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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틀어진 모녀 사이

기자명 법보신문

서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거리감 해소

외면할수록 도망치기 마련
용기 내 한 발씩 다가가야

 

 

▲“누군가를 용서하는 용기가 상대방을 바꾼다”는 게 히로나카 스님 설명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틀어졌던 부분도 터 놓고 대화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Q. 엄마가 딸이라는 이유로 저를 미워해요.


저는 올해 고3인 여학생입니다. 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고민하고 있어요.


저는 삼남매 중 유일한 딸이라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많은 간섭을 받아왔습니다. 엄마는 항상 저에게 ‘여자다움’을 강조하셨거든요. 예쁜 치마를 입으라고 하셨고, 인형을 사다주시곤 했어요. 그런데 저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사다주시는 옷이나 장난감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오히려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오빠를 따라다니면서 칼싸움 놀이 같은 것을 즐기고, 치마 입은 것도 싫어서 항상 바지를 입고 다녔지요. 엄마는 그런 나를 보실 때마다 큰 소리로 야단치시곤 했습니다. 오빠, 동생은 엄마와 별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는 사내아이를 더 예뻐하고 저만 미워하시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무렵부터 엄마가 나만 차별한다고 생각했고, 점점 더 엄마와 말하기 싫어졌어요. 그래서 엄마가 ‘이렇게 해라’ 하시면 마치 청개구리처럼 꼭 그 반대로 했어요. 엄마가 공부하라고 하시니 공부도 안 했고, 저를 간섭하는 엄마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 집에도 잘 들어가지 않게 되었어요. 친구네 집에서 자기도 하고, 집 앞 길가에 신문지를 깔고 자기도 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만드는 음식도 먹기가 싫어서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쳐 김밥을 사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엄마가 저를 더 이상 못 보겠다며 시골집으로 보냈어요. 그래서 저는 7년째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지요. 방학 때마다 가족들을 보고 싶어서 집에 가보기도 하는데, 엄마는 내가 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저는 집 앞에 그냥 있다가 다시 시골로 돌아오곤 했지요. 동네 아줌마들이 “딸이 불쌍하다”고 말해도 엄마는 “우리 딸은 그런 애니까 상관하지 마라”며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아빠하고는 가끔 문자나 전화를 주고받고 하는데, 엄마는 이젠 저를 보는 것조차도 싫다고 하신대요. 제가 나쁜 애라 어쩔 수 없겠지요? 저는 성격이 비뚤어진 청개구리라 어른이 하시는 말은 무엇이든 반발하고 싶어지거든요. 공부도 하기 싫고 장래에 대해 생각하기도 싫어요. 다만 이젠 저에겐 돌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좀 슬퍼집니다.


제가 앞으로도 엄마와 화해할 수 있을까요? 엄마를 생각하면 나의 장래도 불안해지고 가슴이 답답해 어쩔 줄 모르겠어요. 스님,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18세, 여학생)


A. 지난 18년 간 아저씨 절에서 생활했던 아이들이 896명이나 되는데, 그 중 삼남매 가운데 둘째인 아이가 15%정도예요. 이 아이들이 하나같이 “외로웠다”라고 말해요.


둘째는 어릴 때부터 활달한 성격이 많아 부모님은 “이 아이는 내버려두어도 걱정 없다”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게다가 학생의 경우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있는 딸이라 엄마가 “여자 아이의 기질은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또 학생은 어릴 때부터 오빠를 많이 좋아했나 봐요. 오빠가 멋있어 보이고, 오빠처럼 행동하고 싶은 동경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마음이 학생의 옷차림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요? 그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절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엄마는 학생이 여성스러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간섭을 한 듯해요. 엄마가 딸만 미워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엄마는 분명 자식 3명을 다 사랑하고 있을 거예요.


아저씨 절에서 지냈던 아유미라는 중3 여학생이 학생과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어요. 즉 오빠와 남동생이 있었지요. 아유미도 엄마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겨 할아버지 댁에 맡겨졌어요. 그러다가 중학교 때 자기 집에 돌아가기 싫다고 아저씨 절로 도망쳐왔지요. 그 당시 아유미는 부모님에 대한 불신감이 상당히 컸고, 자신을 버린 부모를 절대로 용서 못한다고 말했어요.


아유미가 우리 절에 와서 사흘째가 되던 날, 아저씨는 아유미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인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권했어요. 아유미는 그것을 읽으면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몇번을 낭독(朗讀)했어요. 그리고 나서 “아저씨, 우리 엄마 아빠를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저씨는 아유미의 부모님에게 연락하면서 “아유미를 만나면 우리의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전하라”고 특별히 당부했어요. 부모님이 절에 찾아온 날 이 말을 들은 아유미는 엉엉 울면서 “아빠, 엄마, 저도 고마워요!”라고 소리쳤지요. 그동안 쌓인 마음 속 응어리가 순식간에 풀어진 것입니다. 가족이 서로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간 후 아유미는 지금 부모님 곁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해요.


아유미는 힘든 일에서 물러서지 않고 한발 더 앞으로 나갔기 때문에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었습니다. 자, 학생도 자신의 문제에서 도망치지 말고 가족들과 맞서보세요. 외면하고 도망치면 항상 쫓기기 마련입니다.


‘부모은중경’이 학생에게 도움이 될지 몰라요. ‘부모은중경’은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부모에게 10가지 은덕(恩德)이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아저씨는 이 가르침을 신입사원 연수에서 강의할 때 마다 반드시 소개하고 있어요.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한테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이 마음은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줄 수도 있고, 부모님의 은덕에 보답하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용기를 북돋아주는 기반이 됩니다.


학생이 엄마 뱃속에서 생명을 얻었을 때부터 세상에 태어났을 때까지, 엄마에게는 여러 가지 힘든 일과 괴로운 일이 많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그저 학생이 잘 태어나고 자라주기만을 바라셨을 겁니다. 그리고 긴 고통 끝에 학생이 태어났을 때 그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물론 학생이 성장하면서 엄마가 잘못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엄마는 학생을 절대로 잊지 않았고, 표현은 하지 않더라도 지금 학생과 사이가 멀어진 것을 쓸쓸하게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학생이 진심으로 마음을 터놓고 한 발 다가서면 엄마도 반드시 달라질 거예요. 용기를 내어 한발 한발 엄마에게 다가서 보세요!


▲히로나카 스님
학생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했으니 꼭 실천해보세요.
1. 아빠와 함께 천천히 식사할 시간을 갖도록 해요. 문자나 전화로만이 아니라 아빠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2. 누군가를 용서하는 일은 정말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내가 용서를 하면 상대방은 꼭 달라지거든요.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세요.
3. 얼마 남지 않은 고등학교 생활을 즐기세요! 그러기 위해선 공부도 필요하지요?
4. ‘부모은중경’을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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