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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합시다

기자명 법보신문

아침에 손자 손을 잡고 유치원에 데려다 주었다. 그녀석이 아파트를 나서더니 “하늘이 파랗다. 구름과 달도 보이네. 저 구름 위를 걷고 싶어.”하고 즐거워했다. 그 말을 듣고 하늘을 쳐다보니 정말 푸른 하늘과 하얀 높쌘구름 그리고 흰 달이 보였다. 윌리암 워즈워드는 그의 시‘무지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다. 애들은 어른과 달리 언제나 신선한 감각으로 순간순간을 살아간다. 바로 천진불(天眞佛)이다.


특히 “하얀 구름 위를 걷고 싶다” 말이 예리한 화살처럼 내 가슴에 꽂혔다. 요즘은 정말 속세를 떠나 푸른 하늘로 올라가 하얀 구름 위를 걷고 싶은 심정이다. 참으로 지겨운 여름이었다. 18년 만에 다가온 폭염으로 많은 낮과 밤들을 괴로움 속에서 보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변해간다(諸行無常).이제 그 지겨운 계절이 지나고 청명한 가을이 찾아왔다. 그런데 왜 이렇게 가슴이 짓눌려 속세를 떠나고 싶은가? 불자로서 나는 부처님이 우주의 진리를 설파한 삼법인(三法印)의 첫째로 제행무상을 말씀하신 것을 기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해가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허망한 것이고 거기 집착할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아는 것이 진리를 깨닫는 것이고 이 가르침이 불교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를 오탁악세(五濁惡世)라 하고 그중의 하나가 중생탁(衆生濁)이다. 중생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요즘 모든 국민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이다. 성인 여성에 대한 성범죄는 차치하고 미성년자 및 심지어 아동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성폭력은 인간이 아니라 축생의 소행이라고 밖에 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중생탁이다. 정부와 사회는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하여 성폭력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 강화, 우범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 등 여러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을 다스리지 않는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는다. 성범죄자의 병든 영혼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않는 한, 이러한 대증요법적 처방은 한계가 있다.


명나라의 선비 원요범(袁了凡)은 그 자식에게 남긴 유훈인 “요범사훈(了凡四訓)”에서 인간의 과오를 다스리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최하급의 처방이 행동을 통해서 다스리는 것이다. 즉 죄를 범하면 그에 상응하는 체벌을 가하여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이고, 현재 성폭력자에 대하여 정부가 제시하는 처방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중급수준에 해당하는 것이 이치를 통하여 과오를 다스리는 것이다. 즉 왜 범행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범죄가 악행이 되는 까닭과 악행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고통을 불러오는 이치를 가르치는 것이다. 예로서 담배를 많이 피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까닭과 그로인해 고통을 받다가 사망하는 이치를 가르쳐 금연케 하는 것이다. 과오를 다스리는 최상급의 처방은 마음을 통한 것이다. 즉 모든 것이 마음이 만든 것이고, 마음은 붙잡을 수 없는 허망한 것이므로 집착할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 방법은 모든 과오를 뿌리 채 뽑아버린다. 참선이나 염불, 간경 또는 다라니 수행이 이를 목표로 삼는다. 이중 쉽고 보편적인 것이 염불이다. 가장 깊은 의미에서 “염불은 진리(法身佛)를 생각(念)하는 것”이다.

 

▲이기화 교수
관음경에 “만약 중생이 음욕이 많다 해도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염하면 문득 음욕을 여읠 수 있다”라고 설했다. 염불이 성범죄를 예방하는 최상급의 처방임을 가르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일심으로 염불하면 온 법계가 맑아진다. 왜냐하면 온 법계가 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모두 임심으로 염불하자. 


이기화 교수 kleep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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