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커피 따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의 차이

기자명 법보신문

‘커피밭 사람들: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 그들 삶의 기록’ / 임수진 지음 / 그린비

▲‘커피밭 사람들: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 그들 삶의 기록’

나는 커피를 즐긴다. 직접 볶아서 내 나름의 맛과 향을 내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그래도 ‘유명 상표가 달린 커피전문점보다는 내가 내려서 마시는 커피 맛이 훨씬 좋다’는 자신감은 있다.


커피 원두를 사게 되면 봉투에 표시된 원산지를 살피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코스타리카’·‘과테말라’·‘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 이름과 익숙해지고 가까워졌다.


이 책 ‘커피밭 사람들’은 특별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이야기이다. 지리학을 전공하던 대학원생 임수진이 ‘지역 연구’를 학위논문 주제로 정하면서 우연히(?) 선택한 곳이 중남미의 작은 나라 코스타리카였다. 그러나 저자와 코스타리카, 그리고 그곳 커피 밭 사람들과의 만남은 어느 노래 가사에서처럼 ‘우연이 아니라 그의 오랜 바람, 아니 과거 숱한 생애 동안 맺어온 인연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코스타리카(Costa Rica)’는 본래 ‘부유한 해변’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그럴듯한 이름을 지닌 이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부유함’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저자가 함께 커피를 따면서 친구가 된 엘레나가 새벽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뙤약볕 아래서 모기와 싸워가며 버는 돈은 8,000원 정도에 불과한데, 이 일자리마저도 커피 수확을 할 수 있는 몇 달 동안이 아니면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커피 수확 철이면 코스타리카로 밀입국해서, 겨울에는 소 외양간으로 쓰이는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현지 주민들에게서 ‘쥐새끼’라는 말을 들으며 멸시를 받는 이웃 과테말라 사람들에 비하면 이들의 운명은 훨씬 나은 편이다.


이 고단한 삶을 사는 착한 국민들을 놓고 ‘좌우’로 나뉘어 수십 년 동안 내전을 치른 과테말라 정치인들이나 이들을 배후 조종한 강대국 정부와 거대자본의 횡포에는 욕을 하는 것조차 아깝다.


어쨌든 이처럼 힘든 가운데서도 청춘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는다.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은 학교 공부를 시켜 최소한 나보다는 잘 살게 해주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지만, 금생에서 그 꿈이 이루어질 확률은 ‘영(0)’에 가깝다. 세계 시장에서 커피 가격이 올라간다고 해서 이들의 삶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몇 해 전부터 국제시장에서 베트남 산 커피의 시장 점유율이 빠른 속도록 상승하면서 이제 커피나무를 베어내는 농장이 늘어나자 이 고단한 커피 밭 노동자의 일자리마저도 위태로워진 것이다. 지구 반대편 베트남에서 일어나는 일이 중남미 민초들의 삶을 뒤엎고 있으니, 이럴 때에는 ‘좁아지는 세상’·‘중중무진으로 연결되는 인드라망의 고리’가 야속하기만 하다.

 

▲이병두 종무관

“다시 만나는 커피 밭 사람들의 삶이 이제 좀 덜 아팠으면 좋겠다. 좀 덜 썼으면 좋겠다. 그곳에서 커피를 따는 그들의 삶과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내 삶의 간극이 조금이라도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저자, 그리고 나의 이 소박한 희망이 이루어져야 진정 공정한 세상이 펼쳐질 터인데,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것만 같으니 이를 어찌할까.


이병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