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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 추억

기자명 법보신문

후보등록을 20여일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제18대 대선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의 양자대결로 치러지게 되었다. 야권은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었고 여권은 단일화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후보가 단일화 됐다고 해서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야권은 단일화를 정권교체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보았다. 지방선거의 압도적 승리처럼 단일화만 되면 이길 수 있다면서 단일화에 모든 것을 걸었다. 단일화에 대한 믿음의 바탕에는 ‘한방의 추억’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7년에는 DJP 단일화를 통해 이회창 후보를 한방에 보냈고, 2002년에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통해 이회창 후보를 한방에 보냈다는 것이다. 1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탄생한 것도 단일화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왜곡된 기억이다. 한방이 있었지만 통쾌한 승리를 거둔 것이 아니라 아주 힘겹게 이겼다.


1997년의 한방은 DJP 단일화가 아니라 ‘병역비리’였다. 기호지세로 달리던 이회창 후보는 병역비리 한방에 낙마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나 김대중 후보는 DJP연대를 하고서도 이인제 후보가 500만 표를 얻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이길 수 있었다. 한방에 나가떨어진 것은 오히려 이인제 후보였다. 이회창 후보를 제치고 김대중 후보와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던 이인제 후보는 ‘경선불복’이라는 언론 보도 ‘한방’에 재기하지 못할 치명타를 입었다.


2002년의 한방은 ‘노풍’이었다. ‘노풍’은 당내 경선에서는 ‘이인제 대세론’을 꺾고, 본선에서는 ‘이회창 대세론’까지 꺾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노풍으로 이긴 것이 아니다. 계속 흔들리다가 정몽준 의원과의 극적인 단일화로 겨우 이길 수 있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한방은 ‘안철수 신드롬’이었다. 안철수 교수의 양보로 출마한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후보단일화를 이뤘다. 그러나 선거가 ‘박원순 검증’ 프레임으로 흘러가는 바람에 고전하다가 겨우 이겼다.


야권은 단일화를 통한 ‘한방의 추억’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수장학회 문제나 5·16과 유신에 대한 평가 등 그릇된 과거사 인식 등으로 흔들렸지만 이런 것들로 박근혜 후보를 한방에 꺾기는 어렵다. 여권은 박근혜 후보를 한방에 보내려 할 것이 아니다. 후보 단일화 자체가 결정적 한방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단일화 과정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단일화의 방식에 대한 고민과 합의가 박근혜 후보를 향한 첫 번째 한방이 될 것이다.


야권 단일화가 단순하게 두 후보가 손잡는 것만으로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새로운 이념, 새로운 가치, 나아가 새로운 정책을 바탕으로 단일화가 이뤄질 때 단일화의 효과가 더하기에 그치지 않고 곱하기가 될 수 있다. 문재인-안철수의 만남에서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받아들여 기득권 내려놓기와 정당개혁 등에 합의했지만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평화정착의 가치까지도 포괄해야 한다.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개발성장주의나 신자유주의를 토대로 움직이는 국정운영의 틀을 바꿀 수 있는 비전이 제시되기를 바란다. 지역과 계층 격차, 세대 문제를 보수적 권력정치로는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 위주의 발전 패러다임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은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손혁재 상임대표
이를 위해서는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워야 한다. 사람과 노동이 존중되고, 생태가치가 실현되며, 평화가 정착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보이지 않는다면 단일화는 한방의 효과를 갖지 못할 것이다.


손혁재 풀뿌리지역연구소 상임대표 nurison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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