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만배 회향’ 화계사 불교대학 14기 주근호 씨

  • 수행
  • 입력 2012.03.20 17:51
  • 댓글 1

“절 한번에 보살의 마음 솟을 때 행복”

2004년 1월부터 108배

불서 한권이 3천배 인연

 

 

▲“남을 위한 행복을 빌 때가 좋다”며 절수행에 매진하는 주근호씨. 매일 아침 그의 서원은 108번씩 쌓여간다.

 

 

불교는 일자무식이었다.


워낙 산을 좋아해 주말이면 산행을 즐기며 가까운 절을 찾았던 게 전부였다. 아내와 함께 여수 향일암이 위치한 영취산에 신년 일출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버스 안에서 주워들은 얘기가 50대 중년 남성의 삶을 뿌리 채 흔들었다. 향일암을 참배한 보살들이 말을 주고받았다. “일심으로 절을 하면 기도가 이뤄진다.”


화계사 불교대학 14기 주근호(66, 일법)씨 인생이 오롯이 절수행으로 가득차게 된 출발점이었다. 그는 “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허나 절을 어찌 하는지 몰랐다. 시절인연이었다. 서울 도봉산에서 만난 어느 보살이 108염주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양평 용문사를 들렀던 2004년 1월1일 108염주를 샀다. 다음날 아침부터 108배를 시작했다.


성철 스님에 대한 책 한 권을 우연히 접했다. 3000배 얘기를 접한 뒤 욕심이 생겼다. 주말이면 빼놓지 않고 산을 오르는 자신의 체력에 자신이 있었다. 서울 삼각산 도선사에서 2004년 5월16일 처음 3000배에 도전했다. 그는 무작정 절을 했다. 발원이 뭔지도 몰랐다. 이왕이면 알고 하자는 생각으로 화계사 불교대학 14기 주말반에 등록했다. 기도가 뭔지, 절하는 방법이 뭔지, 발원이 뭔지 알고 싶어서다.


화계사 불교대학에서는 매월 4번째 토요일 3000배 철야정진을 한다. 전통이다. 2007년 주말반에서 기초교리를 읽힌 뒤 동참했다. 2009년 3월 졸업 뒤엔 매주 3000배 했다. 화계사 대적광전이 밤 9시 문을 닫으면 집에서 끝까지 3000배를 채웠다. 퇴근 뒤에는 조계사에서 절을 하는 등 빼먹지 않고 열심히 정진했다.

 

 

▲절수행 시간과 장소를 빼곡히 적은 일지.

 


3000배는 만만치 않았다. 3000배 절을 할 때 바둑알을 놓고 108염주를 28바퀴 돌렸다. 한참 힘들 땐 바둑알이 스스로 굴러서 옮겨졌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포기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다. 맨 처음 3000배를 할 땐 1000배하고 쉬었다. 1200배에서 1300배로 넘어갈 때 어깨와 엉덩이에 마비가 왔다. 2000배가 고비였다. 2500배가 넘어서면 절 한 번 한 번이 힘들었다. 무릎은 절로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하체 힘만으로 일어선다는 건 엄두도 못냈다. 접족례를 취한 손의 힘을 빌려 일어나 다시 무릎을 꿇었다. 360개 뼈마디가 쑤셨고, 650개 땀구멍에서는 땀이 배어 나왔다.


도저히 못하겠단 생각이 엄습했다. 천천히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번뇌가 들끓었다. 육체가 힘들어지자 마음은 수천번도 넘게 뒤바뀌었다. ‘반도 못했는데, 어떻게 채우지? 천 번 아까워서 포기 못하겠다.’ 너무 힘들면 절을 멈췄다. 대신 탑돌이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은 뒤 다시 무릎을 꿇었다.

 

절수행 빠짐없이 기록해
정진 중 아내 건강 회복


그는 처음부터 절 100만배 정진 원을 세우진 않았다. 아침 108배와 매주 3000배가 쌓여가다보니 도중에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절수행이 그에게 가져다 준 기묘한 체험도 그의 원력에 힘을 실었다. 고향 다녀오는 길,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된 적이 있었다. 자정 전에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로 중단이구나 싶었다. 아쉬워서 견딜 수 없었다. 무릎 댈 천만 있어도 휴게소 구석에서라도 하고 싶었다. 점점 초조했다. 하소연도 못하고 속만 타들어갔다. 순간, 고속도로는 뻥 뚫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108배를 마치니 자정 직전이었다.


아내는 큰 수술 겪을 처지에 놓였었다. 온갖 검사를 다 해본 주치의는 그를 따로 불렀다. 아내는 자신의 상태를 예견이라도 한듯 담담했다. 수술은 효과가 없단 말을 꺼냈다. 유방암이었다. 암이 간으로 전이됐다고 했다. “준비하셔야 한다”고 했다. 극약처방을 제안했다. 연구 환자를 제시했고 아내는 별말 없이 응했다. 그 때부터 그의 3000배는 간절한 서원이 서렸다. 아침마다 하던 108배가 2만배에 이르렀고 그 사이 3000배는 3번째 회향했다. 꿈을 꿨다. 아내 젖가슴을 빨았다. 가슴에 까만 점이 작아지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괜찮아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내를 괴롭히던 암 덩어리는 현재 작아진 채로 멈춘 상태다.


그렇게 9년이 흘렀다. 그 동안 3000배 113번, 2000배 113번, 1000배 113번 그리고 108배를 3000일 했으니 100만배가 훌쩍 넘었다. 산행일지엔 시간과 장소, 절 횟수를 빼곡히 적었다. 절 한 번도 허투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스님은 하루 5000배씩 200일로 100만배를, 다른 스님은 1000배씩 3000일간 300만배를 회향했답니다. 어떤 스님은 신묘장구대다라니를 12시간 동안 1000번 독송하셨다고 하고요. 전 별로 큰일을 끝낸 게 아니에요. 100만배를 회향한 건 모두 관세음보살님 가피라고 생각합니다. 정진하는 동안 인연을 잘 만들어주셨거든요. 법명 일법(一法)을 돌이켜 보니 한 가지 일에 전념하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합니다.”

 

 

▲불교대학 14기 도반들과 100만배 회향 108배하는 주근호씨(사진 맨왼쪽).

 


지난 3월3일 오후 화계사 대적광전에서는 불교대학 14기 도반들이 그의 100만배 절수행 회향을 축하하며 108배를 함께했다.


“선가에서는 빗자루로 정성껏 온맘 다해 마당만 쓸어도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잖아요. 깨달음 전 단계가 행복 아닌가요? 전 남을 위해 기도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기도엔 때가 있는 게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건 지금입니다.”
100만배 회향으로 그의 3000배는 끝났다. 그러나 매일 아침 그는 향 한 대를 사른다. 절 한 번 한 번에 자신 아닌 타인의 행복을 비는 그의 서원은 아침마다 108번 쌓여간다. 단어 획 하나 바꾸는 일이다. 마음 방향 바꾸면 ‘나’보다 ‘너’를 사랑하듯. 누구나 맘 먹어도 누구나 행하진 않는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