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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사띠 논쟁

불교학계 달군 번역어와 경지 문제

사띠(念, sati)란 무엇인가. 마음지킴, 마음챙김, 알아차림 등으로 번역되는 그것이다. 이것의 원래 의미는 잊지 않음(不忘)으로, 과거에 경험했던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초기불교에서는 이 용어의 쓰임과 관련하여 잊지 않음을 유지할 때의 각성된 상태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무언가를 떠올리거나 어떤 사물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산란하거나 부주의한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묘사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이렇게 해서 사띠의 의미는 잊지 않음 혹은 기억으로부터 주의집중, 깨어있음, 알아차림 따위로 확대되기에 이른다.


확장된 의미의 사띠는 명상의 상태에 이르도록 해주는 심리적 기능을 나타낸다. 이 경우 기억이라는 뜻은 약화되고 집중이라는 뉘앙스가 부각된다. 즉 현재 경험하는 사태에 집중함으로써 마음의 방황을 막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용도의 사띠는 감각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에 비유된다(SN. IV. 194). 보거나 듣는 현상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스스로를 다잡는다는 것이다. 한역에서는 이것을 염(念), 억념(憶念), 수의(守意), 의지(意止) 등으로 번역해 왔다. 앞의 둘은 잊지 않음이라는 원래의 의미에 가까우며, 뒤의 둘은 산란함이나 부주의함을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통한다.


한편 사띠는 삼빠쟌냐(知, sampajañña)라는 용어와 짝을 이루어 사용되곤 한다(DN. II. 223 등). 삼빠쟌냐는 ‘경험하는 현상을 그때그때 분명하게 알아차리는 작용’으로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삼빠쟌나와 대비를 이루는 사띠의 고유한 의미는 ‘마음을 모으고 단속하는 것’에 한정된다. 사띠는 매순간 경험하는 현상들에 대해 명확한 알아차림이 발생하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작용이다. 반면에 삼빠쟌냐는 그렇게 해서 얻게 되는 결과적 측면에 해당한다. 필자는 이들의 세분화된 쓰임을 고려하여 전자에 대해서는 마음지킴으로, 후자에 대해서는 알아차림으로 번역한다.


사띠 즉 마음지킴의 기능은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의 깊은 각성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반면에 삼빠쟌냐 즉 알아차림은 그러한 각성된 마음으로 경험하는 현상을 기민하고 분명하게 아는 것이다. 이들 둘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에 놓인다고 할 수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음지킴은 분명한 알아차림을 위해 전제되어야 하고, 그렇게 생겨난 알아차림은 최초의 마음지킴을 더욱 굳건히 해준다. 이들은 고요해진 상태를 의미하는 사마타(止)와 통찰을 의미하는 위빠사나(觀)에 도달하도록 해주는 실제적 수단으로 강조된다(AN. V. 99~100).


초기불교를 대표하는 명상프로그램으로서 사념처(四念處)라든가 입출식념(入出息念) 따위가 있다. 이들 명상법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에서 마음지킴과 알아차림은 없어서는 안 될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마음지킴과 알아차림을 통해 몸이나 느낌 혹은 호흡 따위에 대해 집중을 꾀하게 된다. 또한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진리를 꿰뚫는 경지로 나아가게 된다. 마음지킴과 알아차림이 원활하게 작용해 주어야만 사념처라든가 입출식념에 전념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실현하게 된다.


2000년대 이후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띠 논쟁’은 한국불교학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논의의 쟁점은 이것을 어떻게 번역하느냐 하는 것과 과연 이것이 어떠한 경지에서 행해지는가에 관한 의문이었다. 마음지킴이라는 번역은 이 용어가 지닌 의미와 쓰임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임승택 교수
또한 이상에서 보았듯이, 이것은 미완성의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원만히 성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일상의 경지에서부터 스스로를 추스르기 위해 실천해 나가는 것으로, 다섯 장애(五蓋)라든가 감각적 쾌락(欲) 따위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된다(AN. IV. 457).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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