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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不二 깨닫는 과정이니

기자명 법보신문

성지순례 동참하다보면
불편한 일 있을 수 있어


걸음걸음에 정성 다하면
어느새 분별은 사라지고

 

108산사순례를 가면 제일 먼저 만나는 첫 번째 문이 일주문이다.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는 문이라는 데서 유래된 말인데 네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지붕을 얹어 세운 일반 건물과는 달리 일직선상의 두 기둥 위에 지붕을 얹는 독특한 양식을 갖추고 있다. 사찰에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을 이러한 방식으로 세운 것은 불교의 일심(一心)사상을 상징하기 위함이라 할 수 있다.


즉, 진리가 가득한 가람(伽藍)에 들어서기 전, 먼저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는데 대개 일주문의 주련들은 ‘入此門來莫存知解 無解空器大道成滿 이 문을 들어오거든 알음알이를 버려라 알음알이가 없는 빈 그릇이 큰 도를 이루리라’고 되어 있다. 사찰 금당(金堂)에 안치된 부처의 경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와 불자들은 지극한 일심으로 세상의 알음알이를 버리고 오직 부처와 진리만을 생각하며 이 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이 일주문을 지나면 사찰의 본당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인 불이문(不二門)이 있다. 여기에서 불이라는 글을 읽는 그대로 풀이하면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곧 진리는 하나임을 의미한다. 불이문을 사찰로 들어가는 본당 입구에 세운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곳을 통과해야만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에 들어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 위함이다.


우리 108산사회원들이 반드시 알고 명심해야 하는 것은 사찰의 건물은 함부로 세우지 않고 이러한 불교의 정신과 진리를 토대로 세워진다는 점이다. 사찰의 첫 번째 관문인 일주문을 통과 할 때는 세상의 모든 알음알이를 버리고, 불교의 진리인 불이문을 지나야만 비로소 부처님이 계신 불국토인 본당을 만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여기에서 불이란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으며 생과 사, 만남과 이별 등 그 근원을 따져보면 모두가 하나로 이어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이란 분별을 떠났고 문자와 말의 그물에 걸리지 않으며 두 개의 것이 아닌 즉 대립이 없는 것을 의미하는 불교의 절대 경지를 상징한다. 불이라는 말은 어떻게 유래되었을까.

 

불이법문(不二法門)에 관한 이야기는 ‘유마경’에서 전해지고 있다. 유마거사가 보살들에게 “불이법문에 들어간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라고 물으니 문수보살이 대답하기를 “모든 것을 말하려 해도 말할 수 없고, 알려 해도 알 수 없으므로 모든 물음과 답변을 초월하는 것이 불이법문에 들어가는 길입니다”라고 하였다. 다시 문수보살이 유마거사에게 불이법문을 물었다. 그러나 유마거사는 묵묵히 말이 없었다. 문수보살은 그러한 유마거사를 칭찬하며 “문자와 말까지도 있지 아니한 것이 참으로 불이법문에 들어가는 길”이라 하였다고 하는데서 유래된다. 특히 석가모니 부처님은 열반에 들기 전 “나는 40여 년간 단 한마디도 설하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이 역시 불이와 통하는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우리 회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들이 언제나 불이사상을 마음 깊이 새기고 순례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육천 여명에 이르는 회원 모두가 불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순례 중 일어날 수 있는 사소한 시비나 다툼, 사고 등도 예방 할 수 있다. 많은 인원들이 순례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언짢은 일도 생길 수 있으나 너와 나라는 차별심을 버린다면, 먼저 남을 이해하게 되고 문제의 소지는 깨끗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선묵 혜자 스님

사실 부처가 되는 길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마음속 탐진치 삼독을 버리고 나와 남이 둘이 아닌 하나,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깨닫는 데에 있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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