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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말

기자명 법보신문

가을은 아름다운 언어와 샹송의 계절이다. 가을의 다가옴을 가장 극적으로 노래한 시인은 샤를 보들레르라고 생각한다. 그의 시 ‘가을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머지않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니. 안녕, 너무 짧았던 우리 여름의 찬란한 빛이여!”그에게 가을은 삶에서 죽음으로 이행하는 계절을 상징한다. 릴케의 다른 감성으로 가을을 노래한다. 가을은 그에게 기도처럼 다가온다. 그의 ‘가을 날’은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늘을 해시계 위에 내리시고 벌에는 바람을 일게 하여 주십시오”로 시작한다. 가을은 조락의 계절이다. 구르몽은 그의 시 ‘낙엽’에서 나뭇잎이 저버린 숲으로 가자고 한다. 그리고 묻는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고 했다. 그리고 가까이 오라고 했다. 우리도 언젠가는 어느 가을바람에 낙엽처럼 져 흩어질 터이니.


가장 아름다운 가을노래를 들라하면 나는 주저 없이 이브 몽탕의 ‘고엽(les feuilles mortes)’꼽으리라. 무수한 뮤지션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연주했다. 앞으로도 또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누군가 ‘반야심경’을 ‘불마(不磨)의 경’이라고 했다. 아무리 읽고 읽어도 닳아지지 않는 경전이라는 뜻이다. ‘고엽’도 아마 불러도 불러도 다함이 없는 불마의 샹송이 되리라 생각한다.


가을이 왔다.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참으로 길고 무더운 여름날에서 우리는 살아남았고 이제 기적처럼 옥빛 하늘과 붉은 단풍의 가을이 다가왔다. 맹자가 말했다. 하늘이 큰 인물을 만들려면 먼저 엄청난 시련을 준다고. 하늘은 과연 어떤 큰 인물을 만들려고 지난여름 우리에게 그런 시련을 주었는가? 아름다운 시와 노래는 우리의 영혼을 정화한다. 이 소식을 관음경에 설했다. “아름다운 소리는 중생을 제도한다(妙音觀世音)”고. 무엇이 아름다움인가? 인생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진실이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가을 노래들이 왜 그렇게 아름다운가? 모든 것이 덧없다(諸行無常)는 우주의 으뜸 진실을 가장 절실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여름 날 그렇게 풍요롭던 푸른 나뭇잎들이 단풍이 되어 결국 덧없이 대지 위로 떨어진다. 구르몽은 낙엽을 밟으면 영혼처럼 운다고 노래했다. 한 가지에 매달렸던 잎들이 낙엽이 되어 흩어진다. 그러니 그러기 전에 서로 가까이 다가와 사랑하라고 짓밟히는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고 했다.


올 가을은 대선의 계절이다. 한 정객은 우리나라 정치에 정치는 없고 오직 증오만 있다고 개탄했다. 왜 안철수인가? 국민들이 오직 증오만 있는 정치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치의 기본적인 목표는 국민들이 잘 살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여당이나 야당이나 서로 상대방의 좋은 정책이 실현되는 것을 한사코 방해하는 정치를 하는 것 같다.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복지는 아랑곳 하지 않고 밤낮 상대방이 망하기를 바라는 증오의 싸움질만 하고 있다. 그러니 안철수가 튀어나오지 않을 수 없다.


바른 정치는 바른 정치인으로부터 출발한다. 바른 정치인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불교는 바른 말(正語)을 깨달음에 이르는 8정도(八正道)의 길로서 제시한다. 바른 말이 무엇인가? 최소한의 요건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짓말로 국민을 현혹하고 상대방을 모함하는 사람들을 정계에서 축출해야 우리나라 정치가 바로잡힌다.

 

▲이기화 교수
아름다운 언어와 샹송의 계절에 우리는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고르자. 그리하여 맹자의 말처럼 혹독했던 지난여름이 큰 인물을 만드는 시련이었음을 보여주자. ‘반야심경’에 설했다. 모든 것이 덧없고 허망하지만 오직 진실만이 허망하지 않다고(眞實不虛). 


이기화 교수 kleep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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