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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잿더미서 불씨 살려낼 수 있을까

기자명 법보신문

‘잿더미의 유산’ / 팀 와이너 지음 /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 / 2008

▲‘잿더미의 유산’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최악의 테러리스트’로 지목하고 추적해오던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장면이 TV화면을 통해 전 세계에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과연 CIA!’하면서 그 능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CIA는 대단한 능력을 갖춘 조직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것은 막연한 내 느낌도 아니고, 이 조직을 음해하려는 쪽에서 꾸민 모략도 아니다. 팀 와이너가 역대 CIA 국장들과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인터뷰를 갖고, 비밀이 해제된 미 정부 문서를 꼼꼼하게 읽어낸 뒤 얻어낸 ‘사실 확인’일 뿐이다.


“60년 동안 수만 명의 비밀공작 요원들이 수집한 정보들 가운데 정말 중요한 정보는 극히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이것이 CIA의 가장 은밀한 비밀이다.”


한국전쟁 발발·쿠바와 베트남 공산화·옛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9.11 테러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하여 제대로 된 정보를 수집하여 테러를 사전에 막고 미국 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보기관의 본래 역할’에 충실했던 적이 거의 없었으며, 사담 후세인과 아프가니스탄 전사들을 지원해서 그들을 ‘강력한 적’으로 만든 곳도 CIA이다.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에서 경쟁 관계였던 옛 소련의 KGB는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나 이스라엘 정보기관에도 크게 뒤쳐져 있어서, 미국의 대외 정책을 왜곡시키는 주역을 담당하였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CIA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믿고 있고, 미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확보해주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실패는 비밀에 부쳐졌으며, 오로지 성공만이 세상에 크게 알려졌다. CIA는 숙련된 기술과 용기를 갖춘 요원과 외국인 대원들을 끊임없이 새로 보충하고 유지하지 않으면 성공을 거둘 수 없었다. 이것이 성공의 열쇠였지만, 이렇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척 한 것은 기만이었다.”


2004년 이라크 무기 사찰단장을 맡았던 데이비드 케이는 “정보가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은 전쟁을 피하도록 할 때”라고 했다는데, CIA의 정보는 거의 대부분 ‘전쟁을 피하게 하는 목적’보다는 ‘전쟁을 확대하고 연장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7년 동안 국장 자리에 있다가 2004년 7월 사임한 조지 테닛은, 스스로 ‘이라크에는 대량 살상무기가 있다’고 세뇌시키면서 상황을 왜곡시키다가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역사에 죄수로 잡혀 있었다”고 실토하기까지 하였다.


이제 CIA의 위상 추락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정보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고, 세계시장이 좁아질수록 제대로 된 ‘정보’와 ‘분석’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대할 것이다. 이처럼 ‘정보 시장’은 커지는데 세계 최대의 정보기관 CIA가 무력해지자, “이제 전혀 다른 권력 집단이 정보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 안에 있는 사기업들이다.”

 

▲이병두 종무관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익 추구인데 세계 정보시장에서 사기업들의 영향력이 증대된다면, 이는 지난 60년 동안 CIA의 과오를 훨씬 뛰어넘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이병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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