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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 증오심 녹인 자리에 평화의 씨앗 싹트다

국제연꽃마을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기공식

탐키시 외곽에 ‘한국형 복지시설’
한글학당·병원 등…2020년 완공
장학금·의수족보장구 등 지원도

 

 

▲12월12일 베트남 쾅남성 탐키시에서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기공식이 열렸다. 7만㎡대지 위에 세워질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은 노인요양원, 유치원 및 보육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병원, 직업훈련원, 수련원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복지타운이다. 특히 경북 영주 ‘소수서원’을 모델로 건립될 한글학당을 통해서는 문화를 전달함은 물론 현지 한국기업 및 한국방문 취업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는 베트남과 한국의 선린우호 관계를 증진하고 양국 국민들의 화해와 평화적 발전을 위한 가교역할을 담당하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의 중심국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태겠습니다.”


평화의 씨앗이 싹을 틔웠다. 30여년간 지속된 전쟁의 생채기가 서려있는 베트남, 그곳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벌어졌던 쾅남성에서였다. 지난 2005년부터 국제연꽃마을(회장 각현 스님)이 척박한 대지위에 뿌려왔던 간절한 염원은 7년이 지나 움트는 생명력으로 파릇파릇하게 돋아났다. 핏물 배인 총칼을 서로에게 겨누었던 한·베트남 양국 사람들은 이제 총칼 대신 꿈과 희망의 꽃을 들었다. 12월12일 베트남 쾅남성 탐키시에서 열린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기공식의 참석자들은 오래된 원한을 풀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미래를 건설하는 역사적 자리의 증인이 됐다.


탐키시가 제공한 7만㎡대지 위에 세워질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은 노인요양원, 유치원 및 보육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병원, 직업훈련원, 수련원 등을 포함하는 대규모복지타운이다. 특히 경북 영주 ‘소수서원’을 모델로 건립될 한글학당은 양국 문화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교실 4개동과 도서관을 갖췄으며 보육·언어교육으로 한국문화를 전달함은 물론 현지 한국기업 및 한국방문 취업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에서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사업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게 된 데에는 국제연꽃마을 회장 각현 스님의 남다른 원력이 있었다. 현재 베트남에는 80여개의 ‘한국군 증오비’가 세워져 있다. ‘하늘에 닿을 죄악, 만대에 기억하리라’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증오비는 전쟁의 참상을 잊지 않고 되새기려는 베트남 사람들의 의지를 담고 있다. 한국인에게 베트남전쟁은 지나간 과거일 뿐이지만 현지인들은 자신들을 ‘침략’한 나라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것. 이에 각현 스님은 그들의 가슴 속에 새겨진 ‘원한’을 녹이고 ‘평화’를 심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 출발은 장학금 전달이었다. 연꽃마을은 2005년부터 쾅남성 탐키시교육위원회에 매년 장학금 500만원을 지급해왔으며 쾅남성은 각현 스님에게 감사장으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베트남과의 관계가 깊어지던 2010년 11월, 쾅남성 탐키시로부터 연락이 왔다. 50년 동안 토지 7만㎡를 무상으로 제공할 테니 그 자리에 한국이 자랑하는 복지시설을 건립해달라는 것. 각현 스님이 제안을 승낙한 후 토지무상기부 MOU를 체결했다. 2011년 12월에는 ‘국제연꽃마을’을 만들고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기공식에서 공연을 펼친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엽제 후유증에 의한 베트남전 2·3세대의 안면기형 수술과 의수족보장구 지원사업도 함께 진행한다. 실제로 기공식에서는 탐키시의 전쟁피해자 5명에게 이승호 대한의수족연구소장의 후원으로 제작된 의수족보장구가 지급됐다. 또 매년 2명의 스님과 학생이 각각 금강대와 동국대에서 공부할 수 있는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2010년부터 베트남전쟁 희생자들을 위해 봉행한 천도재 역시 아픔을 치유하고 관계 개선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과 각종 후원활동에 대한 베트남 현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12월8일 베트남에 입국한 각현 스님과 국제연꽃마을 관계자들은 이튿날, 쾅남성 다우응엥사에서 천도재를 봉행했다. 이때 쾅남성불교협회장 틱 티엔 즈엔 스님을 비롯한 협회 임원들은 다우응엥사를 찾아 “부처님의 자비가 양국에 꽃피웠다”며 각현 스님의 손을 잡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날 저녁 탐키시청에서 열린 ‘사회복지시설 건설 및 운영에 대한 협약식’에서 응웬 반 루어 시장은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은 탐키시 뿐만 아니라 쾅남성, 나아가 베트남 전체의 복지·교육 수준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회”라며 “우리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준 국제연꽃마을과 각현 스님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 각현 스님과 국제연꽃마을은 가는 곳마다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예정에 없었던 뜻 깊은 자리도 마련됐다. 천도재에서 한국 측이 보여준 정성에 깊은 감동을 받은 오행산 관세음사 주지 틱 푸억 민 스님은 일행을 사찰로 초대했다. 주지스님은 베트남 덕담이 담긴 글을 직접 써서 일행에게 나눠줬으며 지역주민과 함께 마련한 점심공양을 대접했다. 사찰 지하동굴에서 수 십 만년 동안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됐으며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던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주지스님의 특별한 배려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각현 스님과 국제연꽃마을은 쾅남성 곳곳에서 현지인들과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것은 전쟁만행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진 고통을 어루만지는 부처님의 손길이었다. 그리고 한국과 베트남, 나아가 세계평화를 다짐하는 자비의 약속이었다. 머지않아 탐키시에 ‘한국형 사회복지시설’이 완공되는 날, 평화의 비둘기는 해원(解寃)의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베트남=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다우응엥사에서 전쟁희생영가들을 위로한 천도재를 봉행했다.

 

 


 

▲각현 스님

“양국 신뢰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

 

국제연꽃마을 회장 각현 스님

 

국제연꽃마을 회장 각현 스님은 베트남 쾅남성 하미마을에서 ‘한국군 증오비’를 목격한 순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가슴이 멍해지고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한국군이 저지른 만행을 잊지 않겠다는 그들의 다짐은 종전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매섭게 살아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베트남전쟁이 그들에게는 현재진행이었던 것이죠.”


단순히 복지시설을 건립하고 운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진실로 화해하고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방안을 찾았다. 천도재 봉행과 안면기형 수술·의수족보장구 지원, 그리고 장학금사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2020년 완공 예정인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에는 약 1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밖에 각종 지원 사업 역시 비슷한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베트남인들의 원한을 달래고 협력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사업에 뜻있는 사람들의 후원이 절실한 이유다.


“양국의 교류와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한데 모은 ‘한국형 사회복지시설’ 건립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앞으로 많은 일들이 남아있지만 완공 후 베트남 사람들이 시설을 이용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양국이 전쟁의 원한을 풀고 이해와 신뢰의 관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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