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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아첨하지 말라

기자명 법보신문

대통령선거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서울시장 재직시절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공개적인 망언을 했던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된 뒤, 우리 불교계는 지나간 4년 몇 개월이 ‘50년’만큼이나 지겹고 지루한 세월이었다.

 

K대학에, 소망교회에, 영일·포항 출신이라고 해서 ‘고소영정권’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명박정권 치하에서 우리 불교계는 일일이 열거 할 수 없는 차별과 불이익과 수난을 겪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만 바꾸어 ‘유신 독재의 화신, 박정희의 딸’ 박근혜를 대통령후보로 내세웠고,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노무현의 그림자였던 문재인을 후보로 내세웠으며 무당파 안철수는 “국민의 정치쇄신 열망을 등에 업었다”면서 스스로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그런데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이들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 “불심(佛心)을 잡기위해 본격적인 득표활동에 돌입했다”고 교계 언론이 전하고 있다. 불심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불교대책본부’니, ‘불교특별위원회’니 하는 특별 기구를 설치하고 득표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천(人天)의 스승이신 우리 덕 높으신 스님들’께서 행여 권세에 줄을 대려고 우르르 몰려가는 추태를 부리는 분이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여러 번 치러왔던 대통령 선거 때 일부 얼빠진 스님들이 권력에 줄을 대려고 권세를 쥐고 있는 여권의 후보에게 몰려가서 마치 자기가 전 불교신도들의 표심을 제멋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듯이 허풍을 떨고, 눈도장을 찍고, 심지어는 공공연히 여권의 권세 있는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까지도 자행했었다. 그러나 그 여당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과연 불교계는 무엇을 얻었던가? 결과는 정반대, 불교차별이었고, 불교 폄하였고, 불교 푸대접에 사찰방화, 불상파괴였다. 김영삼 정권, 이명박 정권하에서 불교계는 자존심만 구긴 채 얻은 것은 실로 아무것도 없었다.


불교를 신봉하는 재가불자들이 개인적으로 어느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돕는 것은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불교단체나 불교계의 공적조직을 악용해서 특정 후보, 특히 권력을 쥐고 있는 측의 특정후보에 줄을 서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더더구나 인천의 스승이신 우리의 존경받는 스님들이 승복을 펄럭이며 권력과 가까운 특정후보 앞에, 굽실거리며 줄을 서고, 노골적인 선거운동에 가담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에 흉측하고 민망스럽다.


존경받는 성직자는 권력에 아첨하지 않는다. 존경받는 성직자는 권력의 남용과 부정과 부패를 가차 없이 질책하고 규탄하고, 꾸짖을지언정, 치사하게 권력에 굽실거리며 권력에 아부하고 빌붙지 않아야 한다.


옛날 신라의 의상대사는 “선정을 베풀면 풀밭에 금만 그어놔도 백성이 넘나들지 않지만, 학정을 하면 아무리 높은 성을 쌓아도 넘어간다”고 직언을 했고, 조선시대의 무학대사도 태조에게 “개의 눈으로 보면 개만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만 보인다”고 칼날 같은 직언을 했고, 근세의 범어사 동산 스님은 모자를 쓰고 법당에 들어간 이승만 대통령에게 “모자를 벗으시오!”라고 일갈하며 “손가락으로 감히 부처님을 가리키지 말라”고 꾸짖었고, 백련암의 성철 스님은 박정희 대통령이 만나고 싶으니 “해인사로 내려와 달라”고 요청받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렸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제발 치사하게 불교계의 자존심을 스스로 내던지는 얼빠진 스님이 단 한분도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윤청광
“권력에 아첨하지 말라!”


바로 이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윤청광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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