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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와 후보 단일화

기자명 손혁재

민족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연휴에는 흩어져 살던 가족과 형제자매, 친척 친지들이 오랜만에 만나게 된다.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하고, 술 한 잔 나누며 밀렸던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은 추석연휴의 낯익은 풍경이다. 안부를 묻고, 직장과 집, 그리고 가족 이야기가 이어지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정치로 넘어간다. 대체적으로 정치 이야기는 신나고 즐겁기보다는 짜증나고 언짢은 것이 일반적이다. 정당, 국회, 정치인들을 향해 쏟아내는 비판과 분노, 한숨과 성난 목소리는 귀향활동을 벌이는 정치인들에게 그대로 전해져 정치에 반영이 되곤 한다. 이것을 추석민심이라 부르는데, 비유하자면 ‘민심의 속살’인 셈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추석민심은 어떠했을까. 세 후보를 화두로 삼아 유권자들은 흥미진진하게 대선 삼국지를 엮어 나갔을 것이다. 아무래도 추석민심에 가장 노심초사한 것은 박근혜 후보였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뒤지기까지 했다. 안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과 문 후보의 민주당 후보 확정 등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도 있었지만 박 후보 진영의 악재도 많았다.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불출마협박 파문, 친박계인 홍사덕·송영선 전 의원의 잇따른 금품수수 관련 추문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마침내 새누리당에서 박 후보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전환 요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후보로 확정된 뒤 줄곧 지적받은 소통부재의 리더십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었다. 박 후보는 지난해에도 추석직전에 불어온 안철수 바람에 대세론이 흔들렸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5년 전 추석은 청계천 신화를 앞세운 이명박 후보에게 끝내 패배했던 아픔을 안은 채 맞았었다. 추석 직전 박 후보가 5.16쿠데타와 유신, 인혁당 사건 등 경직된 과거사 인식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것도 추석민심을 의식해서였다. 과연 추석민심은 박 후보의 사과를 진정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을까.


안철수 후보와 선의의 단일화 경쟁을 펼쳐야 하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추석민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단일화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후보 선출 이후 화합행보로 당 내부의 결속에는 어느 정도를 성과를 보였지만 미래비전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은 아직 제시하지 못한 상태이다. 후보 수락연설에서 일자리혁명,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새로운 정치, 평화와 공존이라는 5대 과제를 제시했지만 이것만으로 추석민심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추석민심에서 가장 많은 논란에 휩싸인 건 안철수 후보였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을 기다려준 측면도 있지만 추석연휴 직전에 출마선언을 한 것은 추석민심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국민통합을 향한 정치쇄신’이 추석민심의 핵심 화두가 된다면 ‘현상으로서의 안철수’에서 ‘지도자로서의 안철수’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안 후보를 기다린 건 검증공세였다. 연휴 직전 안 후보 부인과 안 후보 자신의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이 터져 나왔다. 논문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었다. 다운계약서 문제는 신속하게 잘못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논문 의혹은 서울대 교수들의 해명으로 해소되었다. 그러나 안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다. 검증공세가 부당하거나 악의적 흠집내기란 인식이 추석민심에서 드러난다면 지지율 까먹는 것은 최소화될 것이다.

 

▲손혁재 상임대표
돌이켜 보면 지난해의 추석민심도 단연 ‘안철수 신드롬’이었다. ‘안철수 서울시장’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안철수 대통령’으로 바뀌어 ‘안철수 대망론’이 ‘박근혜 대세론’을 흔들었던 것이 지난해 추석민심이었다.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국민의 갈망이 나타났던 것이다. 1년 전의 상황이 재연되는 듯한 추석민심은 과연 3 후보 가운데 누구에게 더 많이 쏠렸을까. 


손혁재 풀뿌리지역연구소 상임대표  nurison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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