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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울려라 성덕대왕신종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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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면서 맨 먼저 종과 만난 것은 동요에서부터다.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 음악교과에 나오지 않지만 우리 세대 때 만 해도 학교를 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노래가 '학교 종이 땡땡땡'으로 시작하는 동요였다. 당시만 해도 수업의 시작과 끝은 종소리로 알리던 시절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종 대신 차임벨이 도입되면서 종소리는 생할 주변에서 들을 수 없었다. 그러다 고등학교시절 경주 국립박물관에 가서 태어나 처음으로 그렇게 큰 종을 보았다. 역사 수업 시간에 듣던 1000년의 역사를 가진 성덕대왕신종의 실체를 눈으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때까지만 해도 성덕대왕신종이 갖는 문화적 가치나 위대함, 종에 새겨진 비천상의 아름다움은 볼 수 있는 눈이 없었으며 또한 할머니 품에서 들었든 에밀레종에 얽힌 애절한 이야기를 이 종과 관계지을 수 있는 지식도 없었다.

어쨌던 경주에 사는 덕택으로 매년 연말이면 묵은해와 새해의 갈림을 1000년의 소리로 아로새기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는데 성덕대왕신종은 다른 종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음의 깊이와 여음이 듣는 이의 마음을 안온하게 했기에 연말이면 한해의 복덕을 그 긴 여음에 담아 뭇 중생들의 가슴 가슴을 울렸다.

그러나 어느 해 인가부터 제야의 종은 대형스피커가 대신 타종을 하게되었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종에 문제가 생겨 더 이상 타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였다. 아쉬움이 컸다. 아쉬움은 텔레비젼 중계로 듣는 보신각 종소리가 대신하지는 못했다.

오늘 이런 아쉬움의 갈증을 풀었다.

코스모스가 유난히 하늘거리고 햇살이 투명하게 빛나는 10월 3일 하늘이 열린 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에밀레종이 침묵을 떨치고 가두어둔 깊고 웅장한 소리를 가을 하늘에 쏟아냈다.

만든 이의 염원처럼 소리의 파도가 모든 중생의 가슴을 울려 깨달음 길로 인도하고, 종소리를 듣는 모든 중생, 복 짓고 복을 받아 종소리처럼 막힘 없는 삶 살아갈 수 있기를 합장한 두 손에 마음 모았다. 아울러 현대 과학이 한계를 넘어 제야의 종소리로 1000년의 에밀레종이 다시 울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주현숙(경주장애인복지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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