(DN. II. 99쪽, 128쪽 등). 괴로움이나 슬픔 따위를 지긋이 주시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러한 현상의 허망함을 체득하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파생되는 심리적 압박과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붓다 자신을 비롯한 여러 제자들은 이 방법을 통해 심리적 괴로움은 물론 육체적 질병 따위에 대처하곤 하였다.


마음지킴을 통해 스스로를 지긋이 응시하다보면 성냄이라든가 질투 혹은 인색 따위의 부정적 감정들이 완화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치 봄 햇살에 노출된 눈이 서서히 녹아내리듯이 관찰의 힘에 의해 얼어붙은 마음이 저절로 풀린다. 또한 마음지킴은 매 순간 경험하는 현상들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하여 유연하고 탄력적인 태도로 변화무쌍한 현실과 마주하게 한다. 이것은 내면의 저항감과 부정적 사고를 완화시켜 모든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준다. 현대의 심리치료에서는 이것을 마음지킴이 수반하는 ‘노출효과’ 그리고 ‘수용효과’라고 부른다.


마음지킴의 기능은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것에 익숙해지면 자신의 감정과 사고에 지배되지 않는 여유로움을 누리게 된다. 육체(色)·느낌(受)·지각(想)·지음(行)·의식(識) 따위가 고정적이지 않으며 덧없이 흘러간다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또한 이들 현상이 ‘나’ 자신이 아니며, 이들과 별개로 ‘나’라는 존재를 내세울 수도 없다는 무아(無我)의 진리를 체득하게 된다.

 

▲임승택 교수
이러한 방식으로 마음지킴은 일체의 현상이 지니는 본래적 특성에 대한 자각을 가져오고, 최종적으로는 사성제에 대한 완전한 깨달음을 가능하게 한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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