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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불자에게 산사순례란

기자명 법보신문

무릇 세상의 일체존재는
홀로 살아 갈 수 없으니


인간 역시 다를 게 없어
순례는 이치 깨닫는 여행

 

‘여기 두 개의 갈대 다발이 있다고 하자, 그 두 다발이 서로 의지 할 때는 제대로 서 있을 수 있지만, 한쪽만으로는 서 있지 못한다. 이와 같이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있다. 갈대 다발의 한쪽을 치우게 되면 한쪽이 넘어지듯 이것이 존재하지 않으면 저것도 존재할 수 없으며 저것 또한 존재하지 않으면 이것 또한 존재 할 수 없다’


부처님이 갈대의 비유를 통해 ‘존재의 법칙’을 설법한 내용인데 깊이 음미해보면 이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으며 상호의존을 통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시고 있다. 사실, 아무리 뛰어난 법문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면 한갓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그 설법이 유의적절하게 삶의 양식과 생활에 도움을 주어야만 한다. 부처님의 설법이 위대했던 것도 항상 적절한 비유를 통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였기 때문이다.


가끔 우리는 주위에서 독불장군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볼 수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로 평생 사색을 하며 인간의 내면을 분석했던 라로쉬 푸코도 그의 저서 ‘잠언집’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이 곁에 아무도 없어도 자기는 충분히 자신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또한 자신이 없으면 이 세상이 잘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욱 잘못된 생각이다.’


그의 잠언 또한 부처님의 설법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이 세상을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며 상호의존을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존재의 법칙’이다. 너라는 존재가 없으면, 나라는 존재가 없기 때문에 너와 내가 함께 상호의존 하는 세상이 되어야만 비로소 진실한 세상이 된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세상에는 터무니없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대개 이런 사람은 자신의 존재만 귀하게 여길 뿐 남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때론 가당찮은 범죄로 치닫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에게 폭력을 하거나 살인을 하는 것, 거짓말을 하는 것도 결국에는 자신의 존재만을 생각하고 남을 경시하는 풍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이다. 결국 이런 사람은 돌아올 수 깊은 나락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렇듯 이 세상은 나 홀로 사는 곳이 아니라 너와 나 우리가 서로 상호의존하면서 사는 곳이다. 이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연기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여기 황금이 있다고 하자. 이를 쪼개어 세상 사람들은 반지와 귀걸이, 목걸이를 만들기도 하고 시계를 만들기도 한다. 단지 그것들은 허영을 위한 치장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금을 팔아 병든 이웃을 돕고,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줄 우유를 사거나 좋은 일에 쓴다면 그 금은 곧 법신(法身)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재물도 그 사용처에 따라 그 가치가 확연히 달라진다. 하지만 남을 돕는데도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 마음을 비우되 여유 있는 돈으로 남을 도와야 하고 또한 주는 사람의 마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 청정해야 하고 그 돈과 물건이 청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선행의 본질도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연기의 법칙인 것이다.

 

▲선묵 혜자 스님

우리가 108산사순례를 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병든 이웃을 돕고 농촌사랑을 실천하고, 다문화가정 인연 맺기를 하고, 장병에게 초코파이를 전하는 것도 다름 아닌 이 세상이 나와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임을 널리 전하기 위함이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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