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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108순례 인연

기자명 법보신문

열네살 출가 인연부터
순례인연에 이르기까지


인연 아닌것이 없으니
항상 인연 소중히여겨

 

내 생애 가장 기억에 남는 인연이 있다면 그것은, 열네 살의 어린나이로 출가하여 청담 큰스님과 부처님의 제자가 된 것과 ‘108산사순례기도회’를 결성하여 회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랬듯이 1960년대의 삶은 참으로 힘들었다. 나는 절에 가면 굶주림은 면할 수 있다는 말에 먼 친척의 말씀에 도선사에서 처음 행자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행자생활 중 가장 힘든 것은 부족한 잠이었다. 툭 하면 졸음이 왔고 툭하면 배가 고팠다. 그도 그럴 것이 새벽 세시에 일어나 부처님이 계신 대웅전을 청소하고 대중들이 거처하는 요사채와 눈이 수복한 길들을 빗질하고 나면 환하게 동이 밝아오곤 했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산짐승이 밟고 간 길 위를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눈 속에 잠긴 길들을 빗질하고 난 뒤에도 하염없이 눈발이 휘날리곤 하였다. 그 눈꽃들은 누비 승복에 잔득 묻어났다. 어떤 때는 북한산 전체가 하얀 눈꽃 속에 파묻혀 있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그 아름다운 설경(雪景)을 바라보면서 조금씩 나는 자라 스님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청담 큰스님은 내가 출가할 당시만 해도 불교정화운동을 하시고 대한불교조계종 통합종단을 이끌고 계셨다. 나는 큰스님이 하시는 일이 어떤 일인지 제대로 몰랐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큰스님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크게 걱정을 하고 계셨던 것이다. 청담 큰 스님의 가장 큰 업적은 아마도 조계종단을 출범하고 그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 통합종단 50주년이 되었다.


스님은 정화 후 종단의 토대를 만든 뒤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그 기초를 다지는 데 힘을 쏟았다. 통합종단 출범 후 초대 중앙종회 의장, 종정, 총무원장 등을 맡아 종단의 토대를 다지는데 주력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사업은 도제육성, 역경사업, 포교사업이었다. 이중에서도 큰스님이 가장 큰 애착을 가지신 것은 바로 불교포교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스님은 ‘불교가 산속에서 농촌으로 도시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는데 이 사업은 기실, 오늘날 조계종단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내가 108산사순례기도회를 결성하게 된 것도 청담 큰스님의 유지를 받들기 위함이었다. 도선사 첫 주지소임을 맡고 7관세음 33일 기도를 봉행하던 날 꿈속에서 도선사의 포대화상이 모셔진 자리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환한 미소를 머금고 계신 큰스님을 뵈었던 것이다. 2004년 7월 또 한 번의 7관세음 33일 기도를 봉행하던 중 청담 스님의 석상(石像) 뒤편 하늘에 일심 형상을 띤 무지개가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 형상이 다름 아닌 청담 큰 스님과 불보살님이 어떤 무언의 힘을 주는 것이라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연유를 깊이 생각하다가 나는 마침내 ‘108산사순례기도회’를 결성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세상에는 인연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인연의 끈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긴다. 자신을 찾아온 인연을 언제나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인연이며 부처님의 제자가 된 것도 인연이며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가 되어 9년간의 긴 여행을 순례하게 된 것도 인연이며 이토록 많은 도반을 만난 것도 인연이다. 이렇듯 우리가 만나는 풀 한포기, 바람 한 줄기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인연은 없다.

 

▲선묵 혜자 스님

우리는 이러한 인연의 연속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사람은 인연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갈 수도 없다. 사람은 자기 앞에 놓인 인연을 매절하게 끊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나의 삶의 철학이다.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사람은 늘 행복하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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