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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사 ·법보신문 이주민 돕기 공동캠페인][br]심장 구멍 난 아들 돌보는 베트남인 흐엉씨

  • 교계
  • 입력 2012.09.10 12:18
  • 수정 2012.09.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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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연결된 호스로 분유 삽입…수술만 여섯번

 

▲흐엉씨는 대근이를 볼 때마다 눈물이 쏟아진다. 대근이는 지금까지 여섯번의 대수술을 받았다.

 

 

멍하니 누운 채 허공을 바라보던 대근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왼쪽 팔과 다리는 움직임이 없었다. 오른쪽만으로 간신히 허우적거리며 누군가를 애타게 찾았다. 한 여인이 힘겹게 일어나 분유를 만들고 대근이의 옷을 벗겼다. 분유가 담긴 젖병은 입으로 가지 않았다. 분유는 배에 난 구멍에 연결된 호스로 들어갔다. 어미의 눈에 눈물이 쏟아졌다.


대근이는 지난해 9월22일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응우엔티 흐엉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제 12개월, 보통 아기라면 첫걸음마를 떼야 할 나이지만 도움이 없이는 제대로 앉아있을 수도 없다. 오랫동안 음식을 담지 못한 입술은 바싹 말라있다. 입에는 얼굴근육이 퇴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언제나 노리개 젖꼭지가 물려있다. 머리에서 옆구리까지, 가느다란 뭔가가 피부를 뚫고 나올 듯 끊임없이 꿈틀거린다. 뇌에 물이 고이는 것을 막기 위해 심어놓은 호스의 흔적이다. 여섯 번 수술은 대근이의 몸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대근이가 태어나던 날, 산부인과 의사는 흐엉씨를 불러 아기 심장에서 이상소리가 들린다며 정밀진단을 권했다. 흐엉씨는 갓 태어난 핏덩어리를 안고 큰 병원을 찾았다. 초음파검사와 피검사 등을 받은 후 대근이의 병명이 ‘팔로증후군’이라는 것을 알았다. 심장에 구멍이 있어 몸 전체에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병이라 했다. 당장 수술은 곤란하니 4~5개월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올 2월, 쌔근쌔근 잠자던 대근이의 눈이 허옇게 뒤집혔다. 감전된 듯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대근이를 안고 근처 병원으로 달려갔다. 3월10일 대근이는 첫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치료를 포기한 병원 측에서는 더 큰 병원을 소개했다. 서울로 올라와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이번에는 뇌출혈을 일으켰다. 또 한번의 수술로 피는 제거했지만 고인 물까지는 빼내지 못했다. 물이 고이는 것을 막기 위한 호스를 삽입하는 수술이 이어졌다. 고통은 멈추지 않았다. 왼쪽 팔과 다리가 마비돼 누워있는 것도 힘겨워했다. 먹은 것을 토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약물조차 마시지 못했다. 호스로 음식을 투여하기 위해 배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

 

흐엉씨가 기억하는 수술은 여기까지다. 의사가 수술동의서를 가져오면 서명하고 애타게 결과를 기다리는 것만 수차례. 지난 6개월여의 시간은 흐엉씨의 몸과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대근이를 돌보기 위해 남편도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치료비는 3000여만원. 살아온 것보다 더 많은 날들이 무거운 납덩이처럼 흐엉씨 가족을 짓누르고 있다.


모금계좌 농협 032-01-183035 (주)법보신문사. 02)725-7014
 

김포=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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