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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느낌(受)

감각적 접촉으로 발생하는 여러 감정들

느낌이란 무엇인가. 오온의 두 번째 항목으로서 지각(想)이나 지음(行) 따위와 더불어 정신현상에 속한 경험의 갈래를 일컫는다. 감각적 접촉(觸)을 통해 발생하는 즐겁거나 괴롭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감정 따위가 그것이다. “느껴지는 것을 느낌이라고 한다. 그러면 무엇이 느껴지는가. 즐거움도 느껴지고 괴로움도 느껴지고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것도 느껴진다. 이와 같이 느껴지는 것을 느낌이라고 한다(MN. I 293).”


느낌은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된다.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라는 3가지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눈·귀·코·혀·몸·마음의 접촉에서 생겨난 느낌이라는 6가지 분류법이 사용되기도 한다(SN. III. 60). 또한 ‘대념처경’에서는 앞서의 3가지에 육체적인 것(sāmisa)과 정신적인 것(nirāmisa)에 의한 2가지 분류법을 추가한다. 그리하여 즐거운 느낌, 육체적인 즐거운 느낌, 정신적인 즐거운 느낌이라는 방식으로 도합 9가지 느낌을 나열한다(DN. II. 298).


6가지 분류는 보거나 듣는 일체의 과정이 느낌의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편 9가지 분류는 정신적 수준에 따라 느낌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류 방식이야 어떻든 인간의 삶에서 느낌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즐거운 느낌을 추구하고 괴로운 느낌은 배척한다. 사실 삶의 전 과정이 이것의 연장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예컨대 좋은 학교에 다니거나 좋은 직장을 얻고자 하는 것도 결국 즐거운 느낌을 추구하고 괴로운 느낌을 배제하려는 노력에 다름이 아니다. 따라서 모든 법은 느낌으로 모아진다고 이야기되기도 한다(AN. IV. 339).


오온의 느낌이란 삶의 모든 국면에서 ‘나’를 강제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좋은 소리를 듣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부드러운 감촉을 경험할 때 발생하는 즐거운 느낌은 집착의 대상이 되어 ‘나’를 유혹한다. 한편 추한 것을 보거나 불쾌한 소리를 듣거나 입에 맞지 않은 것을 먹거나 부드럽지 못한 감촉을 경험할 때 발생하는 괴로운 느낌은 분노의 상태로 ‘나’를 몰아간다. 이렇듯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를 수취온(受取蘊) 즉 ‘집착된 느낌의 경험요소’로 일컫는다.


느낌에 집착하면 느낌과 하나가 된다. 이러한 예는 동물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물의 삶은 먹고자 하는 욕구와 생식의 욕구로 점철되어 있다. 이러한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느낌에 매이지 않는 능력에서 찾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인간만이 옳음을 위해 배고픔이라는 괴로운 느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은 즐겁거나 괴로운 느낌에 아랑곳하지 않는 결연한 의지를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하다. 어쩌면 바로 여기에서 인간만의 존엄이 찾아질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임승택 교수

느낌이란 한순간에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결코 ‘나’ 자신과 하나일 수 없다. 이러한 느낌을 대처하는 ‘나’의 태도는 곧 ‘나’의 됨됨이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경전에서는 느낌에 대해 무상한 것으로 알거나 보면 무명이 제거되고 밝은 앎(明, vijja)이 일어난다고 가르친다(SN. IV. 50). 느낌이란 그 자체로는 유혹거리에 불과하지만 통찰의 대상이 될 때 깨달음을 이끄는 매개로 바뀐다. “즐겁거나 괴롭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게 느껴지는 것에 대해 뛰어난 지혜로써 알고 두루 알게 되면 탐욕이 바래고 버려져 괴로움을 종식시킬 수 있다(SN. IV. 18).”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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