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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난옥과 현암사

기자명 법보신문

오해가 부른 보리심

'현암사죠. 주지스님 바꿔 주세요!'

'......'

'아, 주지스님 안 계세요? 왜 대답이 없어요?'

문득 어찌 잘못 되었는지 짐작이 갔지만 장난기가 생겨 대답했다.

'아∼예, 주지스님은 출타하시고 상좌만 있는데요.'

'아, 그럼 주지 오면 전하세요. 보름날에 본 절에서 모임이 있다구요.'

그쯤 되니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지간에 모인다면 뭔가 중요한 회의일 성 싶은데 계속 장난질해 버리려니 켕겼다. 막 수화기를 놓으려는 스님을 붙들어 얼른 고백했다.

'저 죄송한데요. 여긴 절이 아니고 출판사 현암삽니다.'

'아따, 이 사람 그럼 얼른 말해야지, 원.'

이 회사에 입사한 첫날 받은 전화 해프닝이라 나중에 사주한테 얘기했더니 더러 받는 전화인데 대답 한 번 걸작이었노라고 별명을 상좌라고 붙여주었다.

그런데 그 별명이 싫지가 않아 다음부터 현암사가 뭐 하는데 냐고 누군가 물으면 '절예요' 하고 주저 없이 대답하는데 어느 날 그 대답을 들은 사장께서도 그럼 난 주지스님이다 하였다. 말이 씨가 된다고 그런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부터 어떤 때는 정말 내가 절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경전엔가 옷보다 수레를, 수레보다 등불을, 등불보다 진리를 보내는 게 더 영원한 보시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면 무언가를 세상에 알리는 것, 세상이 밝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 보시의 진정한 의미가 아니던가. 이에 미치니 한술 더 떴다. 부처님 살아 계실 적엔 경전에 담겨 있는 내용을 알리는 것 그것만으로 보시를 다했다 할 수 있었겠지만 점점 복잡다단해지는 요즘 세상에서는 이 세상을 좀더 쉽게 알 수 있도록 지식을 책으로 전하여 살아가는 지혜를 갖게 하는 것, 출판사에서 허접 쓰레기 같은 책을 만들지 않고 불법처럼 밝음을 전하는 책을 만드는 것도 큰 보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자칭 주지스님한테 전하였더니 뜬금없다는 표정을 짓기는 하였지만 말 된다고 하였고 난 그런 생각을 갖고부터 책 만들기의 목표가 뚜렷해졌다. 내가 하는 사업에 이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순간부터 보시가 아니라 거래가 되니, 내가 만들 책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많은 저자들을 큰스님-그 말을 들으면 기겁할 사람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내 마음의 스승-으로 모시고 함께 '행복한 세상 일구는 책 만들기'에 온힘을 쏟기로 다짐했다. 이런 현암사의 이야기에 말을 섞던 일지암의 여연 스님은 우여곡절 끝에 우리들의 '사장'이 되었고 조근태 현암사 사장은 일지암의 '주지스님'으로 역할을 바꾸기로 하였다. 이렇게 내 인생에 절간 이야기가 스스럼없이 된 것도 이 현암사(玄岩社)에 오고부터 여서 난 절 하면 현암사(玄岩寺)를 빼고 말할 수가 없다.



현암사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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