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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엄마-아빠

기자명 법보신문

엄마는 직장 육아는 할머니 몫 - 그리움은 말 못하는 아이의 짐

출산한지 두 달만에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시댁에 가서 아이와 만났다. 주말에만 보는데도 백일 무렵부터 아이는 엄마를 아는 것 같았다. 돌을 전후로 애착기가 형성되는데 그때 아이는 확실히 나를 애착의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그때는 잠깐 화장실에 가는 것도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야 했었다. 그토록 한 순간도 떨어지기 싫은 엄마와 일주일씩이나 헤어져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이에겐 너무나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아이 민규는 엄마 아빠와 헤어질 때 한번도 울거나 떼쓰지 않았다. 다만 약간 시무룩해지는 정도였다. 차리리 그때 떼를 쓰고 울었으면 일찍 알았을 텐데, 그때는 그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잘 몰랐다. 둘째를 키우면서 그때를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 더욱 가슴이 아프다.

돌이 지나면서 아이는 자주 아팠다. 주로 감기 증세였는데, 애가 아프면 애비 애미와 떨어져 있는 것이 측은해서 부모님은 서울로 아이를 데리고 오셨다. 그때마다 직장에 늦게 출근 하거나 일찍 퇴근해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일이 힘들게 느껴졌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더 이상 직장을 다니는 것이 어렵겠다고 판단되어 퇴직하였다. 그때는 부모님이 왜 아이를 데리고 오시는지 이해가 안됐다. 그렇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엄마, 아빠 그리워서 난 병이라는 것을. 그것도 모르고 나는 나 힘든 생각만 했었다. 그 뒤로도 민규는 내가 바빠서 신경을 좀 못쓰는 것 같다 싶으면 꼭 병이 나곤 했다.

그래서 둘째를 낳으면 꼭 내가 키워야겠다고 결심했었다. 둘째는 5월이 되어야 두 돌이 되는데 나는 다시 직장에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3년 정도 아이를 키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1년 6개월이 되어 아이가 젖을 떼고 나자, 갑자기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 작년 9월부터 주 3일 근무를 하며 워밍업을 하다가, 올해부터 주 5일 근무를 한다. 엄마와 하루 종일 떨어져 있는 것이 아이에게 아직은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퇴근 후에는 일찍 들어가고 주말엔 다른 일 제쳐두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출산휴가 받아서 그만 두는 주변의 후배들을 보면 '정부에서 추진하는 출산휴직을 반드시 사용하라'고 권한다. 두 돌까지는 엄마가 키워야 엄마도 충분히 건강을 회복하고 아이도 엄마와 갑자기 분리되는 아픔을 격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교여성개발원 연구과장(e-mail:hjy3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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