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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법에 대한 마음지킴

명상체험을 깨달음으로 정착시키는 과정

법에 대한 마음지킴(法念處)이란 무엇인가. 몸·느낌·마음·법의 4가지를 대상으로 하는 사념처의 명상에서 마지막 네 번째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법이란 몸이나 느낌 혹은 마음을 주시하는 가운데 경험하거나 알게 되는 진리를 가리킨다. 예컨대 몸에 대한 마음지킴(身念處)을 실천하면서 ‘이와 같이 육체적 현상이 일어나고 사라진다’라고 알아차린다고 치자. 이러한 체험 자체는 일단 몸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이것을 통해 ‘이와 같이 육체적 현상이란 일어나는 것이고 또한 사라지는 것이다.’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법에 대한 마음지킴으로 옮겨 온 셈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법에 대한 마음지킴에서는 수행의 진척과 더불어 알게 되는 내용들을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삼는다. 여기에는 다섯 장애(五蓋), 오취온(五取蘊), 여섯 터전(六內外入處), 일곱 깨달음의 조목(七覺支), 사성제(四聖諦) 등에 대한 일련의 깨달음이 포함된다(DN. II. 300~314). 이들은 몸·느낌·마음에 대한 관찰을 통해 얻게 되는 깨우침을 대략적인 경험 순서에 따라 일괄 제시한 것이다. 명상의 진행과 더불어 체험하게 되는 깨달음의 계기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분명한 앎으로 정착시키는 과정이 곧 법에 대한 마음지킴이다. 다섯 장애에는 악한 마음, 혼침과 졸음, 들뜸과 회한 따위가 포함된다. 사실 이들은 명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발생하는 번뇌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들을 지긋이 응시하면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진리를 꿰뚫는 과정이 법에 대한 마음지킴의 첫 번째 세부 내용이 된다. “악한 마음이 있을 때 ‘나에게 악한 마음이 있다’고 알아차리고 혹은 악한 마음이 없을 때 ‘나에게 악한 마음이 없다’고 알아차린다(DN. II. 301).” 이와 같이 지속적으로 알아차리다 보면 어느 순간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신적 장애에 해당하는 갖가지 부정적 정서들이 어느덧 무상(無常)의 진리를 일깨우는 매개로 바뀌어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오취온이란 육체(色)·느낌(受)·지각(想)·지음(行)·의식(識)이라는 경험적 요소들(五蘊)에 집착하여 ‘나’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법에 대한 마음지킴이 무르익으면 이러한 경험적 요소들 모두가 ‘나’ 자신이 아니라는 깨우침을 얻게 된다. 여섯 터전(六入處)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음지킴의 능력이 커지면 눈(眼)과 시각대상(色), 귀(耳)와 소리(聲) 등으로 이루어진 감각영역에 대해 다만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잡다한 감각적 현상들에 뒤엉키지 않고서 방관자로 남아 그들이 발생하고 사라지는 전 과정을 주시할 수 있게 된다.


일곱 깨달음의 조목이란 이상과 같은 실천을 통해 얻는 정신적 능력에 해당한다. 마음지킴을 한 결 같이 유지하는 염각지(念覺支), 경험하는 현상들을 그때그때 올바르게 분별하는 택법각지(擇法覺支), 멈추지 않고 노력을 계속하는 정진각지(精進覺支) 따위가 그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개발하는 관건은 경험하는 현상들을 다만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남겨 둘 수 있느냐이다. 바로 여기에 숙달하게 될 때 자신의 감정과 정서로부터 초연해지는 탈동일시(disidentification)의 체험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상태란 거짓된 자아를 구성하는 안팎의 현상들에 더 이상 현혹되지 않는 무아(無我)의 경지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법에 대한 마음지킴은 사성제의 체득으로 최종 마무리된다. ‘대념처경’에 따르면 사성제가 이루어지는 실제 과정은 앞서 거론했던 다섯 장애, 오취온, 여섯 터전 따위에 대한 알아차림과 사실상 중복된다(DN. II. 304~314).

 

▲임승택 교수
즉 사념처의 명상을 진행하면서 경험하는 여러 단편적인 깨달음의 계기들은 사성제의 실현이라는 큰 틀 안에 포함된다. 결국 몸·느낌·마음·법을 통찰 내용으로 하는 사념처는 고(苦)·집(集)·멸(滅)·도(道)라는 사성제의 실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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