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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물과 토양

기자명 청화 스님

중국고사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초나라 왕은 제나라에서 사신으로 온 안자에게 초나라는 군자의 나라이고, 제나라는 미개한 나라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나의 연극을 준비했다. 초나라 왕과 안자가 대좌한 중에 갑자기 무사 몇 사람이 한 죄인을 끌고 왕 앞에 나타났다. 초나라 왕은 큰 소리로 물었다. “이 죄인은 어느 나라 사람이며 무슨 죄를 지었느냐?” 무사가 말했다. “ 이 놈은 제나라 사람이온데 약탈 죄를 졌습니다.” 이에 초나라 왕은 안자를 쏘아보며 말했다. “당신네 제나라 사람들은 왜 좋은 일은 하지 않고 흉악한 강도질만 한단 말이오?” 안자도 초나라 왕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마디 했다. “대왕님, 대왕님도 아시겠지만 강남에서 난 귤은 달고 크지만 그것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어 맛이 시고 작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물과 토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제나라 사람은 제나라에 있을 때 모두 어질고 좋은 일만 하였는데 어찌하여 초나라에 오기만 하면 강도로 변할까요? 그것은 필시 초나라 수질과 토양이 백성들로 하여금 강도로 변하게 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괜한 수작을 부리다가 숨 막히게 한 대 얻어맞고 초나라 왕은 안자를 다시 보았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는 무려 5백 건에 이르는 민간인 사찰을 불법으로 했다. 그 중에는 종단의 스님들과 종무원들까지 들어 있다고 한다. 처음 이 사건을 알고 놀란 것은 민간인 사찰을 주도하는 청와대의 공직자들이 대포폰을 소지했다는 사실이다. 범죄자들이나 사용하는 대포폰을 대통령을 보좌하는 공직자들이 소지했다는 것은 떳떳치 못한 일을 음모했다는 증거이다. 청와대가 범죄의 소굴 같은 인상을 주어 대단히 유감스럽다. 또 놀란 것은 민간인 불법 사찰의 부당함이 세상에 노출되자 위기를 느낀 누군가는 하드디스크를 깨부수라고 명령했다는 부분이다. 그로 미뤄볼 때 그것은 정상적인 업무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필시 거기에는 범죄적인 내용들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증거 인멸을 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위기 상황에 처한 범죄자들에게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청와대의 공직자가 그랬다는 것이 실로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거기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검찰의 재수사 발표이다. 사실 민간인 불법사찰 건을 장진수 전 주무관의 폭로에 의해 재수사 한다는 것은 검찰의 수치다. 일차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즉생의 각오로 재수사를 하겠다던 검찰의 수사결과는 또 다시 부실이었다. 이 사건의 수사 핵심은 누가 사찰을 지시했고, 그 사찰 내용은 누구에게 보고되었는가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빠졌다. 뿐만 아니라 입막음용으로 장 전 주무관에게 건넨 관봉 오천만원도 그 배후를 규명하지 못했다. 이것은 검찰이 검찰이기를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즉 사건 개요가 복잡미묘해서 도저히 진전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윗선’을 보호하기 위해 덮어둔 것이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의 물은 무엇이고 토양은 어떤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왜냐면 이명박 정부의 물을 먹고 이명박 정부의 토양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청와대의 공직자나 검찰은 각기 본 직무에서 이탈되었기 때문이다. 초나라의 수질과 토양이 선량한 사람도 강도로 변하게 했듯이, 이명박 정부의 물과 토양은 공직가가 범죄자가 되게 했고, 검찰은 검찰이 아닌 것으로 변화시켰다. 이것이 다 이명박 정부이기 때문이 아닌가.


▲청화 스님
펄떡 펄떡 뛰는/ 이 연못 저 연못의 잉어 잡아다가/ 인왕산 아래 담 높은 집에서/ 몰래 몰래 회 쳐 먹고는/ 메밀묵 먹었다고 말하는 입을 보고/ 소가 웃는다// 다 알고 소도 웃는데/ 한쪽으로 기울어진 검찰청 건물/ 그 문을 열고 삐죽 내민 얼굴은 또/ 이 연못 저 연못의/ 잉어가 없어진 이유를/ 달 밝은 무주 구천동/ 소쩍새가 울었기 때문이라고/ 쾅쾅쾅 징을 친다// 이 모양 이 꼴이니/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法은/ 아무거나 갉아 먹고 내 깔린/ 까만 쥐똥이로고.

 

청화 스님 전 조계종 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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