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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삼학과 팔정도

서로 맞물리며 깊어지는 순환적 구조

삼학(三學)이란 무엇인가. 붓다의 제자로서 닦아야할 3가지 배움의 조목을 가리킨다. 계학(戒學, sīlasikkhā), 정학(定學, samādhisikkhā), 혜학(慧學, paññāsikkhā)이 그것이다. 계학은 입과 몸으로 짓는 악한 행위를 다스리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밖으로 드러나는 품행을 바르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정학은 내면의 악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것은 번뇌를 잠재우는 과정에 해당한다. 마지막의 혜학은 계학과 정학을 바탕으로 사성제의 진리를 깨닫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삼학이라는 닦음의 절차를 통해 거룩한 존재(ariya)로 거듭나게 된다.


삼학은 가장 포괄적인 수행 분류법의 하나이다. 삼학의 체계는 팔정도의 여덟 항목에 비교되곤 한다. 예컨대 바른 언어·바른 행위·바른 삶은 계학에 포함시킬 수 있다. 또한 바른 노력·바른 마음지킴·바른 삼매는 정학에, 바른 견해·바른 의도는 혜학에 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삼학의 배치는 팔정도와 동일한 순서가 아니라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팔정도에서 맨 처음 등장하는 바른 견해와 바른 의도는 삼학에서 맨 마지막 단계인 혜학에 속한다. 따라서 삼학과 팔정도는 지혜의 순서를 놓고서 각기 다르게 설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학의 체계는 계율의 준수로부터 시작하여 마음의 안정을 위한 정학의 단계를 거쳐 진리를 깨닫는 혜학으로 넘어가는 절차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순서는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닦음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팔정도에서는 혜학에 해당하는 바른 견해와 바른 의도를 첫 번째 순서로 배대한다. 이것은 삼학과 달리 맨 처음 수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지혜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바른 견해와 바른 의도는 수행의 목적과 절차에 관한 전체적인 조망을 제시한다. 이들이 갖추어질 때 일관된 방향성을 흩트리지 않고 지속적인 닦음을 행해 나갈 수 있다.


팔정도의 바른 견해와 바른 의도는 완성된 닦음을 위한 기본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선행하지 않은 닦음이란 모래알을 쪄서 밥을 지으려는 어리석음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분명한 지혜를 갖추게 될 때 비로소 참된 닦음의 여정에 바르게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른 견해와 바른 의도는 온전한 닦음을 위한 예비적 역할만으로 그 임무가 끝나지 않는다. 이들을 통해 계학과 정학을 잘 닦으면 더 뛰어난 바른 견해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더욱 수승한 혜학의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바른 지혜가 전제되지 않은 닦음이란 온전한 닦음이라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혜학에 접어들기 이전의 계학과 정학은 불완전하며 방편적으로 제시된 가르침에 지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초보적인 단계에서 행해지는 닦음의 절차가 존재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에 부응한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설익은 것일지라도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려는 노력과 시도들이 반복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로 이루어진 삼학의 체계는 붓다의 가르침을 맨 처음 접하는 수행자들에게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최초의 계학과 정학은 혜학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또한 혜학은 그 자체로서 머물지 않으며 다시 계학과 정학을 성숙시키는 조건으로 기능한다. 혜학이 무르익게 되면 더욱 원숙해진 모습으로 계학과 정학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삼학의 조목들은 서로 맞물리면서 깊어지는 순환적인 구조를 취한다.


▲임승택 교수
이와 같은 삼학의 실천적 특징은 바른 견해로 시작되는 팔정도의 가르침을 통해 그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 이렇듯 삼학과 팔정도는 서로를 보완하면서 실천·수행의 여정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돕는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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